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 - 그들의 17가지 특성에 대한 탐구, 증보판 무엇이 다른가
토드 휘태커 지음, 송형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훌륭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


 

 나는 초등학교 교사다. 당연히 어떤 분야보다 교육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교육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접하고 있고, 교육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다. 교사라면 누구나 교육에 관해 저마다 한마디씩은 할 수 있는 지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훌륭한 교사’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어떤 교사가 ‘훌륭한 교사’인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훌륭한 교사’는 일반적인 교사와 무엇이 다른지, 무엇이 그들을 훌륭하게 만들었는지 정확히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과연 훌륭한 교사인지’, 그렇지 않다면 ‘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줄 것만 같은 책이다.


 책 내용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평범한 교사와 대비되는 훌륭한 교사의 특징을 19가지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훌륭한 교사는 규칙이 아닌 희망에 초점을 맞추고, 문제에 대한 처벌이 아닌 예방에 집중을 맞추며, 아무 말이나 쉽게 내뱉지 않고 모든 말에 의미를 담아 말한다. 교사 자신에게 더 높은 기대치를 갖고, 언제나 학생이 받을 영향을 고려하며, 모두를 존경으로 대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공유한다. 먼저 사과할 줄 알며, 모든 일에 계획과 목적이 있고, 중간층 아이뿐 아니라 우수한 학생을 항상 염두에 둔다. 이 외에도 노력하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결정은 피하고, 학생의 눈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학력평가에 매몰되지 않고,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학생의 감정에 집중한다. 훌륭한 교사의 이런 특징들을 자신의 경험과 예시를 들어 흥미롭고 진지하게 서술하고 있다.


 훌륭한 교사의 특징에 대한 여러 서술보다 더 인상 깊은 점은 저자가 첫 부분에서부터 강조했던 내용인 ‘모든 문제의 해법은 교사에게 있다.’ 라는 점이다. 한때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었다가 급속히 사라지면서 ‘실패한 정책’의 전형으로 남아 있는 교육정책이 있다. 바로 ‘열린교육’이다. 저자는 열린교육이 처음 도입되던 때를 떠올린다. 그리고 열린 교육이 실패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그 초등학교 체육관에 활기가 넘쳤던 진짜 이유는 교실의 경계를 이루는 벽이 없어서가 아니라 바로 그곳에 훌륭한 교사가 있었기 때문이다.(p.31)」 교육정책, 학교, 교실에서의 최대 변수는 다름 아닌 교사이다. 교육정책을 실현하는 것은 교사이고, 결국 그 성패는 교사에게 달려있다. 어떤 좋은 정책도 교사들이 깊이 이해하고 교실에서 실천하지 않는다면 결국 실패로 남게 될 것이다.

 사실 훌륭한 교사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교실 내에서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교육을 바꿀 수 있는 것은 학생이 아니라 교사이다. ‘훌륭한 교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리고 나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 그는 이미 ‘훌륭한 교사’라고 말할 수 있다. 


 책에 있는 내용이 모두 정답은 아니다. 때론 실패할 수 있다. 어떤 방법이 우리 교실에 맞을 수도 있고, 어떤 기술이 우리 학생들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교육은 실험이 아니기’ 때문에, 교사의 실패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악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고, 시도해야 한다. 실패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교사’들은 모두 그런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반성하고 연구하면서 발전해 왔다.


 생각해 볼 거리는 있다. 비록 ‘훌륭한 교사’의 특징을 정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에겐 ‘훌륭한 교사’의 역할 모델이 부족하다. ‘교사 상처’라는 책에서 저자인 김현수는 이렇게 지적한다.

 「교사 집단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고 고양시켜주는 ‘정신적 스승으로서의 교사 표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을 뛰어넘는 집단적 표상으로서 스승이야말로 교사 집단을 정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교육 철학과 교사의 생애에 대한 올바른 지침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은 ‘겨레의 스승’이라고 하는 세종대왕의 탄신일이다. ‘교육자’의 전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훌륭한 교사’의 전형, 교사들이 역할 모델로 삼고 지향해 나가야 할 정신적 스승으로서의 교사 표상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훌륭한 교사’가 어떤 교사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앎'에는 수준이 있다. 그저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깊이 성찰하여 자신만의 이해로 성숙시킨 앎 사이에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그저 지식이지만 후자는 철학이다. 깊이가 다르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훌륭한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 그룹을 구분 짓는 차이는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앎은 그냥 지식으로 끝날 수 있지만, 철학을 가진 교사는 반드시 행동으로 드러난다. ‘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한 도전의 길로, 다시 한걸음 내딛어야겠다.



