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위한 의료윤리학의 질문들
김준혁 지음 / 반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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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건강을 위한 의료윤리학의 질문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하여 우리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머니가 확진되기도 하였고, 직장동료, 친구들 대부분이 확진이 되었고, 안타깝게도 코로나19 감염증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었다. 그당시에는 그럴려니 하고 받아들였었다.


왜 재택치료를 해야 하는지. 왜 청소년에게까지 백신이 강제되어야 하는지 등 급박하고 경황이 없어 미처 논의가 되지 못했던 여러 의료윤리학적 의문을 다룬 신간이 나와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겪었던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문들을 의료윤리학적 관점에서 되짚어 볼 수 있었다.


Part.2

K-방역에 질문하기

한국의 방역 전략은 '3T', 즉 검사·확진, 역학·추적, 격리·치료(Test-Trace-Treat)의 3단계로 구성된 것으로, 2020년 6월에는 국제 표준화까지 추진되었다. 하지만 한국의 방역 전략에 대한 입장과 평가에 간극이 있었다.


<모든 검사는 오류를 내포한다.> K-방역의 빠른 검사는 많은 사람들을 검사대상자로 잡아 속도는 좋으나 검사 대상자가 늘어나면 위양성과 위음성 수가 늘어나게 된다. 즉 누군가는 실제로 감염되었으나 감염되지 않았다는 판정을 받고 안심해서 돌아다니고, 누군가는 실제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감염되었다는 판정을 받고 격리대상자가 된다.


<접촉자 추적기술은 위험하다.> 역학 조사시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요의 최소화 방안과 관리지침이 필요하며, 관리, 감독 장치는 필수적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감염병예방법 제76조의2는 감염병 유행시 관련 정보를 확보할 필요가 있을 때 질병관리청장 및 시도지사는 감염병 의심자의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며, 이것으로 수집 가능한 정보는 대상자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인적정보와 진료기록부 등 병력정보, 이동 경로 파악을 위한 신용카드 등 사용명세, 교통카드 사용명세, 영상 정보 전부다. 이것으로 정부는 감염병 의심자의 감염병 관련 정보를 모두 수집할 수 있다. 하지만 수집한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관한 규정은 없다. 감염병에 걸렸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개인의 수많은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있고, 그 정보의 활용에 어떠한 제한도 없다는 의미다.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p.22



Part.2

마스크 쓰기라는 건강행동

마스크 쓰기가 건강 실천 방법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건강'에 대한 정의가 논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건강은 그의 생물학적 조건과 (사회를 포함한) 환경적 조건의 총합으로 결정된다. 저자는 건강에 대한 정의를 상태가 아니라 행동 자체로 보고 있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는 사람들의 믿음이 형성될 때, 이런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모임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왜 이렇게 확진자가 많이 나왔는가?' 믿음이란 어떤 사실을 검증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하고, 그로부터 특정한 행동 양식을 유발한다. 마스크 착용으로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는 (그러므로 마스크를 착용한 나는 안전하다는) 믿음은 사람들의 마스크 착용을 유도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마스크 착용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오히려 위험을 증가 시킬 수도 있다. 마스크 착용은 방역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할까? 다른 접근법을 강구하려면, 마스크 착용, 약속 줄이기, 손 씻기와 같은 건강행동이 건강 자체의 중요한 구성 요소라는 인식이 요구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행동들은 이제껏 건강에서 부수적인 요소로만 이해되어왔다. 기존의 이해는 앞서 살핀 것처럼 건강이 특정한 상태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그러나 건강이 적응과 극복의 능력이라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책적 접근 자체가 달라진다.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p.37-38


