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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 - 조현병 엄마와 함께
나가노 하루 지음, 조지혜 옮김 / 낮은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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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릴 때 자연스레 보호받는 입장에서 살아가며 성장한다. 그러나 모든 어린이가 그런 특권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이들은 오히려 부모가 더 아프고, 돌봄이 필요한 상황 속에서 자라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자기 자신보다 타인을 돌보는 일을 우선시해야 할 때, 삶은 그 어떤 동화보다도 혹독해진다.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는 여덟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조현병을 앓는 엄마를 돌보기 시작한 나가노 하루의 이야기다. 그는 평범한 아이로 사는 것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황금의 몸과 만 년의 마음’을 지닌 존재로 치장한다. 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스스로를 신화로 둘러싼 채 살아남으려 했던 그의 이야기는, 성장과 생존의 경계가 무너진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1부는 어린 시절부터 십대까지 이어지는 ‘끝없는 비상사태’를 기록한다. 예컨대 병원을 가기 위해 탄 전철 안에서, 엄마는 갑자기 바닥에 대자로 누워 일어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 일상이었고, 매번 환청과 망상에 휩싸이는 엄마를 지켜내기 위해 저자는 스스로를 신과 가까운 존재라고 최면을 걸었다.


하지만 신화적 비유로 자신을 감싸고 있어도, 어린아이로서의 외로움과 부끄러움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아무도 오지 않은 운동회에서 느낀 공허함, 선생님과 친구들의 관심을 갈망했던 마음,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의 행동 앞에서 겪은 좌절감. 그것들은 사실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경험했을 감정이지만, 그에게는 훨씬 더 깊고 날카로운 상처로 다가왔다.


결국 아무리 스스로를 신으로 포장해도, 아이는 아이일 수밖에 없다. 어린 돌봄자가 겪은 정서적 후유증은 2부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아직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에 돌봄자가 된 그는 정신적·신체적 고통에 시달리며 결국 스스로도 돌봄이 필요한 존재가 되어간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그는 타인을 돌보는 일에서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로 서서히 방향을 틀며, ‘황금의 몸’에서 벗어나 다시 자기 자신의 몸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기록한다.


이 책은 ‘영 케어러’라는 사회적 문제와 맞닿아 있지만, 무엇보다도 담담하면서도 시적인 저자의 문장에 독자는 깊이 빠져든다. 자식으로서의 삶과 개인으로서의 삶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또 그것이 사회와 어떻게 맞부딪히는지에 대한 생생한 체험은 읽는 내내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는 어린 돌봄자의 삶을 넘어, 우리 모두가 근본적으로 취약한 존재임을 일깨운다. 그리고 타인을 돌보는 일을 넘어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로 돌아오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삶과 연대의 의미를 새롭게 마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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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 - 조현병 엄마와 함께
나가노 하루 지음, 조지혜 옮김 / 낮은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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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기 자신보다 타인을 돌보는 일을 우선시해야 할 때, 삶은 그 어떤 동화보다도 혹독해진다.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는 여덟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조현병을 앓는 엄마를 돌보기 시작한 나가노 하루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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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빙
매켄지 워크 지음, 김보영 옮김 / 접촉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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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켄지 워크의 『레이빙』은 테크노 레이브를 단순한 음악적 사건이나 아지트의 풍경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이론이자 오토픽션으로 출발해, 우리의 몸과 세계가 일시적으로 분리되는 순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탐구하는 철저한 시도다. 트랜스 섹슈얼 연구자인 저자는 트랜지션 이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몸을 살게 되었으나 아직 세계는 그 변화를 거치지 않았다. 그렇기에 저자는 회상이나 추억을 재연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시 길을 잃을 준비를 하는 태도로 예상치 못한 발견을 한다.


『레이빙』의 흥미로움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자칫할 수 있는 그려지는 모습과 달리, 저자는 레이브를 유토피아적 도피처로 신화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이 상황을 미래가 얼마 없는 시대라는 절망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다. 그렇기에 레이브는 잠시 열리는 일시적인 상황으로 전환이 기능한다. 잠깐의 해리, 몰두, 해방, 그것들은 구원이 아니라 연명으로 작용하며 그 불완전함 속에서 삶의 가능성을 계속해서 발견해 나간다.


레이브스페이스, 제노-유포리아, 인러스트먼트 등 여러 개념들도 음악의 전환처럼 짧고 강렬하게 등장한다. 이 개념들은 거대한 이론 체계를 세우기보다는, 저자의 경험 속에서 변주하며 얼핏얼핏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것은 독자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하나로 규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개념이 뿜어내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발견하는 태도를 느낄 수 있다. 


저자가 레이브와 흑인성을 연결하는 방식도 주목할만한 하다. 그에 따르면, 테크노 음악의 기원은 흑인성에 깊이 닿아 있으며, 레이브는 그 역사적 맥락 속에서 도려낸 피난처로 읽히기도 한다. 물론 현재의 레이브는 여러 정체성과 이론이 충돌하며 퍼져나가는 공진적 공간이지만, 실제 클럽에서 들리는 사운드의 기원을 읽어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렇다면 『레이빙』이 레이빙하는, 또는 레이빙하지 않는 독자에게 무엇을 남기는 것일까. 그것은 완결된 서사가 아니라, 진행하는 리듬이다(그렇기에 하나의 레이브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들으면서 읽기를 권한다). 레이브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어도 저자가 레이빙에서 추출하는 발견을 읽다보면 독자는 어딘가에서 여전히 울리고 있을 비트를 상상하게 된다.  『레이빙』은 삶을 설명하는 대신, 삶을 흔드는 비트를 싣는다.


『레이빙』은 이론서이면서 동시에 일기 같고, 음악 같다. 그리고 끝에는 다음 비트가 오기 전까지의 침묵 같다. 레이빙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모든 개념을 이해하지는 않았고, 그리고 꼭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비트는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남을 것이다. 그것은 레이브가 끝난 후 셔츠에 남는 소금기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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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삶의 원칙 - 그의 성공을 따르고 싶다면 삶의 방식부터 훔쳐야 한다
구와바라 데루야 지음, 지소연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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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의 삶에서 비춰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에 관한 책.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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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은 위로가 되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한정원 옮김 / 프시케의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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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선생님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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