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교사다. 당연히 어떤 분야보다 교육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교육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접하고 있고, 교육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다. 하지만 '앎'에는 수준이 있다. 그저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깊이 성찰하여 자신만의 이해로 성숙시킨 앎 사이에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그저 지식이지만 후자는 철학이다. 깊이가 다르다.
교사라고 하면,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누구라도 저마다 한마디씩은 할 수 있는 지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이르면, 자신감이 없어진다. 어쩌면 약간의 지식을 알고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 교육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당연한 것은 당연하니까 당연하다고, 너무도 쉽게 그렇게 믿어버렸던 것은 아닐까.
'스승은 있다'로 먼저 알려진 저자 우치다 타츠루의 '교사를 춤추게 하라'는, 교육에 있어 '당연함'에 물음표를 던지는 책이다. 그래서 '낯선' 교육론이다. '학교', '교육', '학습', '학력', '교사의 역할', '교육개혁', '이지메', '언어교육', 그리고 '영성 교육'에 이르기까지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한 저자만의 새로운 시선을 드러낸다. 일본 교육의 문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교육에 있어 관점의 전환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책인 것이다. 모두 일본 교육에 관련한 이야기들이지만,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 만큼은 충분히 배울점이 있다.
일본 교육은 우리 교육과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그래서 깊이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딱히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다. '영성 교육' 혹은 '종교 교육' 처럼, 관련한 사전 고민이 전혀 없었던 부분은 이렇다 할 평가를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이 교육에 관한 새로운 시각들을 제공함으로써, 교사에게 깊이 있는 성찰을 할 기회를 주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생각을 의심하게 하고, 교육을 보는 방법이 한가지만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어떤 교육관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교육관을 확장시키고 정교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책이다.
이 책 속의 소중한 글
| p.11-12 |
| ○제가 이번에 쓴 책은 '교육에 대해 뜨겁게 논하는 것은 좋지 않다.'라는 사실을 '뜨겁게'논하는 책입니다. (이상한 책이죠!) "정치인과 언론, 교육 관료들은 제발 부탁이니 교육은 현장에 맡기고 그냥 내버려 두시라!" | | p.16 | | ○정책에 그다지 자신 없는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일단 '교육개혁'을 입에 담습니다. | | p.25 | | ○교사들이 창의성을 발휘해서 새로운 교육방법을 고안하고 실험하며 논의하고 연대할 수 있는 그런 생산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허용된 유일한 교육개혁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 | p.30 | | ○학교제도는 투여한 것과 다른 형태로 그 결과가 '언제가 돌아오는' 그런 제도입니다. | | p.43 | | ○지금 여기에 있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와 연결되는 것, 그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기능입니다. | | p.84 | | ○음악은 '시간의식'을 함양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음악은 '이미 사라져버린 소리'가 아직 들리고 '아직 들리지 않은 소리'가 벌써 들리는, 과거와 미래의 확장 속에 자신을 두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 p.117 |
|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모를 때 적절하게 행동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교양교육의 목적입니다. | | p.123 | | ○교사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어떤 사람인지는 교육이 기능하는데 별 상관이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교단 위에 누가 서더라도 관계없다는 뜻입니다. |
| p.124 |
| ○사람은 알고 있는 자의 입장에 서게 되는 동안은 늘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_자크 라캉 「가르치는 자에 대한 물음 下」중 | | p.145 | | ○필요한 것은 '그래야 할 사회'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아닙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그래야 할 사회'를 구축할 마음이 우리에게 생기는 것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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