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이어주는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ㅣ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23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지음, 김영진 옮김,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4월

우연히 소피를 맡게 된 라킨네 가족은 말하지 못할 과거의 상처로 마음 한 쪽이 아픈 사람들이다. 모두 알고는 있지만, 서로 위로하며 그 상처를 보듬을 자신이 없어서 각자의 마음에 담아 두고 있을 뿐.
그런 그들에게 소피와 함께 한 시간은 새로운 계기가 된다. 제대로 살지 못하고 금방 하늘로 떠나버린 라킨의 남동생을 인정하는.

언젠가는 떠날 소피에게 마음을 주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그 노력은 허사가 되고 깊이 묻어둔 자신들의 아픔을 서로 나누며 진정한 가족이 된다.
살아가는 동안 마주하는 크고 작은 상처를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밖으로 드러내서 해소하든가 안으로 깊이 묻어두든가.
큰 상처일수록 말하지 못하고 꽁꽁 묻어두게 된다는 걸, 그 아픔을 누군가에게 꺼내놓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라킨네 가족을 이해할 수 있다.

지루하다 싶을 만큼 잔잔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아이들이 지은이의 섬세한 표현력에 쉽게 이끌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생기지만 꼼꼼히 읽는다면 가능하겠다.

십 년 후 소피와 라킨네 가족이 다시 만났을 때 소피가 내민 가위 바위 보...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아름다운 손짓에 또다시 감동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면 그림이 보여요

옛 그림 속으로 풍덩 - 조선시대로 놀러가자! ㅣ 아이세움 열린꿈터 3
장세현 글, 서선미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4월

긴 꿈을 꾸는 주인공 다빈이를 따라 한참을 간다.                                                               

궁궐에 가고 평민의 생활도 겪어보고 임금님을 찾으러 다니는 동안에 '조선시대 생활상을 그려

놓은 기록 사진' 이란 풍속화를 많이 만난다.

여러 번 봤던 유명한 화가의 풍속화는 물론이고 처음 대하는 그림도 저절로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에게 인식시키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다빈이의 꿈 속 여행이 자연스럽게 이끌어줘서

부담 없이 구경하며 읽어갈 수 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궁궐 나들이 계획도 세워 보고 작년에 다녀 온  화성행궁도 떠올리면서

아이와 함께 반가워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예술 작품 감상에 관한 책들이 많은데 이 책은 우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좋다. 또 나와 있는 그림이 대부분 박물관 소장품이라 짧은 박물관 체험을 계획하기에도 적합하다.

자주 경험하다 보면 그림을 대할 때 막막해지는 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그 시간이 쌓이면 평범하지만 자신만의 안목이 생길 것이다.

지루하지 않게 그림 감상을 할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느껴 본다.

봄날의 향기를 품 안에

알프스 소녀 하이디 - 자연이 마음의 병을 낫게 해 준대요! ㅣ 아이세움 논술명작 34
요한나 슈피리 지음, 김동화 엮음, 정경화 옮김, 박우현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2월

알프스 소녀 하이디는 살랑대는 봄바람과 향긋한 봄나물을 떠올리게 한다.                   

자연을 닮은 순수한 마음처럼 그 모습도 환할 것 같은 아이, 곁에만 있어도 마음이 깨끗해져서 자꾸 보고 싶은 아이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인데 다시 봐도 느낌이 그대로이다.

무뚝뚝한 할아버지와 순진한 페터, 병약한 클라라도 그렇고 틀에 박힌 어른의 전형인 로텐마이어 역시 그렇다.

자연이 주는 깨끗함과 편안함을 고스란히 지닌 하이디는 누구를 만나든지 상대방의 마음을 따스하게 채워주고 순수하게 만든다. 책을 대하는 아이들이 그 대단한 힘을 느끼고 자신도 닮고 싶어 하기를 바란다.

어린 날 봤던 만화의 장면이 생각난다.

알프스의 오두막에 풀 침대가 뚝딱 만들어지고 맛난 저녁이 차려지더니 달빛을 받으며 잠드는 풍경... 가까이서 들려오는 전나무의 노래가 더해져 평화롭고 아늑한 풍경이었다.

