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 문학동네 플레이
한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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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는 좀비물이라는 장르적 틀 안에서 한국적 현실과 청춘의 심리를 정교하게 엮어낸 작품이다. 강남대로 한복판을 좀비떼가 뒤덮는 파격적 설정은 강렬한 시작을 알리며, 팬데믹과 백신 부작용을 계기로 발생하는 좀비 사태는 현실적 상상력을 더한다. 2012년 첫 출간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개정판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이 작품은 단순한 좀비 스릴러를 넘어 인간성과 생존, 청춘의 갈등을 밀도 있게 탐구한다.


소설의 중심에 선 제훈과 영주는 단순한 생존자 그 이상이다. 군부대에 갇혀 외부 세계를 갈망하던 제훈과,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목도하며 스스로를 지키려는 영주는 극한 상황에서도 삶의 의지를 잃지 않는다. 특히 제훈이 호텔 밖으로 탈출해 영주를 찾는 여정은 서사적 긴장감과 감정적 깊이를 모두 잡아낸다. 극단적 상황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선택과 행동은 독자에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는 용기의 가치를 환기시킨다.


작품은 처절하고도 생생한 묘사로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좀비 사태가 가져온 피비린내 나는 참극과 계엄령 속에서 점멸하는 인간성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평범한 청춘의 모습은 이 작품을 단순한 공포물이 아닌 휴먼 드라마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인플루엔자는 단순히 '재미있는' 소설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현재를 성찰하게 만드는 깊이 있는 텍스트다. 좀비를 외피로 삼아 인간의 내면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이 작품은 팬데믹 이후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한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과 용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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