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녀 -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김남주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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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지 않았던 이가 어디 있으랴. 소박하건 웅대하건 그나름의 소망과 포부를 안고 이상을 그렸을 것이다. 꿈꾸는 것으로만 끝나기도, 끝내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성취하기도, 혹은 발걸음을 내딛었지만 결국 스러지기도 한다. 이 소설은 어떤 결과를 맞이했건 그모든 시간을 견뎌낸 이들을 위로하는 글처럼 느껴졌다. 아직 꿈을 위해 길을 나서지 않은, 꿈을 좇는 어린 새소녀에게는 읽히고 싶지 않은 글이었다.

자유를 구속당하는 삶을 원하지않아 자신의 길을 나섰을 뿐인 주툰바에게 삶은 너무 가혹했다. 사실 전설일뿐인데도 그 묘사들이 너무 참혹해서 읽는내내 할말을 잃었다. 다구의 꿈을 위한 여정 또한 내내 고되지만 결국 그는 해의 땅을 발견했다. 꿈을 이루고 고향에 돌아갔을 그에게, 작가가 메꾼 빈칸들은 혹독한 시련의 연속이었다.
단지 바란 것은 공동체 밖에서의 오롯한 삶이었을 두 청춘이 지난한 세월을 거쳐 다시 공동체에 합류하는 모습은 너무 서글펐다. 이게 맞는걸까? 지은이의 말에서 저자는

요점은 우리 모두는 각기 다른 이유로 고향을 떠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에게 이것은 진실이다.

라고 말했지만 나는 돌아오지않을, 아직 꿈을 놓지않았을 어떤 주툰바와 다구를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돌아온다고 해서 그것이 결국 꺾여버린 생은 아니니까. 소설의 마지막 끝맺음이 위로가 되었다.
그들은 이제 과거를 뒤로 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터였다.

나는 시련이 사람을 연단하고 고난으로 담금질을 해야 단단해진다는 말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편이라 읽는내내 마음이 무겁고 힘들었다. 그래도 그들의 이야기에 박수를 치고 싶었다. 우리는 미래를 알지 못하고 나아가지만, 그 결말을 알더라도 그들이 주춤했을까. 꿈을위한 여정은 그모든 위험을 감내하고 걷는 길이었을 것이다.


“난 원하는 대로 살고자 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나를 ‘미친 여자’라고 부르더군요. 이제 그런 것에 익숙해요.”
”너는 이런 식으로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른 누가 하는 말에 휘둘리지 말고 네 마음을 들여다보고, 네 머릿속을 들여다보면서 말이다. 이건 네 인생이다.”

부디 모든 주툰바와 다구들이 자신의 꿈을 후려치고 깎아내리는 말들에 주눅들지 않기를 소망한다. 어쨌든 꿈을 향한 여정은 실패마저도 내게는 어떤 자산이 될 것이다. 소설처럼 너무 끔찍한 경험은 사양하고 싶지만.

작가는 자신의 때를 누리기엔 너무 일찍 태어난 두 젊은이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 적절한 때란 언제일까, 현재의 주툰바와 다구는 자신이 원하던 꿈을 완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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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늙은 여자 - 알래스카 원주민이 들려주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짐 그랜트 그림, 김남주 옮김 / 이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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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노화에 안주하며 그저 흘러갈뿐인 하루하루를 덧없는 불평으로만 보내던 두 여자가 다시 한번 생의 불꽃을 환하게 태운 멋진 이야기였다.
그위친족의 전승되는 설화를 각색한 내용답게 예상되는 교훈을 보여주는 결말이었지만, 뭐랄까 가슴벅차게 하는 이야기였다.

결코 둘이 아니었다면 살아남을수 없었을 두늙은여자의 일년을 따라가며 당연하게 불평해왔던 하루하루를
(156p)더이상 자신들의 매일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로 바꾸게한 일년간의 처절한 생에대한 의지를 보며, 그들이 자신의 노고를 단지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부족민들의 존경으로 치환하는 것이 온당한 대접인가하는 의문도 품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슬픔을 묻어두고 부족에게 교훈을 가르쳤기에 그들은 성장한것이겠지. 다읽고도 족장과 부족민들에게 멋지게 한방먹일 생각부터 하는 나는 성장하지 못했고.

