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마침내 내뱉은 말 - 말더듬과 수치심, 그리고 자신을 수용한다는 것에 관하여
존 헨드릭슨 지음, 이윤정 옮김 / 오월의봄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누군가와 사적인 통화 하는 것을 굉장히 꺼리는데, 대화를 하기 위해 말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면, 아무리 기다려도 말이 도무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내향적인 부분도 일부 작용하는 것이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기본적으로 굳이 나서서 대화를 하는 것을 즐겨 하는 편은 아니다. 그러면서 무의식적으로 말하지 않음에 대해 관심이 생겼는데, ‘말더듬’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 책이 눈에 들어와 집어 들었다.

말더듬(Stuttering)은 말의 흐름이 반복, 지속, 블록 등의 형태로 끊기는 유창성 장애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1% 안팎의 성인이 말더듬을 경험하고 있으며 흔히 말더듬을 개인의 결핍이나 극복해야 할 장애로 쉽게 여겨버린다. 『마침내 내뱉은 말』은 어렸을 때부터 말더듬을 겪어온 기자 존 헨드릭슨이 쓴 책으로, 말더듬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말더듬이가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 그리고 유창함을 정상으로 설정한 세계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나온 책이라 저자가 조 바이든에 관한 기사가 주목받았던 것으로 시작하지만, 전반적으로 자신의 삶을 따라가며 말더듬이 단순한 발화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 관계, 그리고 자기 삶의 인식 전반에 얼마나 깊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앞부분에는 말더듬이를 고쳐야 할 것으로 보며 다양한 치료법과 그에 대한 저자의 진솔한 생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말더듬이 관한 어떤 치료도 결국 저자의 말더듬을 치료하지 못하고, 결국 저자는 말더듬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말더듬을 지닌 채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저자가 부딪히는 어려움 중, 가장 크게 느껴졌던 것은 사회가 바라는 발화의 유창성이었다. 말을 잘해야 인정받는 사회(특히 미국의 경우는 스피치 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해서 더욱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에서 말더듬이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할 것이었다. 들어오는 소리는 너무나도 많은데, 자신이 할 수 있는 말이, 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속도가 사회의 속도와 다르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대화해야 할까? 말을 잘하는 방식으로 대화해야 할까? 아니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상대방의 진심을 듣기 위한 대화를 해야 할까?

솔직하고 자기고백적인 서술은 분명 이 책의 핵심적인 매력이다. 자신의 취약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태도는 용기 있게 느껴지고, 많은 독자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읽다 보면 저자의 ‘이해받고 싶음’, 혹은 ‘인정받고 싶음’이 다소 크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어 조금 아쉬웠다. 말더듬을 둘러싼 오랜 침묵과 오해를 생각하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지만, 일부 대목에서는 성찰보다는 설명과 설득의 톤이 앞서 나온다는 인상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내뱉은 말』은 소통의 윤리에 관해선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을 준다. 누군가 말을 더듬는다고 해서 그 말이 가벼이 여겨져서는 안 될 것이다. 단순히 장애에 관한 회고를 너머, 이 책은 우리 사회 유창성이라는 매력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노 요코를 처음 알게 된 건 『100만 번 산 고양이』을 읽고 나서였다. 삶과 죽음에 관한 그림책 중 최고의 작품이자 (내 눈물버튼)인 이 작품은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 있었는데, 에세이 분야에서 헤매다가 반가운 이름을 발견하여 (그리고 제에 엄마라는 단어가 있어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시즈코 상』은 그림책 작가이자 딸인 사노 요코가, 치매에 걸린 엄마를 마주하며 겪는 감정의 과정을 기록한 에세이로, 어린 시절부터 축적되어 온 증오와 반감, 돌봄을 선택하는 순간 느끼는 죄책감, 그리고 엄마로부터 받아온 복잡한 감정들이 과장 없이 담겨 있다. 저자가 그토록 미워했던 엄마를 미화하지도, 이해했다고 단정하지도 않은 채 끝까지 응시한다는 점 때문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엄마에 대한 감정을 다루긴 하지만, 교훈적이거나 아름다운 서사로 쉽게 도망치지 않는다. 도망칠 수 없었던 것일수도 있다. 저자에게는 엄마 말고도, 말없이 존재하는 아버지, 어린 나이에 죽은 형제들, 그리고 엄마를 똑같이 미워했던 자매들 등, 모두가 서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감동적인 가족의 서사라기보다, 서로를 아직 이해하지 못한 채 같은 삶에 머물르는 이야기로 읽힌다.

나는 엄마가 나를 괴롭혔던 일을 한동안 까맣게 잊어버렸다. 참 이상한 일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하나둘 그때의 일들이 떠오르더니,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98쪽

엄마에 대한 딸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흔히 볼 수 있는 비극이다. 그리고 이 기억은 떠올리려고 할수록 더욱 비극적이게 된다. 이 기억을 파고들면서 엄마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는 연민과 분노, 책임감과 냉소가 뒤섞인 감정들은 어느 하나가 옳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솔직하다. "나는 돈으로 엄마를 버린 게 확실했다. 사랑 대신 큰돈을 지불한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실버타운에 모시기로 결정하는 장면에서 저자는 해방감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며 돌본다는 말 뒤에 가려진 현실의 무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엄마의 기억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엄마, 엄마는 대체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요? 행복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나요?”

188쪽

엄마의 삶이 불행의 연속이었다는 인식 앞에서, 삶의 행복한 말년을 묻는 질문은 잔인할 만큼 공허하다. 자신을 돌본 존재를 돌봐야 하는 딸이라는 위치, 그러나 과거의 상처로 인해 끝까지 돌보지 못하는 현실. 이 책은 그 모순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다.

저자와 엄마, 이 모녀는 서로에게 잔인할 만큼 멀어 보이지만, 『시즈코 상』의 후반부에 들어서면 마음이 묘하게 뭉클해진다. 치매로 점점 아이가 되어가는 엄마와 가까워지며 저자가 남긴 문장, “나는 처음으로 엄마의 발을 쓰다듬었다.”는 화해나 구원의 선언이기도 하지만 서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점에서 이루어진 진심어린 접촉을 의미한다. 말로는 끝내 건너지 못한 감정의 간극을, 몸의 감각으로 조심스럽게 건너간 것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야말로 『시즈코 상』이 건네는 가장 정직한 위로일지도 모른다. 부모를 사랑하지 못한 마음, 미워했던 기억, 그럼에도 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사노 요코는 ‘착한 딸’의 서사를 거부함으로써, 더 넓은 공감의 자리로 우리를 초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두를 위한 비트코인 -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은
나탈리 브루넬 지음, 임지원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트코인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아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설명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흐름과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아 기대가 큽니다. 읽으면서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느꼈고, 관심 있는 분들께 충분히 도움이 될 책이라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을 처음 접하는 분들께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헤맨 만큼 내 땅이다
김상현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위로해 주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 사람을 남기는 말, 관계를 바꾸는 태도
이해인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온함을 주는 책이네요. 좋은 책 감사합니다. 공감이 많이가고 책의 지은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