Part.3

환자에도 순서가 있는가

2020년 초반 대구에서 신천지교회를 중심으로 1차 대유행이 진행되었을 때, 한 고등학생이 고열로 입원할 곳을 찾다가 결국 사망한 일이 있었다. 또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고 있던 2020년 말, 신규확진자 병상 확보를 위하여 의정부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 중인 말기 암 환자 이송 계획이 세워졌다. 코로나 19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또한 의료자원 분배 문제를 겪게 된다.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국가 들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던 2020년 초, 인공호흡하기까지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몇몇 국가들에서 75세 연령 제한을 둔 적이 있다. 정책적으로 우선 75세 이하인 치료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배정하도록 하였다. 나이를 기준으로 치료 우선권을 결정하는 것은 차별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탈리아나 영국에서 이런 정책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이런 윤리적 기준에 관한 오랜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히려 '누구를 먼저 치료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나 아무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우리나라가 문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Part.4

가족의 책임은 어디까지 일까

올해 봄 어머니께서 코로나 확진이 되면서 '재택치료'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경미한 증상이었던 어머니는 무리 없이 완쾌하였지만, 그와 별개로 확진자가 폭증되던 시점이어서 환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어머니가 위중한 상태인데 이렇게 계속 잘못 안내받고 이렇게 계속 허술하게 관리 받는다고 상상하니, 아찔해진다. 또한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라서 다른 가족들의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 엄청나게 노력을 했다.


이 책에서는 건강 문제를 가정 귀속 시키는 문제에 대하여 일침을 가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압축적인 근대화를 겪으면서 많은 역할과 책임이 개인과 가정에 주어졌다. 사실 당연하게도 건강은 개인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개인의 건강과 사회의 건강을 종합적으로 생각하는 이론적, 담론적 틀이 부족하다. 또다른 펜데믹 사태가 발생하였을 때, '재택치료'를 고집해야 하는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Part.3

백신과 인권

자국민 보호라는 국내 차원의 의무와 전 세계인의 보편적 건강권 보장이라는 국제 차원의 의무가 대립할 때 국가는 과연 어느 쪽을 따라야 할까?


2021년 초까지 정부는 대규모 검사, 빠른 추적과 치료를 바탕으로 한 한국의 3T 방역이 성공했다는 판단하에 이런 방역 전략을 외국에 선전하고 수출하려 했다. 이는 두가지 점에서 적절하지 않은 판단이었다. 첫째, 'K-방역'의 성공은 '한국적'인 것이었다.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지침에 대한 자발적인 협조를 기대할 수 있는 사회, 빠르고 어느 정도 강제적인 검사를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따르는 국민,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헌신한 의료인이 함께 낳은 결과가 K-방역의 초기 성과이지결코 시스템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2021년 중엽을 지나면서, K-방역이 과연 성공적인 대응 체계였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자영업자와 같은 특정 계층, 노동조합 등의 안전망이 없는 취약한 노동자층을 희생해가며 위기를 헤쳐 나오지 않았는가 말이다.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p.76


<청소년에게는 없는 의무> 정부는 청소년 백신 접종을 확대하면서 학원, 도서실에 백신팻를 적용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2022년 1월 4일, 법원은 신체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침해하고 미접종자 집단에 중대한 불이익을 주므로 소송이 종료될 떄까지 교육 시설의 백신 패스 적용 효력을 정지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애초에 성인의 백신접종과 방역패스를 강행한 것은 개인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지켜야 한다는 윤리적 이유 때문이다. 청소년은 자신의 행동을 통해 타인을 보호할 의무를 지지 않으며, 오히려 성인의 보호를 받아야 할 존재이다.저자는 부모가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백신 접종을 선택할 수 있으나, 정부가 청소년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청소년의 백신 접종 독려를 위해 시행하려 했던 방역 패스는 윤리적 관점에서 옳지 못하다고 한다.


Part.6

노인을 위한다는 것

팬데믹하에서 여러 번 겪었던 것처럼, 방역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사회와 시민의 신뢰다. 마스크 착용도, 거리두기 정책도, 백신 접종도 신뢰에 금이 갈 때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계속 겪어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정부가 세운 체계에 따라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았던 몇 번의 국면은 정부의 방향성을 의심하게 만들었으며, 이는 '정치방역'이라는 비난을 낳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p.91-92


코로나 19상황에서 인센티브 논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방역패스라는 페널티 방식만 정책적으로 활용되었다. 코로나19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 정책적 접근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Part.7

의료는 있으나 돌봄은 없다

자국민 보호라는 국내 차원의 의무와 전 세계인의 보편적 건강권 보장이라는 국제 차원의 의무가 대립할 때 국가는 과연 어느 쪽을 따라야 할까?