21세기의 한국사회는 추운겨울에 칙디야크와 사를 눈밭에 내버리고 가진 않지만 그들이 추운겨울에도 길거리에서 공병과 폐지를 줍도록 만든다. 칙디아크와 사는 오랜 경험과 지혜를 다시금 기억해내어 그들의 생존에 적용하지만 2022년의 두늙은여자는 과연 한국의 겨울에서 살아남을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좋은책을 읽고나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나는 서른개의 여름을 맞이하던 해에 운전을 처음 배웠고, 이번 가을에서야 김장을 담그는 방법을 알았다. 앞으로 내게 찾아올 봄여름가을겨울은 아직 내가 겪지 못한 새롭고 다채로운 경험들로 가득찰 것이다.
두늙은여자를 읽으며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나의 노년에 기대를 품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분발해야지, 새로운 여름이 찾아올때마다 조금씩 배우고 성장해나갈 나를!

80대가 되어 돌아온 델마와 루이스라는 카피를 보고 기대하며 읽었는데 멋진 두 여성의 노년의 성장담을 알게되어 기분이 좋다. 나의 노년 또한 그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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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딸들 - 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와 그들의 어머니
소피 카르캥 지음, 임미경 옮김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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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딸들은 일종의 소설의 형태로 쓰인 전기로, 작가의 생애를 포괄적으로 다루기보다는 모녀관계가 주로 얽힌 유년기~생애전반부~개별적인 주요사건들을 다루고 있어, 작가에 대해 상세히 알고싶다면 조금 적절치않은 선택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세 모녀의 애착관계와 그 관계형성이 작가의 글쓰기에 끼친 영향을 중점적으로 다룬 글쓴이의 의도가 흥미로웠고 재미있게 읽었다.
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 셋 모두 그리 잘알지 못하는 작가들이라 글을 이해하지 못할까봐 걱정스러웠는데, 이 책은 글쓴이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초반부 작가의 생애와 자연스럽게 엮어 소설처럼 씀으로써 쉬이 그 삶의 큰줄기를 따라갈수 있게 도왔다.

📎뒤라스가 여성의 열정, 광기, 지성을 탁월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덕분이다. 그가 어머니의 간헐적이고 단속적인 사랑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한 덕분이다.
📎그렇다, 시몬은 어머니에 대해 글을 쓸 것이다. 어머니는 결함투성이였고, 강철 같은 의지를 넘어 독선적이었고, 그의 사랑은 넘치다 못해 어긋났지만, 시몬으로 하여금 자유를 향해 나아가게 한 것은 바로 어머니의 그 결함과 비타협성과 무절제한 사랑이다.

읽다보면 내가 평가하는게 우습지만 뒤로갈수록 그나마 나은 어머니다 싶은데, 콜레트의 모친 시도는 어떻게보면 나름 존경받을만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프롤로그에도 언급되는 시도의 편지와 그에 덧붙이는 훗날의 콜레트의 문장. 다들 꼭 콜레트의 산문 [선인장의 편지]를 읽어봤음 좋겠는데, 자식에게 이런 경의를 받는 부모라면 인생이 후회스럽지 않을 것 같은 기분.
책을 읽으면서 작가들의 작품도 궁금해져 내친김에 찾아읽어보기도 했는데, 아 콜레트 진짜너무짱좋다. 100년전 파리를 휩쓸었다는게 넘나이해가고요, 초기작 후기작 둘다 읽었는데 둘다 좋아서 딴작품도 더 구입해서 읽어야지. 제발 다른 작품들도 빨리 번역되었으면🙏
개인적으로 순수와 비순수 너무 좋았다. 클로딘 시리즈 너무 톡톡튀고 재기발랄해서 좋았는데 영화 콜레트까지 보고나니 하 이건 착취인데 망할,,,싶기도 하고. 어쨌든 전기를 통해 작가에 대한 흥미를 갖게되어 책과 영화 여러매체를 통해 한걸음두걸음 더 가까이 가게되어 좋았다.