이 책 속의 소중한 글


 

 p.4 (서문)


○(훌륭한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 그룹을 구분짓는 차이는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는 냐에 달려 있다.

 

 p.5 (서문)

 

○우리와 훌륭한 교사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아무리 잘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더 나아지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p.31

 

○그 초등학교 체육관에 활기가 넘쳤던 진짜 이유는 교실의 경계를 이루는 벽이 없어서가 아니라 바로 그곳에 훌륭한 교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p.52

 

○훌륭한 교사는 아이들에게 바라는 행동에 촛점을 맞추지, 문제 행동에 따른 처벌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p.67

 

○모든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 적어도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어른이 교사이길 바란다.

 

 p.82

 

교사는 교실에서 누구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을까? 답은 '자기 자신'이다.

 

 p.98


○교직이 어려운 이유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p.150

 

○사람에겐 자존감이라는 것이 있어서 실수를 지적하는 상대방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p.182

 

○교사들은 항상 '우수한 학생들은 내 결정을 어떻게 생각할까?'를 고려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 - 문제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창의력 처방
데이비드 니븐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


 읽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책은 처음인 것 같다. 책의 내용이 어렵다거나 길어서가 아니고, 좀처럼 책을 읽을 시간을 못내서 오래걸렸다. '결론' 2장만을 남겨두고, 몇달을 묵혀뒀다. 그만큼 독서의 공백이 길었다.


 책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 그 이유는 '문제를 중심에 두고, 문제에 매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제를 발견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만 모든 주의를 집중하려 할 것이 아니라 문제와 조금 떨어져서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자기계발서와 비슷한 느낌으로, 매우 빠르게 읽히는 그럴 듯한 문장들로 쓰여 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의 공통적인 '문제'는 여전하다. 문제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데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모아놓은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다른 방법으로 사고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갖게 하는데는 어느정도 도움이 된다. 의식적으로 훈련을 계속한다면, 문제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짜릿한 기쁨을 한번쯤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속의 소중한 글


 

 p.65


○누구든지 문제를 지적할 때면 자기가 꽤 중요한 인물이 된 듯한 생각이 든다.

 

 p.83

 

○독특한 것을 문제로 인식하는 사람은 차이에 관해 혹독하게 배워야 하는 법

 

 p.105

 

○보상과 처벌 체계를 도입해 최고 속도로 달리면 결승선 너머로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습니다.

 

 p.119

 

○합리적인 개인들로 이루어진 집단이 무의미하고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구성원 각각은 전혀 지지하지 않는 결정을 집단은 만장일치로 지지할 수도 있다.

 

 p.120

 

○사람이 많아지면 문제도 더 많아진다.

 

 p.133

 

집단이 가장 잘하는 일은 집단에 속하지 않은 사람의 눈에는 뚜렷이 보이는 것들을 가려 시야를 제한하는 것이다.

 

 p.141-142


○같은 관점을 가진 이들의 말을 듣는다는 건 도움을 줄 가능성이 가장 낮은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셈이다.

 

 p.156

 

○안타깝게도 자신감이 강해진다는 것이 곧 결정이 옳았다는 뜻은 아니다.

 

 p.208

 

○좋은 결과를 거두려면 즉각적인 만족감을 자발적으로 보류해야 한다. ...덤벼드는 것은 우리를 취약하게 만든다.

 

 p.223

 

○산 속에 있으면서 산에 관해 쓸 수는 없어요.


 p.226

 

○마약 비범죄화 국가 중 그 정책 탓에 마약 사용이 증가한 국가는 없다.

 

 p.269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당연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반면에 멈추라는 것은 남들이 당신에게 하는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야식당 17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야식당

17권

 

 일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연극 및 드라마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심야식당의 최신작인 17권을 읽었다. 사실 나온지는 꽤 됐는데 사놓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최근에야 읽은 것이다.


