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만나는 일본 문화 이야기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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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무더운 여름, 일본 오사카와 교토에 여행을 다녀왔다.

아름다운 야경과 시원한 밤바람으로 해방감을 느꼈던 오사카의 공중정원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아름다운 은각사와 아기자기한 교토 거리들

그리고 저렴하고 맛난 음식들과 시원한 생맥주까지.

맛집을 찾아간 것도 아닌데, 어떻게 들어가는 가게마다 음식이 맛있었는지!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꼭 다시 한 번 더 오사카에 가서 가보지 못한 곳도 가고, 못 먹은 음식들도 다 먹을꺼라고 호언장담을 했건만,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기약없는 기다림 중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 책을 받았을 때 너무 얇고 작아서 당황했다. 게다가 흑백이라니...

보통 이런 계열의 책은 컬러풀 해야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부담없이 가볍게 읽기 좋겠네.' 라는 생각으로 읽었다.

이 책은 저자가 일본에서 겪은 경험에 대한 단상과 일본의 독특한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데파치카'에서의 식사를 추천한다든지, 신주쿠 규동집 타츠야, 편의점 도시락, 오미야게 문화, 츠타야 서점, 료칸 이야기 등 가벼운 이야기 부터, 일본 도쿄대 출신 엄마들의 교육관 이야기, 나이가 든 의사와 택시기사 일화 등 한 번 쯤 생각을 해 볼만한 이야기들도 담겨져 있다.

* 데파치카(백화점+지하): 백화점 지하매장으로 주로 식품이나 식품재료를 취급하는 곳


인상 깊었던 키워드를 몇가지 이야기 해보자면,


시니세와 모노즈쿠리 그리고 장인정신 파트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 시니세 : 오랜 전통을 가진 기업이나 상점

* 모노즈쿠리 : 직역으로는 '물건을 만드는 것',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독특한 제조 문화를 일컫는 대명사

일본의 작지만 전통과 개성을 갖춘 가게들로 채워진 거리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어느 순간 프랜차이즈 가게로 가득찬 우리나라의 거리를 생각하니 슬펐다.

우리나라도 다양성과 장인정신을 존중해야해! 라고 외치기에는

나조차도 작은 가게보다 '그래도 대기업, 그래도 프랜차이즈 식당이 안전하고 맛도 중간은 하니깐.'이라는 생각으로 프랜차이즈 가게를 선택하는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p. 47

일본에서는 이미 17세기 초인 에도시대부터 기술직을 존중하는 의식이 정착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조선왕조 광해군 시대가 막 시작되었던 시기입니다. 그 떄문에 칼을 들고 백성들을 수탈하고 서민들을 괴롭히던 지배층인 사무라이보다는 땀 흘려 일하는 부지런한 장인과 장인의 물건을 서민들에게 제대로 공급시켜주는 시니세(오랜 전통을 가진 기업이나 상점)의 상인들을 존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아들, 손자로 기술을 계승시키는 데서 이른바, '장인정신'을 기리는 풍조가 싹트게 되었습니다.


p. 48~49

일본은 '모노즈쿠리' 등 한 분야에서 탁월함을 보이는 장인정신을 높이 평가하는 나라입니다. 일본의 제조업은 "경쟁력의 핵심은 기술력"이라며 연구개발(R&D)에 목숨을 거는 일본 특유의 풍토가 있습니다.

...

"돈이 되는 제품보다 남이 안 만드는 제품을 만들여는 기업 풍토"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세계 최초나 일본 최초의 제품을 만들려면 응용 기술만 가지고는 안된다. '기초기술'이 튼튼해야한다. "라고 말합니다.


모던보이 이상과 도쿄 / 김영하 여행자 도쿄

15년전 도쿄여행에서 오다이바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축소판을 보고 느꼈던 괴랄함을 아마 이상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일본이 제창해온 탈아입구의 쇼핑몰 버전인 오다이바.

간 사람들은 다 환상적이었다고 하는데, 왜 나는 그 때 환상보다 피곤함을 느꼈을까?

개인적으로 오다이바 보다 오히려 오다이바를 가기 위해서 탔던 유리카모메(무인전차)를 탔던 기억이 더 강렬하고 즐거웠는데, 그 이유를 단순히 취향의 차이로 넘겨버렸는데,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p. 97~98

실제의 동양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서양인들이 제멋대로 만들어내는 동양을 에드워드 사이트는 '오리엔탈리즘'이라 정의했고 반대로 도양인들이 제멋대로 만들어내는 서양이 바로 '옥시덴탈리즘'입니다.

...

이상은 도쿄에서 옥시덴탈리즘의 결과물을 보았지만 무척이나 실망을 한 듯합니다.


저자는 일본에서 01년에 1년간 도쿄에서 어학연수를 받은 경험이 있다보니, 도쿄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도쿄는 15년전 추운 겨울날에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추위에 덜떨 떨어서 그랬는지,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넉넉하지 않은 시절에 무리해서 간 여행이다보니 빡빡한 여행일정으로 힘든 경험만 잔뜩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과거는 미화되기마련인데,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감정들과 실망감이 잔상처럼 남아 도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야기한 와세다 대학, 오다이바, 긴자 그 때 다 가봤는데... 라고 생각하니 아련한 감정을 처음으로 느꼈다.

문득, 와세다 대학 옆 로얄 리갈 호텔에 하룻밤 묵고, 오쿠마 정원에 아침 산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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