책은 결국 어머니와 딸의 관계, 작가의 긴 생애 중 한토막만을 단편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옮긴이의 말마따나
📎딸의 글쓰기의 출발점으로서 어머니가 한 작가의 작품세계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미로를 더듬어나갈 하나의 실타래 역할을 해줄 수는 있을 것이다.
작가를 깊게 알기 전, 첫만남으로서 좋은 선택이었다. 이 책을 통해 작가들의 글쓰기의 첫 시작을 엿보는 경험은 흥미로웠고, 이후 그들의 원숙한 작품세계를 접하기위한 발판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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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대의
지젤 알리미 지음, 이재형 옮김 / 안타레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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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첫 번역출간된 지젤알리미의 저작이다. 원본은 1970년대에 출간된만큼 당시 지젤알리미의 주요 업적인 낙태처벌법 폐지운동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로 나온다.
사실 난 지젤알리미의 업적에 무지했는데, 이번 기회에 그의 책을 읽으며 여성주의에 대해 또한번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본인을 좌파페미니스트라고 지칭한 반식민반자본주의 운동가로서 그의 생애는 참으로 다채로운 업적으로 가득차 그를 잘 몰랐던 내가 민망할 정도였는데, 그의 생각 하나하나 모두 너무도 타당하고 옳아 연신 밑줄을 그으며 탐독했다.
사실 시작되는 부분의 옮긴이해설-개정판서문-초판서문만 읽는데도 박수가 나오는 문장이 많았다.

📎페미니즘은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 페미니즘은 어제 쟁취한 권리가 오늘의 테러에 굴복하지 않도록 만들 것이다. 모든 여성 시민과 남성 시민이 타인을 억압하지 않고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페미니즘은 민주주의가 진정한 의미를 되찾도록 만들 것이다. 페미니즘은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공화국의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도록 만들 것이다.

페미니즘 혁명이란 젠더에 상관없이 모든 인류가 억압에 벗어나 성역할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를 누리는 휴머니즘 이라는 말이 좋았다.

1장 나의 삶으로 시작되는 저자의 출생과 유년시절, 프랑스에 건너가 시작된 고등교육, 그리고 임신중지 경험까지. 알리미는 낙태처벌법 폐지운동 전까지 겪었던 자신의 차별경험에 대해 차근차근 토로한다.
열아홉에 겪었던 임신중지와 모멸감, 여성 변호사로 일할때 겪었던 불합리, 출산은 신성한 것이라 떠들어대지만 정작 임산부에게는 그에 상응한 대우는 커녕 실력마저 깎아내리는 말들. 결국 과거와 다를바 없는 현재가 눈앞에 겹쳐졌다.

📎우리가 벌이는 투쟁의 중심축은 ‘여성 해방’이었다. 그중에서도 피임과 낙태를 합법화함으로써 여성을 짓누른 억압의 한 부분이 사라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1971년 보비니 재판으로 촉발된 낙태처벌법 폐지운동의 기승전결을 읽으며 여러 생각을 했다. 사실 MLF의 노선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이 사건에서는 지젤알리미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서문에서부터 설파하던 법의 중요성, 현재 우리나라는 임신중지법 위헌 판결후 입법공백상태라는 사실이 다시한번 뼈아프게 다가오는.

📎법이 폐지될 때 달라지는 점은 억압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낙태가 더는 불법이 아니게 된다. 지금까지 다니엘 메투아는 고발당했지만, 이제부터는 법이 폐지된 덕분에 고발도 기소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으로 충분할까?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일까? 억압을 없애는 것은 여성이 자유를 누리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더 나아가야 한다. 법과 제도까지 마련해야 한다.

📎심지어 형식적 자유의 틀 안에서도 법의 부재는 경제적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자유라고 할 때 모든 것을 포함해서 생각했지만, 대부분 사람에게 자유란 경제적 자유에 불과했다.

📎억압받던 여성들에게 “이제 낙태는 불법이 아니니 병원에 가도 돼요.”, “낙태는 자유니까 알아서 잘해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그들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보비니에서의 외침처럼 실질적 분열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낙태 시장에서 ‘자유로운 시도’나 ‘자유로운 선택’은 가난한 여성들에게는 여전히 다른 세상 이야기다.

마지막 8장 투쟁의동력 파트도 흥미로웠는데, 개정판 서문에서 그가 언급한 “여성 혐오는 우파든 좌파든 어디에나 있다” 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알리미가 짚는 부분처럼 프롤레타리아 여성과 프롤레타리아 남성 모두에게 착취가 일어나고 공통착취에는 공통투쟁으로 대응하지만 여성에게는 과잉착취라는 계수가 추가된다는 점. 결국 여성은 계급억압과 성억압에 맞서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해 여성의 투쟁은 여성을 넘어서야 한다.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의 문제다. 여성의 투쟁이 기존 지배구조를 해체하면 여성은 객관적으로 완전한 해방에 이를 수 있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넓게 바라보면 여성을 해방시키는 것이 곧 남성을 해방시키는 것이며 모두를 해방시키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다.

