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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늙은 여자 - 알래스카 원주민이 들려주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짐 그랜트 그림, 김남주 옮김 / 이봄 / 2018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노화에 안주하며 그저 흘러갈뿐인 하루하루를 덧없는 불평으로만 보내던 두 여자가 다시 한번 생의 불꽃을 환하게 태운 멋진 이야기였다.
그위친족의 전승되는 설화를 각색한 내용답게 예상되는 교훈을 보여주는 결말이었지만, 뭐랄까 가슴벅차게 하는 이야기였다.
결코 둘이 아니었다면 살아남을수 없었을 두늙은여자의 일년을 따라가며 당연하게 불평해왔던 하루하루를
(156p)더이상 자신들의 매일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로 바꾸게한 일년간의 처절한 생에대한 의지를 보며, 그들이 자신의 노고를 단지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부족민들의 존경으로 치환하는 것이 온당한 대접인가하는 의문도 품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슬픔을 묻어두고 부족에게 교훈을 가르쳤기에 그들은 성장한것이겠지. 다읽고도 족장과 부족민들에게 멋지게 한방먹일 생각부터 하는 나는 성장하지 못했고.
21세기의 한국사회는 추운겨울에 칙디야크와 사를 눈밭에 내버리고 가진 않지만 그들이 추운겨울에도 길거리에서 공병과 폐지를 줍도록 만든다. 칙디아크와 사는 오랜 경험과 지혜를 다시금 기억해내어 그들의 생존에 적용하지만 2022년의 두늙은여자는 과연 한국의 겨울에서 살아남을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좋은책을 읽고나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나는 서른개의 여름을 맞이하던 해에 운전을 처음 배웠고, 이번 가을에서야 김장을 담그는 방법을 알았다. 앞으로 내게 찾아올 봄여름가을겨울은 아직 내가 겪지 못한 새롭고 다채로운 경험들로 가득찰 것이다.
두늙은여자를 읽으며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나의 노년에 기대를 품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분발해야지, 새로운 여름이 찾아올때마다 조금씩 배우고 성장해나갈 나를!
80대가 되어 돌아온 델마와 루이스라는 카피를 보고 기대하며 읽었는데 멋진 두 여성의 노년의 성장담을 알게되어 기분이 좋다. 나의 노년 또한 그러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