Part.8

감염병의 공포

<오디세이아>와 <페스트>를 통해 살펴본 자연과 인간의 대립, 감염병과 인간의 싸움, 공포와 폭력의 교환은 트라우마와 그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다. 자연의 무자비함에 대한 흔적이 감염병이라는 사건으로 다시 깨어날 때, 그것은 트라우마가 되어 우리를 사로잡는다. 우리는 그것에 폭력적인 방식으로 저항하지만, 자연을 폭력의 대상으로 삼을 수 는 없기에 폭력은 타인을 향하고 만다.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p.118-119


병의 공포 앞에서 사람은 폭력을 휘두르기 쉽다고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폭력에 대한 접근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다른 방식으로 해소하고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자유가 무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개인으로서는 감염병의 공포를 버틸수가 없었기 떄문일지 모르겠다. 함께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면, 서로 손을 잡는 것이 공포와 맞서는 방법이라면, <페스트>의 보건대가 보여주는 연대가 그 예시라 할만하다.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p.120


Part.10

코로나 시대의 죽음

이 책에서는 감염병을 계기로 죽음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은 우리에게 '여기 죽음이 있음'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감염병으로 인한 시체의 강렬한 물질성은 메멘토 모리(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경고 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앞서 살펴본 효율적인 신체/시체 처리 전략은 현대적인 죽음의 망각과 공모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왜 대량의 시체는 빠르게 매장되어야 하는가? 감염병 시체는 비닐백에 담겨 의료용 폐기물로 처리되어야 하는가? 심지어 시체로부터 코로나19가 감염될 수 있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우리는 코로나19가 품은 죽음의 위협도 떨쳐버리려는 듯 선제적으로 시체를 밀봉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토록 잊고 싶어 하는 죽음은 비닐로 싸고 소독을 해도 지울 수 없는 시체라는 실체로, 죽음을 둘러싼 실천과 개념에 의해 완전히 배제되지 않은 채 존재한다.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p.145-146


Part.12

인간 너머의 건강

<'누구'부터 '무엇'까지 보호할 것인가> 원헬스란 인간의 건강은 동물과 환경 모두의 건강을 통해 실현 가능하며, 질병을 예방하려면 이 세 영역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물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인수공통감염병으로 감염병관리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는 동물은 '중간숙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동물사이에서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되는 원인으로 '공장식 축산'이 지목되었다. 이 책에서는 지금껏 육류 생산량에만 초점을 맞춰 온 축산업의 방향을 재고를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직접적인 삼림파괴로 야생동물 서식지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해도, 동물이 살던 환경을 갑작스레 변화시켜 동물의 이동을 초래하고 그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넘어올 가능성을 높인다.또한 기후변화로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면서 미생물, 중간 숙주, 인간 사이의 거리가 점차 짧아 지고 있다. 이런 현상도 팬데믹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p.173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이 책에서는 건강행동, 건강 불평등, 백신 분배, 돌봄, 장애와 노화, 죽음, 가족 이데올로기, 감염병 고포와 차별, 방역 정책, 후견주의, 환자 및 연구 참여자의 자발성, 데이터 활용 같은 주제는 우리가 팬데믹의 맥락에서 건강을 다시 생각해보기 위해 꼭 필요한 쟁점이라고 한다. 또한 인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차원에서 확장시키고 있다.


매우 현실적이지만 간과했던 질문에 대하여 심도깊게 다루고 있어, 책 한권으로 알찬 수업을 들은 느낌을 받았다. 요즘 같이 가벼운 책이 선호되는 시대에 지나치게 무겁지 않으면서 공부한 느낌이 들게 해주는 알찬 책이 나와서 매우 반갑다. 너무 괜찮은 책이라서 주변에 추천을 해주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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