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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일의 제3제국(나치) 당시 선전장관으로 악명을 떨쳤던 괴벨스를 전기적으로 다룬 책이다. 어떤 책을 읽을 때에는 영혼의 감응이랄까, 읽는 사람과 책 속 내용 간의 어떤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을 때 흡입력 있다고 느끼면서 읽게 되는 것 같은데, 이 책은 그런 책 중 하나이다.

 주인공 괴벨스는 어렸을 적 병으로 인해 만곡족이라는 기형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가톨릭을 믿는 엄숙한 대가족에서 탄생하고 성장했다. 그에게 가톨릭 특유의 엄숙한 분위기와 자신의 가족에 흐르는 '무거운 피'(엄격하고 근엄한 성격을 잘 드러내는 책 중 표현이다)의 분위기는 그의 어린시절을 지배했고, 이러한 가운데 그는 신학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고 한다. 또한 질병으로 인한 기형은 그에게 모종의 열등감, 즉 자신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종류의 느낌을 가지게 만들었으며, 이러한 열등감을 학업을 통해 보상받고자 했던 것 같다.

 그의 생애와 활동, 그리고 최후는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있다면 직접 읽어보시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책에 묘사도 잘 되어 있고, 양은 방대하지만 대체로 잘 정리되어 있는 것 같다.

 나의 관심은 왜 그가 끊임없이 히틀러를, 마치 신처럼 숭배했는가 하는 데 있다. 히틀러가 그를 질타하거나 작전에서 소외시키거나 혹은 인간적으로 모멸감을 줄 때에도 괴벨스는 꿋꿋하게 그를 믿고 따른다. 마치 인간이 아닌 애완견의 태도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정도로. 게다가 괴벨스는 정규 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나름대로 지식인 인데 반해 히틀러는 정규 교육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이건 괴벨스의 정신이 형성된 과정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는 끊임없이 자기 비하에 빠졌고, 자신을 과시하고 남의 인정을 받는 것을 추구했으며, 자신을 이끌어 줄 더 큰 존재를 찾아 헤매었다. 그것은 결국 히틀러로 귀결되었지만 그 이전엔 민족주의였을 때도 있었고, 사회주의였을 때도 있었다.

 이런 멘탈리티는 나에겐 왠지 익숙하다. 왠지 아버지를 보는 것 같달까...슬픈 일이지만 그렇다. 그렇다고 내가 아버지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나의 삶은 내가 결정할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괴벨스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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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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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을 읽으며 그 묘사가 개인적인 경험과 겹친다는 생각을 했다. 자유는 좋은 말 이지만, 인간은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존재이기도 하니까. 우엘벡은 재밌는 작가인 것 같다. 특히 연인 관계에 관한 상황 묘사는 번역이 좋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을 사게 만든 이유다. 정치적인 상상력은 나름 현실적이지만, 뭐 소설적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듯하다. 충분히 읽어볼 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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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of Happiness (Paperback, Reissue)
Epicurus / Penguin Group USA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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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쿠로스 하면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배웠던 에피쿠로스 학파가 떠오르게 된다. 당시 쾌락주의 학파로만 배웠으니, 실제로 방탕하고 술과 성적 유희에 탐닉하는 삶을 추구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직접 그의 남아있는 글을 읽어보니 오히려 실제로는 보기에 금욕적이고 탈속적인 삶을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에피쿠로스 학파가 추구하는 쾌락은 아타락시아라는 그리스 어로 표현이 되는데, 우리말로 하면 마음의 평정, 영어로는 tranquility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이런 마음의 안정과 동요 없는 상태야 말로 살면서 추구해야할 지극한 경지라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세상에 대한 앎, 즉 과학적 태도라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과학적 지식을 통해 세상을 알게 되며, 마음의 불안과 고통을 감소시킬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쾌락주의는 방어적 쾌락주의, 즉 삶의 쾌락을 늘리는 것을 추구하는게 아니라 불행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중점적으로 에피쿠로스가 비판하는 것은 세속적인 종교인데, 흔히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종교에서 볼 수 있는 복종을 강요하는 교리, 사람들을 사후 세계로 위협하여 마음을 동요시키는 종교적 미신을 비판하였다.

