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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창비 / 2021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짜 재밌었다. 책제목은 왠지 옛날 통속극을 연상시키는 느낌이라, 제목보다는 소개글의 결혼스릴러라는 단어를 보고 내심 곤걸과 같은 내용을 기대했다. 그런데 왠걸 기대한 내용과 다른데 그냥 너무 재밌다. 약간 일종의 여성 성장담이랄까, 1955년의 넬리와 2018년의 앨리스가 같은공간에서 다른시간을 보내며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성숙해져가는 이야기인데 정말 멋진 여성들이 나와서 너무좋아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넬리와 앨리스의 좋은 조언자역할을 해주었던 미리엄과 샐리 두모녀는 말할것도 없고 앨리스의 제법괜찮은 친구 브로닌, 그리고 주인공 넬리와 앨리스까지. 특히 넬리가 정말 좋았다. 진짜 이 이야기는 넬리로 시작해서 넬리로 끝난다.
네이트와 리처드를 비교하자니 어쩐지 네이트에게 미안하지만 어쨌든 두 여성에게 결혼이 가져다준 무력감은 도긴개긴 수준이었을 것이다.
초반부터 보여지는 리처드머독의 갖은 패악에 질겁하고, 넬리 챕터 서두에 언급되는 그가 물려받은 요리책들의 기묘한 레시피와 앨리스 챕터의 시작마다 나오는 아내에게 건네는 엿같은 조언들을 읽고있다보면, 내 정신도 두 여성처럼 막막하고 대책없는 기분에 빠져들지만 넬리는 결코 이에 무너지지않는다.(내가 너무 넬리언급만 해서 조금 민망한데 어쨌든 앨리스도 꽤나 멋지다. 넬리가 사실 완성형이었다면 앨리스의 결말 이후의 삶은 더욱 기대해볼만 하다.)
좋았던 구절들
📎“정말 운이 좋으신 거에요…그러니까 꽉 붙들고 사세요, 아시겠죠?”
나만 사랑해주는 남편, 저런 남자를 만난 운 좋은 여자.
📎넬리는 자기 역할을 잘 알고 있었다. 남편에게 공손한 아내, 자기 탓이 아닌 일로도 사과하는 아내, 자기 삶이 아무리 힘들어져도 남편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 아내. 완벽한 아내.
📎지금보다는 숨통이 좀 트인 삶, 아이 못 낳은 리처드 머독의 부인보다는 더 나은 삶. (중략) 결혼이 즐겁고 윤택한 삶에 이르는 길이라 굳게 믿으며 매달리지 않았다면 행복의 비결을 스스로 발견했을지도 모르는데.
📎왜 엄마는 여성에게도 선택의 방법이 있다는 진리를 믿지 못했을지 영원히 의아할 것 같았다. 태양은 언제나 돌아온다…당신이 그것을 기다릴 만큼 강인하기만 하다면.
넬리의 마지막 챕터에서 그가 스스로를 정의하는 장면 진짜 좋았다. 그리고 앨리스의 마지막 챕터에서 이후 넬리의 행복하고 편안한 진짜모습을 담은 사진을 자신의 책상앞에 두는 앨리스를 보며 시대를 뛰어넘은 여성의 진한 이해라고 해야될지 어쨌든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감상을 쓸때 도저히 스포일러를 날리지 않고는 쓰지 못하는 바보라서 또다시 이렇게 줄거리를 스포하고마는데, 사실 이소설은 시작하면서 주요골자를 이미 다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라 그냥 두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고 공감하며 읽는 재미가 더 컸다.
앞에서도 말했는데 진짜 재밌다. 사백쪽이 훌쩍 넘는 제법 두꺼운 책인데도 남은 페이지수를 헤아리지 않고 정신없이 읽었다. 혹시 최근 독서권태기를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적극 권장할만한 책!
창비 스위치서평단을 통해 책을 제공받았지만 서평은 제 감상을 넣어 솔직하게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