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즐기기 - 성찰없는 미디어세대를 위한 기념비적 역작
닐 포스트먼 지음, 홍윤선 옮김 / 굿인포메이션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원서 제목도 글자 그대로 'amusing ourselves to death'이다. 제목이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영상 매체 중심 시대의 문화 분석을 초점으로 삼고 있다. 현대 기술의 발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책, 편지 등 문자 매체 시대에서 텔레비전, 비디오 등의 영상 매체 시대로의 전환이라고 한다. 세상에 대해 탐구하고 그런 정보가 후대로 이어지고 소통하는 데에 과거 인간들은 문자를 발명하여 사용하였고, 생각하는 도구 내지는 생각 그 자체가 언어를 매개로 하는 문화를 바탕으로 문명을 이끌어 왔다면, 과연 영상 매체가 등장한 이후 인류가 어떤 변화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닐 포스트먼 본인이 뉴욕 대학의 교수로 몸담고 있으면서 새로운 세대의 학생들과 마주치며 느낀 소회도 드러나 있다.

 새로운 매체의 특징으로 가장 중심적인 것은 무엇보다 끊임없는 재미의 추구라는 점이라고 보고 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집중력 있게 글을 읽으며 하나의 짜임새 있는 구조적 관점이나 언어적 문맥을 읽어내기 보다는, 즉각적인 시각적 만족과 빠른 장면 전환으로 특징지어지는 유희의 추구에 탐닉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그런 현상으로 말미암아 나타난 것이 바로 인간 사고의 유희화, 탈(脫) 도덕적 사회 풍토, 그리고 교육에서는 교육 이념 자체의 가치 추구에 대한 무관심 등의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한다. 심각함이나 고뇌, 깊은 고민 등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거나 존중되지 못하고, 끊임없는 스펙터클, 눈요깃 거리를 찾아 헤메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은 어떤 의미에서 문명의 퇴보가 아닌가 하는 저자의 물음에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그렇다고 이미 발전하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스마트폰을 모두 버리고 과거로 회귀하자는 입장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을 쓴지 20 주년 판이 나온 이 시점에서, 그의 논의는 여전히 생각해 볼 만한 가치를 지닌 것 같다. 근대 사회로 들어서면서 소위 비판적인 시민 주체가 탄생한 이래 시민의 교양은 그 사회의 수준을 결정짓는 요소로 중요하게 작용하여 왔으며, 그 도구로 글과 책이 중요한 역할을 해 왔던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과연 현대의 영상 매체 중심 세상이 과거보다 나아졌는 지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 책의 시대는 죽지 않은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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