 특별한 것은 없다. 여전히 연애 이야기가 많고, 별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다. 굳이 끌리는 음식을 꼽는다면 닭가슴살 치즈 커틀릿과 햇양파 호일구이 정도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비스마르크풍' 에피소드가 가장 재미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채식주의자


 

 '맨부커 상' 수상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사실 나도 수상 소식을 접하기 전까지는 존재 자체를 몰랐던 소설이다. 권위 있는 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끌려 책을 읽게 되었으니,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을 '수상'과 별개로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그 사실은 독서 및 서평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책 구매는 수상 직후 한창 화제가 되었을 때 이미 했다.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중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마쳤을 것이다. 조금은 뒤늦게 책장을 펼친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사실 서평을 작성하는 시점도 책을 다 읽은 후 약 2주 정도가 경과한 때다. 책을 사고,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기까지의 간격이 상당히 길었다. 누군가가 평했듯, 이 충격적인 작품의 여운이 가슴 속에 오래 남아서 선뜻 서평을 쓰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을 글로 정리하기가 뭔가 애매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그런 여운이 남는 책이다.


 읽으면서 그냥 든 생각은, '상 받기 좋은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주제가 한번에 명확히 파악되지 않고, 무언가 여러가지 해석이 존재할 것 같은 작품. 작품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의미가 많고 다양한 상징이 숨어 있는 것 같은 느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 쉽게 말해 '어려운' 작품. 내 생각엔 대략 이런 작품들이 상을 받는 것 같고, 채식주의자가 딱 그랬다. 책 끝에 수록된 해설 때문에 오히려 더 머리가 아파진 건 나의 문학적 이해력 혹은 감수성이 부족해서 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 권위 있는 상을 받아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인데 적당히 야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예술'이라는 당당함 안의 은밀한 매력에 더 강렬히 끌리는 것이 사실이다. 여러 모로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유론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3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자유론


 

 '자유'에 관한 절대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자유론》을 읽었다. 여러 책들에서 숱하게 인용·언급되는 고전 명저들을 직접 읽어보자는 개인적 도전 과제중 첫번째 도서이다.


 해제와 주를 포함해 25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판형이 작아 그렇게 긴 책은 아니다. 하지만 그 어떤 책보다 읽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일단 문장 자체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번역의 문제인지 밀의 문체가 원래 그런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번 읽어서는 얼핏 이해하기 힘든 긴 호흡의 문장들이 많았다. 그런 문장들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번 되풀이해서 읽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당시의 영국 및 세계 정세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했던 점도 독서의 어려움에 한몫 더했다. 반면 읽기 쉬워서 술술 읽혔다는 사람들도 있는걸 보면, 그저 나의 독서력이 부족한 것인가 싶기도 하다.


 문장에 대한 이해는 쉽지 않았지만 책 전체를 놓고 따져본다면 주제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고민한 사상가인 존 스튜어트 밀은 다른 사람에게 명백한 해가 되지 않는 한, 각 개인은 절대적인 자유를 최대한으로 누려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그리고 자유의 본질적 가치에 근거하여 그 원리를 뒷받침한다. 이론적 논의를 마친 뒤에는 현실에 적용하는 방법까지 제시하면서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절대적 자유에 대한 밀의 주장은 얼핏 극단적 자유주의로 오해할 여지가 있어보인다. 하지만 해제에서 지적하듯, 밀의 자유는 '방향이 있는 자유'이다. '좋은 삶'을 추구하는 방향에서의 자유만 인정하고, 자유를 포기할 자유까지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밀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자유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렇듯 밀의 절대적 자유란 극단적 자유가 아닌, 방향이 제한된 자유이다. 즉 자유란 모든 개인이 '좋은 삶', 즉 최대한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전제 위에서 보장되는 것이다.


 밀이 '실패할 자유'도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 이유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 어떤 사람의 선택이 결과가 나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에 대해 조언이나 충고를 할 수 있을 뿐, 선택을 강제해서는 안된다. 그 사람은 좋은 삶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실패의 위험을 무릅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스스로에게 위해를 가할 목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정당하게 그 자유를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논의를 하다 보면 결국 '좋은 삶'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자유론》에는 이와 관련된 명쾌한 해답이 제시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몇몇 구체적 사례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밀은 자유의 원리를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에게만 적용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힌다. 그래서 미성년자 혹은 미개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아직 '좋은 삶'에 대해 충분히 성숙한 사고를 하지 못한다고 여겨 제외시킨다. 오히려 자유를 누릴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충분히 성숙할 때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선의의 독재'가 필요하다고까지 얘기한다. 밀은 이성을 믿은 것이다. '좋은 삶'의 기준은 성숙한 이성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이성이 충분히 성숙해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는 그 기준이 보편성을 띌 것이라 믿은 것이다.