뒷부분의 꼼꼼한 주석들과 부록들도 유심히 살펴볼만한데, 특히 자발적 임신중단에 관한 법률개정안 입법이유서를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나라도 임신중지법 관련 입법공백이 부디 더 길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다.
수많은 변론들을 쓰고 말했을 그의 글솜씨는 당연히 유려했겠지만서도, 번역또한 잘되지않았나 싶다. 그리 쉬운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좋은 인문교양서를 읽으며 역자의 번역에도 감탄하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생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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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에서 춤추다 - 언어, 여자, 장소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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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귄의 에세이 3부작 격인 이글은 작가의 1976-1988년 까지의 강연,에세이,서평을 모은 책으로, 출판 전 작가의 퇴고과정을 거치며 이후 생각이 변화한 부분은 파란잉크의 덧붙이는 글을 함께 수록한 편집본이다.

내가 르귄을 처음 알게된 것은 (내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세월의돌을 연재할때) 전민희 작가 덕으로 어스시 시리즈를 추천하는 사담을 읽고나서 였는데, 테하누라는 이름이 너무 판타지스럽고 멋있어서 몇년이 지난뒤에도 계속 기억하고 있었고 나중에서야 쫌쫌따리 모은 용돈으로 사서 읽었다.

이렇듯 오랜세월 애정하는 어스시연대기지만 정작 내게 강한 충격을 주었던건 르귄의 다른 대표작인 헤인시리즈이다. 내가 정말 사랑해마지않는 이 이야기는 출간직후부터 소설의 젠더적 측면에서 갑론을박이 오고갔고, 그에대한 르귄의 사유가 쓰인 것이 책에 수록된 젠더가필요한가_다시쓰기 이다.
르귄의 게센인 대명사 수정전과 수정후(파란글씨) 사유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글로, 젠더적 측면만이 아닌 르귄의 SF작가로서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귀한 글이다. 이후 직시하기-누구의물레? 까지 이어지는 그의 통찰력과 질타는 장르소설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을 보여준다.

장르소설가로서의 르귄뿐 아닌, 이 에세이에서는 작가의 배려로 각 글의 주제가 기호로 표시되어있는데 페미니즘, 사회적책임, 문학, 여행 네가지 카테고리이다.
개인적으로는 여행편의 1430호차, 9호실이 내가 오래전 기억하는 기차여행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여 기억에 남았고, 페미니즘 카테고리의 이야기 세 편이 인상 깊었다.

어느공주이야기 는 1982년 르귄이 참석한 낙태 및 재생산권 행동연맹의 워크숍 컨퍼런스 기조연설문인데, 마지막 문단에서 텍사스 심장박동법 사태가 떠올라 입맛이 썼다.
📎우리는 그 암흑시대로 돌아가지 않아요…(중략) 하지만 우리는 빛입니다. 아무도 우리를 끌 수 없어요. 여러분 모두가 언제까지나 찬란하게, 꺼지지 않고 빛나기를 빕니다.(144p)

왼손잡이를 위한 졸업식 연설과 브린모어 대학 졸업식 축사 편은 이제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여성들에게 전하는 르귄의 조언이다. 40년전의 지천명을 바라보던 르귄이 딸뻘의 스무살 남짓 어린 소녀들에게 건네는 축언처럼 느껴지는 이글들의 내용은 결코 밝게빛날 미래를 덕담하는 내용이 아닌, 쓰고맵고 어둡기 짝이없는 현실을 가리키고 있지만, 그 기저에 깔린 르귄의 응원이 느껴지는 느낌이랄까. 괜히 뭉클해지는 기분이었다.

📎난 여러분이 스스로의 영혼을 찾고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고통이든 기쁨이든 직접 자기 삶을 느꼈으면 좋겠어요.(282p)
📎우리는 화산이에요. 우리 여자들이 우리의 경험을 우리의 진실로, 인간의 진실로 내놓는다면 모든 지도가 바뀔 거예요…(중략)우리가 다시 침묵속으로 가라앉게 하지 마세요. 우리가 우리의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누가 해 주겠어요?(284-285p)

르귄여사가 타계하신지도 벌써 햇수로 4년이 지났다. 그의 에세이는 물론 그의 작품을 읽었던 이라면 더욱 재밌게 읽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보편적으로 다가오는 따스한 통찰과 조언들이 담겨져있다. 올가을도 르귄과 함께, 고양이 파드와 함께, 그리고 그의 소설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야겠다.

이글은 황금가지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직접 읽고 쓴 저의 감상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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