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무려 스물 세자나 되는 이 책에는 위대한 물리학자 10명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의 처음 부분에서 지적했듯, 위대한 물리학자 목록을 뽑아내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몇몇 사람은 거의 이견 없이 꼽을 수 있겠지만, 나머지 자리에 누가 들어가고 누가 빠져야 할지 정하는 것은 그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다. 기준이 명확하다 하더라도 업적에 대한 평가는 개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에, 이견 없는 목록을 작성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그저 목록을 만드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업적에 따라 순위를 정하는 데에 이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그저 어떤 목록이 자신의 생각과 더 일치하는가 하는 문제가 된다.
이 책은 2013년에 "옵저버"가 작성한 위대한 물리학자 목록을 채택했다. 그리고 순위가 아니라 연대순으로 물리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정리했다. 여기에 살아 있는 물리학자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인 스티븐 호킹은 포함되지 않았다. 저자는 대중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이 반드시 '위대함'의 기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보다는 책의 제목처럼, 그 과학자가 이룬 업적이 현대인이 사고하는 방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기준으로 '위대함'을 평가했다.
그렇게 뽑힌 열 명이 갈릴레오 갈릴레이, 아이작 뉴턴, 마이클 패러데이,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 마리 퀴리, 어니스트 러더퍼드,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 폴 디랙, 리처드 파인먼이다. 물리학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을 만한 이름도 보이고, 생소한 이름도 보인다. 이 책에는 그 물리학자들이 물리학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어떻게 획기적으로 바꾸어놓았는지가 쓰여 있다.
사실 '물리학'하면 기본적으로 뭔가 어려워 보이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책 표지에 그려져 있는 여러 모형들이나, 4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두께를 보면 선뜻 펼쳐볼 용기가 나지 않을만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기본적으로 물리학자들의 짧은 위인전 같은 형식으로 쓰여 있어, 과학적 지식이 거의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읽어도 큰 부담은 없었다. 오히려 물리학과 물리학자들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이 그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도록 해준다. 게다가 연대순으로 되어 있어, 물리학의 발전 과정을 압축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리학적 교양을 쌓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물론 과학적 지식이 있다면 훨씬 풍부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배경지식이 약간 있었던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의 물리학 연구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수월하게 읽었지만, 아예 생소한 분야에 대한 연구를 읽을 때는 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도 이 책을 읽기 위해 여기에 있는 모든 과학 지식을 다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큰 상관은 없다. 이곳에 나온 천재적인 물리학자들이 어떻게 기존과 다른 사고를 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땠는지를 아는 데는 무리가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에 실린 물리학자들 덕에 바뀌게 된 일상적 영향들이 무엇인지를 더 직접적으로 서술해주었으면 하는 점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물리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실린 물리학자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그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같이 물리학적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책에서 위대하다고 하니까 위대한가 보다 하고 생각하게 된다.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 곁에 무엇이 없었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우리의 생활에 더 가깝게 와 닿도록 설명해주었다면 훨씬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리학은 세상의 본질을 탐구하고, 물질과 현상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학문이다. 비록 내가 물리학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항상 물리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 물리학의 발전이, 더 나아가 전체 과학의 발전이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훨씬 더 풍요롭게 해 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르게 보고, 다르게 사고하고, 철저한 검증과 논리적인 이론으로 의심에 맞섰던 위대한 과학자들의 업적 위에 지금의 과학이 있다. 앞으로 '위대한 물리학자' 목록에 새로 이름을 올릴 많은 천재들이 우리의 과학적 세계관을 더 풍부하게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이 책 속의 소중한 글
| p.6 |
| ○위대한 물리학자 열 명 목록에는 세상을 설명하는 방법이 발전해 온 과정이 들어있어야 한다. | | p.379 | | ○한 사람이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갈릴레오와 같은 위치에 오르려면 본질적으로 그 사람이 제시하는 생각을 그전까지 다른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는 상상조차 하지 않아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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