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의 남자와 그가 주운 고양이
김리원 지음 / 북레시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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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소설가 책들은 얇은 책이 트렌드인가? 일전에 읽은 굿피플 프로젝트로 그렇고. 가방에 들고 다니면서 병원진료 대기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틈틈히 다 읽었다.


사십사세의 가톨릭 노인요양원의 원장신부인 정원은 자살자를 볼 수 있다. 자살자들에게 몸을 빌려주어 죽은 자들이 산 사람들에게 못다 한 말을 전하게 해준다. 정원은 우연히 부친에게 살해당할 뻔한 미호를 구조하고 양여동생으로 입양을 하게 된다. 정원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던 미호는 장애를 안고 스스로 세상과 단절한 채 고립되어 살아간다.


심령 판타지라고 소개를 하고 있는데, 심령판타지가 주라기 보다는 연애소설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겠지만 주인공은 정원과 미호이지만, 책 초반에 혜수와 정원의 관계가 너무 설렜다.

정원은 혜수가, 프랑스산 버터가 듬뿍 들어간 쿠키와 졸깃한 생초콜릿을 먹는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았다. 그녀가 괜찮은 물품들을 누리는 것을 보면, 정원은 자기 안에 어딘가 뻥 뚫려 있는 구멍이 느껴지지 않았다.

"좋은 거 사구고 보여주고 먹여주는 놈이랑만 만나. 너 돈 쓰게 하잖아? 바로 걷어차."

"받기만 하라고요?"

"여자는 받는 거야."

"에이, 그런게 어딨어요."

웃는 혜수에게 정원은 백 퍼센트 캐시미어 코트가 담긴 상자를 내밀었다. 조명이 부드럽게 흐를 정도의 윤기를 반사하는 코트를 만져보는 혜수에게 정원은 말했다.

"근데 너 결혼 안 하냐?"

"저 아직 스물일곱이에요. 너무 마음이 급하신 거 아닌가요?"

"서른 되기 전에 결혼해서 애 낳아. 내가 혼인성사랑 유아세례도 해주고 묵주팔찌도 사줄게. 셋 이상 낳아도 다 사줄게"

"결혼은 그다지..."

"뭐? 여자는 잘난 남자 만나 결혼해 애 낳고 사랑받으며 남자 그늘 안에서 사는 게 최그의 행복이라고."

"요즘 그런 말씀하시면 다 별로라고 생각하는 거 아세요?"

"결혼해라. 네 애는 정말 예쁠거야."

웃어 넘기는 혜수를 보며 정원이 묵주를 만지막거렸다. 알고 있다. 내 이기심이란 걸. 그렇다 하더라도.

혜수만은 정원 자신과 다른 세상에서 살았으면 했다. 사랑하는 이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며 세상과 겹쳐지는 삶. 정원에게 있어서 혜수는 그가 갔을 수도 있는, 아니 가고 싶었던 미래이기도 했다. 혜수가 좋은 사람과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멀쩍이서,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만 기웃대며 혼자 흐뭇해하고 싶었다. 그녀에게 무언가를 베투는 것도 결국은 저 스스로 마음 편하고자 하는 것 아닐까. 돌아올 걸 바란적은 없으나, 혼자만의 자선이라 자족하는 것 또한 실은 이기심이 아닐까.

검은 옷의 남자와 그가 주운 고양이 p.72-24

키다리아저씨와 동일한 경험을 한 사람.

계속 책을 읽으면서, 혜수의 편을 들고 있었다. '미호보다 혜수지. 혜수는 어린시절 정원이처럼 죽은자를 볼 수 있었는 걸. 정원이를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지. 정원이도 혜수곁에서 편안해하잖아.' 라면서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리뷰글을 쓰면 문득 혜수는 미호만큼 정원의 곁을 지킬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구체적으로 쓰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못 쓰겠지만, 혜수보다 미호의 집념이 대단했다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다.

죽은 자를 볼 수 있고, 죽은 자에게 몸을 빌려줄 수 있는 세계관이 재밌었는데, 조금 더 글을 길게 써줘도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얇아서 아쉬울 정도로 재밌게 글을 잘 써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재밌게 읽었다.

참고로 집중력이 약해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책을 잘 못 읽는데도 불구하고 읽을 정도면 재밌다는 거.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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