나중에 크면 꼭 가봐야지 했는데 이젠 딸아이와 함께 하이디마을에 가 볼 꿈을 꾼다.

아이들이 재미난 이야기를 읽으며 감성을 풍부하게 키웠다면 이어지는 논술 부분을 만나 보자.

깊어지는 논술을 차례대로 따라가며 생각 키우기에 빠져보는 것도 괜찮다. 부모와 함께 해도 좋고 워크북과 가이드북을 이용하면 혼자서도 마무리할 수 있다.

진정한 영웅 만나기

헤라클레스 ㅣ 이윤기의 영웅 이야기 1
이윤기 지음, 최용호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4월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힘이 세고 가장 유명한 헤라클레스가 또 우리를 찾아왔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화가들이 그리고 조각가들이 석상으로 만들었다는 헤라클레스가 이번에는 영웅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의 아들이자 올림포스 신전에서 최고의 힘을 지닌 두 신들의 싸움으로 인한 희생물이다. 작가는 영웅의 파란만장한 삶을 재미난 옛날 이야기 들려주듯 조근조근 풀어낸다.

헤라클레스는 인간을 위해 신들과 싸운다. 그는 영웅답게 자신에게 던져진 힘겨운 운명을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헤쳐나가고,  그 용기에 우리는 박수를 보내며 부지런히 책장을 넘긴다.

뛰어난 입담을 자랑하는 작가의 친근한 말투는 몇 번을 들어도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 준다. 신화 속의 주인공이라는 무거운 겉모습 대신 인간적인 영웅 이야기는 금방 책에 빠져들게 한다.

영웅 헤라클레스는 사람의 힘으로 해낼 수 없을 정도의 벅찬 과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의 지치지 않는 용기와 끈기를 아이들이 한껏 느끼고 전달받기를 바란다.

이 책으로 인해 지루하기도 하지만 우리를 끌어당기는 묘한 힘을 가진 신화를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차근차근 그 주인공들을 만나 볼 생각이다. 

바람 타고 물결 넘어 꿈에 본 섬으로

보물섬 - 우리 삶 어딘가에도 보물이 숨겨져 있어! ㅣ 아이세움 논술명작 36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양은진 엮음, 박승원 그림, 박우현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2월

용기 있고 당찬 소년의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는 언제 봐도 지루하지 않다.

어릴 적 재미나게 봤던 TV 만화도 마찬가지고 새로운 장정을 한 책 또한 그렇다.

어린 나이지만 어른 못지않은 용기와 적극성을 지닌 주인공 짐의 활약은 또래 아이들의 지지를 받기에 충분하다. 지은이가 아들을 위해 이야기를 만들면서 교훈 보다는 진정한 즐거움을 주려고 했다는데, 쉬지 않고 책장을 넘기게 되는 이유가 그것인가 보다.

가볍고 친근한 분위기의 표지는 지루한 고전은 가라고 외치는 첫인상을 준다.

<명작 살펴보기>는 이야기에 관한 배경 지식을 넓히도록 도와주고 <깊어지는 논술>에서는 작품과 작가 소개를 하며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떠올려 보게 한다.

이어지는 <논술 워크북>에서는 비판적 창의적 논리적 사고의 전환을 통해 질문에 대한 각자의 주장과 의견을 이끌어낸다. 또 페이지 마다 계속해서 힌트를 주면서 조력자로서 역할도 하고 아직 생각의 갈피를 못 잡는 아이에게는 주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이드북>은 함께 책을 읽은 부모에게 주는 지침서로 아이와 이야기 나눌 수 있게 적절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해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실버를 통해 선과 악은 구분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공존하며 양면성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등장인물들의 이중성과 작가의 세계관에 관한 이야기도 서로 나눠 본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논술/명작 시리즈는 이렇게 독후 활동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든다.

어린 날 열심히 봤나 보다. 책을 읽는 동안 만화로 만났던 등장인물도 기억나고 따라 불렀던 주제가도 흥얼거린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꿈에 본 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