 그렇다면 에피쿠로스는 어떻게 세상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는가? 기본적으로 그의 태도는 유물론적, 즉 세상은 물질의 조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모든 것은 원소라 할 수 있는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이런 점에서 데모크리토스의 철학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러한 원소들의 조합을 연구하고 사물의 현상을 탐구해 나가면 세상의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당시 그리스에서 유행하던 천체운동에 대한 탐구로서 천문학을 탈(脫) 신성화 시킬것을 주장하면서, 모든 것은 물질적으로 분석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기본적으로 여성과 노비를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그리스 시대에서, 에피쿠로스 학파가 머무는 정원에는 여성과 노비들도 신분에 제약받지 않고 모여들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철학은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족할 수 없는 자에게는 진정한 행복도 없을 것이라고 설파했던 에피쿠로스는 그 이후 서양 합리주의 과학 사조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쾌락과 오락은 넘쳐나도 한쪽 마음에 허무함이 남아 있는 듯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행복은 무엇인가를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사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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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즐기기 - 성찰없는 미디어세대를 위한 기념비적 역작
닐 포스트먼 지음, 홍윤선 옮김 / 굿인포메이션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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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서 제목도 글자 그대로 'amusing ourselves to death'이다. 제목이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영상 매체 중심 시대의 문화 분석을 초점으로 삼고 있다. 현대 기술의 발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책, 편지 등 문자 매체 시대에서 텔레비전, 비디오 등의 영상 매체 시대로의 전환이라고 한다. 세상에 대해 탐구하고 그런 정보가 후대로 이어지고 소통하는 데에 과거 인간들은 문자를 발명하여 사용하였고, 생각하는 도구 내지는 생각 그 자체가 언어를 매개로 하는 문화를 바탕으로 문명을 이끌어 왔다면, 과연 영상 매체가 등장한 이후 인류가 어떤 변화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닐 포스트먼 본인이 뉴욕 대학의 교수로 몸담고 있으면서 새로운 세대의 학생들과 마주치며 느낀 소회도 드러나 있다.

 새로운 매체의 특징으로 가장 중심적인 것은 무엇보다 끊임없는 재미의 추구라는 점이라고 보고 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집중력 있게 글을 읽으며 하나의 짜임새 있는 구조적 관점이나 언어적 문맥을 읽어내기 보다는, 즉각적인 시각적 만족과 빠른 장면 전환으로 특징지어지는 유희의 추구에 탐닉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그런 현상으로 말미암아 나타난 것이 바로 인간 사고의 유희화, 탈(脫) 도덕적 사회 풍토, 그리고 교육에서는 교육 이념 자체의 가치 추구에 대한 무관심 등의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한다. 심각함이나 고뇌, 깊은 고민 등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거나 존중되지 못하고, 끊임없는 스펙터클, 눈요깃 거리를 찾아 헤메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은 어떤 의미에서 문명의 퇴보가 아닌가 하는 저자의 물음에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그렇다고 이미 발전하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스마트폰을 모두 버리고 과거로 회귀하자는 입장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을 쓴지 20 주년 판이 나온 이 시점에서, 그의 논의는 여전히 생각해 볼 만한 가치를 지닌 것 같다. 근대 사회로 들어서면서 소위 비판적인 시민 주체가 탄생한 이래 시민의 교양은 그 사회의 수준을 결정짓는 요소로 중요하게 작용하여 왔으며, 그 도구로 글과 책이 중요한 역할을 해 왔던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과연 현대의 영상 매체 중심 세상이 과거보다 나아졌는 지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 책의 시대는 죽지 않은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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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en, Little Man! (Paperback)
Reich, Wilhelm / Farrar Straus & Giroux / 197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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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시즘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많은 갈래로 나뉘지만, 그 중에서 빌헬름 라이히는 독특한 사람으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성적 억압의 혁명도구화를 주장하면서, 심리적 억압기제가 신체적인 억압, 특히 성적 욕구의 억압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집요하리만치 연구해 들어간다. 이 책은 그의 저서 중 짧은 편에 속하지만, 그림을 간간이 섞어가면서 재미있게 논증을 구성해나가고 있다. 뭐랄까, 현대 사회에서 소위 말하는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파시즘적 구호를 부르짖는지를 분석하는데 무릎을 칠만한 내용들이 들어있다. 요즘 들어 생각해 보면 일베니 메갈리아니 하면서 서로 성적인 공격 내지는 비방, 그리고 상대를 비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만연해 있는데, 이런 기제들이 잘 따져본다면 일종의 억압적 무의식이 표출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 그의 저서 중 <파시즘의 대중심리>와 더불어 읽어볼 만한 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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