 '성숙한 이성에게 보장되는 절대적 자유'라는 밀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밀이 제시한 자유의 원리는 오늘날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원리가 실제로도 지켜지고 있는지 하는 문제는 제쳐두고라도, 자유에 대한 밀의 주장 자체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각 사례에 대한 판단에는 이견이 있지만, '절대적 자유의 소중함'에는 이견이 없다.


 '자유'라는 주제에 대한 밀의 심도 있는 고민은 매우 소중하다. 그는 '자유'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했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주장했으며, 예상되는 질문과 반론에 답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생각을 끝없이 뻗어나가고, 생각의 가지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원리를 발견하는 지적 경험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기쁨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유, 평등, 정의와 같은 주제에 대해 이처럼 깊게 숙고하고 토론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성숙과 발전을 인도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론》에 나타난 깊은 고민과 우리에게 던져주는 물음들은, 깊은 울림으로 남아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이 책 속의 소중한 글


 

 p.20


권력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것을 바로 자유라고 불렀다.

 

 p.25

 

집단의 생각이나 의사가 일정한 한계를 넘어 개인의 독립성에 함부로 관여하거나 간섭해서는 안 된다.

 

 p.27

 

어떤 행동을 둘러싼 생각이 이성의 뒷받침을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특정 개인의 선호에 지나지 않는다.

 

 p.32

 

인간 사회에서 누구든―개인이든 집단이든―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 뿐이다. …이 유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명사회에서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권력의 행사도 정당화될 수 없다.

 

 p.33

 

아직 다른 사람의 보호를 받아야 할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외부의 위험 못지 않게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로부터도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p.44

 

어떤 생각을 억압한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런 행위가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의 인류에게까지―그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반대하는 사람에게까지―강도질을 하는 것과 같은 악을 저지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p.46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볼 때, 시대가 개인보다 더 나을것 없음은 시대 그 자체가 증명해준다.

 

 p.47

 

○과거가 현재에 의해 부정되듯이 현재는 미래에 의해 번복될 것이다.

 

 p.49

 

우리 생각에 대해 철저한 부정과 비판 과정을 거친 뒤, 그래도 살아남은 생각에 입각해서 어떤 행동에 나선다면 그 행동의 타당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p.65

 

진리는 한 번, 두 번 또는 아주 여러 번 어둠에 묻혀버릴 수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때로는 좋은 환경을 만나 박해를 피하고, 그러다가 마침내 모든 박해에 맞서 싸워 이길 만한 힘을 가지게 될 때까지, 그것을 거듭 어둠 속에서 태양 아래로 끄집어 내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이것이 진리가 가진 힘이라면 힘이다.

 

 p.75


지성을 단련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를 꼽으라면 단연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의 근거를 학습하는 것이다.

 

 p.113

 

○그저 관습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기만 하는 사람은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 없다.

 

 p.147

 

우리는 누구든지 다른 사람에 대해 품고 있는 유쾌하지 않은 우리의 기분을, 그 사람의 개별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개별성을 발휘한다는 차원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드러낼 권리를 가지고 있다.

 

 p.155

 

결국 어떤 행동이 다른 개인이나 공공에게 명백하게 해를 끼치거나 아니면 해를 가할 위험성이 분명할 때, 그 행동은 자유의 영역에서 벗어난 도덕이나 법률의 적용 대상이 된다.

 

 p.188


국가가 어떤 물품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그것을 사용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물건인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p.191

 

자유의 원칙이 자유롭지 않을 자유까지 허용하지는 않는다. 자유를 포기할 자유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p.201

 

자유를 비상하게 존중하는 마음과 자유를 존중하는 마음이 비상할 정도로 부족한 현상이 함께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p.211

 

국가의 힘은 결국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에게서 나온다.

 

 p.232

 

자유란 단순히 수단적·기능적 차원에서 소중한 것은 아니다. 행복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소중한 것이다. (해제 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