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 - 불편한 기억 뒤에 숨겨진 진짜 나를 만나다
강현식 지음 / 풀빛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저마다 상처받은 기억들을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간다.

지우개가 있다면, 상처받은 그 기억들을 모조리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저마다 각자의 아픔을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간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어갈 무렵에는 그 기억을 연상시키는 장소, 물건, 사람들을 접하게 되면 그 상처받은 기억들이 다시금 떠올라 고통을 받곤 한다.

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

이 책은 그 답을 7개의 사례로 이야기 해주고 있다.

제1장 : 성폭행

제2장 : 학대

제3장 : 첫사랑

제4장 : 펫로스 증후군

제5장 : 교통사고

제6장 : 오염강박

제7장 : 가스라이팅

< 제1장 >

성폭행 피해자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자기비난, 자책을 한다.

그러나 그 때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태, 즉 무력했음을 인정해야한다. 내가 뭘 할 수 있었던 게 아니므로, 당장 자기 비난을 멈추고, 무력감을 받아들여야 한다. 더 나아가 내가 입은 피해를 이야기 하여 나혼자만의 경험이 아니라 '보통의 경험'임을 확인하여 이 사건을 숨겨야 할 사람은 가해자이지 피해자인 내가 아님을 기억하여여 한다는 것을 이 책의 저자는 밝히고 있다.

p.35

그때로 돌아가면 달라질까?

통제할 수 없었던 과거의 상황을 마치 통제할 수 있었을 거라고 착각하는 걸 ‘통제력 착각’이라고 한다.

사람이 착각에 빠지면서까지 통제감을 갖고자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 상황에서 자신이 너무나 무기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후로 통제감을 가지려 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비난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책과 자기 비난은 심한 경우엔 반복적인 자해와 자살 시도로 발전할 수 있다.

그렇기에 통제력 착각은 당장 멈춰야 한다.

p. 41

실제로 미투운동을 통해 그동안 가려져 있던 성폭력이 많이 드러났고,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그러나 미투운동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피해자들의 심리적 고통을 상당 부분 덜어주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고통은 경감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가리켜 ‘보편성’이라고 한다.

< 제2장 학대 >

최근의 읽은 오은영 박사의 '화해'와 거의 동일한 주제(용서)를 이야기하고 있다.

오은영박사의 '화해'는 면담사례를 위주로 풀어 나갔다면, 이 책은 심리학 이론을 조금 더 담고 있다.

소제목들이 절묘하다.

맞은 사람만 있고 때린 사람은 없다.

나를 위해 시작해보는 용서

굳이 관계를 회복하지 않아도

p. 59

부모의 체벌을 학대라고 여기는 지금의 분위기와 다르게, 예전엔 체벌과 학대가 당연시되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모를 찾아가서 과거의 일을 따져도 진심으로 사과받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가 느끼는 억울함은 과거의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우리가 용서를 하고 싶어도 두가지의 장애물이 있다고 한다.

첫번째는 '외부의 압력'이다. 가족이나 친척이 연루된 폭력과 학대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더 크게 상처받는 이유는 용서를 강요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가족주의적인 성향이 크기 때문에 가정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넘어가기를, 참기를 직접적으로 또는 은연중에 강요당한다.

두번째는 용서와 관계의 회복을 동일시하는 생각이다. 용서를 하면 부모와 가까이 지내야하고 친밀하게 지내야 한다고 은연중에 생각하지만, 용서와 관계의 회복은 별개라고 봐야한다. 나자신을 위해 용서는 하되, 관계회복을 할 필요는 없다.

p.79

용서했다고 반드시 그 사람과 잘 지낼 필요도 없다.

학수처럼 부모를 용서하고자 마음먹은 상황일 때, 앞으로 잘 지내야 한다는 문화적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을 다치면서까지 부모와 굳이 잘 지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 용서한다고 관계를 예전처럼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책을 읽기전에는 시중에 팔리고 있는 가벼운 자기계발 도서일꺼라고 생각했는데,

심리학적인 부분, 뇌과학적인 부분 등 전문적인 부분도 있고, 저자가 공들여서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최근에 읽은 용서, 화해 이런 주제를 담고 있는 책 중에서 가장 괜찮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