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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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하나 가지고 300페이지 넘는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이어령 선생님 밖에 없을 것 같다. '젓가락' 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서 글을 쓰는데도 난잡하지 않고 일관된 주제를 관통하는 책을 쓰다니. 대단한 내공이 아닐 수 없다.

수저계급론, 왜 하필 자신의 계급을 수저에 비겼을까?

젓가락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신분증, 셀프 아이덴티티

젓가락행진곡, 짝문화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짝문화

뚝배기 파스타를 만들어낸 국물 문화의 문화유전자

한국 젓가락, 중국의 쾌자, 일본의 하시의 의미

삼국의 음식문화 비교

식도구의 진화과정

젓가락을 통하여 仁

결함생물론

젓가락과 쌀문화권 고찰(자포니카와 인디카)

문화유전자

젓가락 문화의 위기(저맹)

2015.11.11. 젓가락의 날 청주 축제

젓가락 하나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어, 이 책 하나로 관련 지식을 엄청나게 쌓을 수 있다.

젓가락이라는 단어는 한자 (箸) + 우리말 가락이라는 토착어가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며, 가락이라는 말은 한군데서 갈라져 나온 것을 뜻한다고 한다. 한중일 3국 중 두개가 하나인 의미를 가진 것도 유일하며, 쇠젓가락을 가진 것도 유일하다고 한다. 곤봉은 팔의 근육을 확장한 것이며, 손바닥을 연장한 것은 물그릇이며, 젓가락은 완전히 손가락 두 개를 연장한 것이라는 고찰도 굉장히 신선하다. 또한 '집다'와 '잡다'의 차이가 젓가락과 포크의 차이라고 하는 듯 생각지도 못한 지점을 짚어주는 것도 놀랍다.

숟가락, 젓가락을 한 벌로 식사하는 한국의 수저 문화는 일본은 물론이요 중국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 고유의 문화이며, 한국 음식의 주류를 이루는 국문화와 탕문화로 인해 같은 젓가락 문화권인 일본이나 중국이 한국처럼 수저를 같이 쓰지 않는 이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17,000년 전의 볍씨가 인도도 중국도 아닌 한국 청주 소로리에서 발굴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수저는 액체와 고체, 두 음식을 동시에 포괄하는 식사 도구다. 숟가락은 주로 국물을 떠먹는 것으로 음에 속한다. 젓가락은 양에 속하는 것으로 건더기를 집는 데 사용된다. 젓가락은 양, 숟가락은 음. 건덕기는 양, 국물은 음이다. 양으로 양을 집고, 음으로 음을 뜬다. 이렇게 해서 음과 양의 대립이 조화를 이룬다.

p.57

투석 문화권에서는 막대기도 적이 접근전을 해오면 때리는 무기가 된다. 그런데 젓가락 문화권의 막대기는 다듬이 방망이나 빨랫방망이처럼 폭력이 아닌 정화, 더러움을 털어주고, 구김살을 펴주는 빨고 다듬는 문화로 이어진다. 그러기에 젓가락 문화는 느림의 문화요, 참음의 문화, 평화의 문화다.

p.147

젓가락질은 의식적인 학습과 생리적인 신체조건이 갖춰져야 할 수 있으니까. 유전설과 환경설이 젓가락에서 하나가 된다. 한국인이 젓가락질을 잘하는 건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가 합쳐진 결과다.

p.160

젓가락질은 남이 하는 걸 보고 배우고 따라 하면서 몸에 배게 하는 것이다. 타고난 유전자와는 상관이 없다. ... 바깥에서 보고 들은 걸 모방하는 데서 오는 거다. 부모와 사회구성원들을 모방하고 학습하면서 문화유전자를 길러왔다. 이런 무화적 동질성은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라 학슬을 통해 길러지기 떄문에 DNA가 아닌 밈(meme), 즉 문화유전자라고 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저서<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의 진화에도 유전자와 같은 복제단위가 있을 거라는 가설을 세우고, 지성과 지성사이에 전달되는 문화정보의 복제가를 밈이라고 불렀다.

p.203

우리가 배우고 함께 공유함으로써 모방 전승되는 문화유전자 밈은, 생물학적 유전자 DNA와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문화적 밈은 학습과 모방에서 오는 것이다.

...말하자면 유행 같은 거다.

p.205

이 책의 주제는 젓가락 예찬 같은데, 다 읽고 나면 우리나라 전통 문화 예찬이다. 이어령 선생님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젓가락 문화의 계승을 이 책에서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생명젓가락, 일종의 ICT 젓가락을 만들어 빅데이터를 만드는 도구 개발까지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우리나라 젓가락 그리고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더불어 이렇게 깊고 넓은 사유를 글로써 표현할 수 있는 이어령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들었다.

사담이지만 수능출제 위원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의 글을 수능의 비문학 지문 활용을 추천하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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