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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저자 은유 추천
낸시 슬로님 애러니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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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가 인터넷의 등장으로 과거의 위상을 잃어버렸음에도,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글쓰기의 인기는 반가운 현상이다. 글쓰기는 자기표현이 필수인 시대에 중요한 소양이다.

 

글쓰기가 치유 행위란 말에 새삼 신선함이 느껴진다. 저자는 글쓰기를 통해 아픈 아이의 엄마라는 정체성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나아가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을 글로 옮김으로써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니 놀랍다. 자신의 삶에 대한 글쓰기가 갖는 특별한 점은 삶을 간단히 요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들이 부르는 대로 간단히 요약되던 삶을 수많은 디테일로 묘사한다. 이를 통해 삶이 고통스러울지라도 동시에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울면서도 웃을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다. 치유의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글쓰기가 삶에 대한 사랑의 행위라니 정말 매력적인 말이다. 경쟁이 심할수록 힘없는 개인은 더 쉽게 다칠 수 있지만, 자기 회복을 위해 글쓰기를 해 나갈 때 자신에 대한 사랑과 긍지도 회복하게 된다. 어느 누구나 들려줄만한 삶의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글로 쓰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나에 대한 물음,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16년간 아픈 자식을 돌보며 글쓰는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전적 에세이 쓰기의 전 과정을 소개하고 있고 글쓰기의 단서와 풍부한 일화, 구체적 조언과 지침을 망라하고 있다. 저자는 엄마로서 글쓰기가 부서진 마음의 최고의 치료제라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이 책은 자기 이야기를 쓸 때 일어나는 진실에 대한 증언이자 자전적 에세이 쓰기의 안내서이다.

 

이 책이 특별한 건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대신 자기 목소리를 내도 된다고 격려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우리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잊고 다른 질문만 한다.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지 비결을 묻느라 쓰는 일의 의미를 잊는다. 저자의 말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해도 된다. 자신의 목소리로 진실을 쓰고 싶다면 내가 느끼는 감정의 진실을 쓰면 된다. 글쓰기에 대한 고정관념이 흔들리는 대목이다.

 

저자의 신선한 시각이 삶의 진실에 접근하도록 우리를 계속 이끌어 준다. 책은 말한다. 통찰력을 주는 일화와 자신의 글에서 찾은 사례들을 통해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책은 평범한 삶의 경험에 관한 책으로, 그런 경험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써야 할지를 가르친다. 어리석음과 어려운 과제들로 점철된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의 삶에서 살아남게 말이다.

 

저자는 거듭 말한다. 자전적 에세이 쓰기는 부서진 마음을 달래준다고. 단지 일어난 일만을 기록해서는 안된다.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가 중요하다. 왜라는 질문을 파고들 때 이야기는 보편성을 얻는다. 진실을 들려주면 된다. 자전적 에세이는 자신의 책이다. 어떻게 들려줄지는 자신이 정한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면 그로 인해 침묵하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책은 평범하고 지루하다. 그러나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다르다. 저자의 얘기를 듣고 보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기록한다는 것에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그래도 아직은 글쓰기를 할 용기가 선뜻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전적 에세이는 어떻게 쓰는가? 독자는 알 수 없다. 정확한 단어로 묘사해줘야만 알 수 있다. 위로의 단어들, 삶의 방향을 바꿔주는 단어들, 사려 깊게 선별된 단어들. 그런 것들이 현실 치료에서 중요하다. 거의 대화로만 채워진 글을 쓰라. 혼잣말 같은 대화도 좋다. 자전적 에세이를 쓸 때 고통스러운 부분을 건너뛸 수 없다. 글을 통해 나의 경험들을 반드시 새롭게 이해해야 한다. 다만 자전적 에세이는 단순히 서사를 묘사하는 게 다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 본다. 그 일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변화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 책은 자전적 에세이를 쓰는 기술적 방법론과 치유와 해방감에 이르는 법을 동시에 보여준다.

 

저자는 글 쓰는 방법에 대해서 더 세심하게 안내한다. 글쓰기 워크숍에서 활용한 글감들과 좋은 예, 나쁜 예, 다양한 예들을 실어 글쓰기를 시작하거나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팁들을 알려준다.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에서 발췌한 문장과 글쓰기 워크숍의 사례는 창작에 필요한 단서가 되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한다. 길잡이를 통해 글쓰는 연습을 해볼 수 있게 했고 작가의 글과 자신이 쓴 글을 비교, 분석해 볼 수 있게 했다.


저자는 무엇을, 언제, 어떻게 써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진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자신의 이야기를 쓰라. 힘든 시기, 두려운 시기에 글을 쓰라. 개인적 전환기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을 때, 무엇보다 깊은 상처를 받은 시기에 써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말한다. 자신의 잠재의식에 있는 것들을 믿으라고.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쓰기 전에 반드시 사전 자료조사를 하라고 권한다. 같은 이야기를 두 번 쓰고, 다르게 바꿔 씀으로써 관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날짜를 기록한 일기를 쓰라. 이것이 글쓰기의 기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평생 글을 써왔고 45년간 글쓰기 워크숍을 운영하면서 글쓰기를 가르쳐 왔다. 아픈 아들을 간병하며 느꼈던 마음속 깊은 이야기에서부터 주변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왜 이런 글들이 필요한지, 자전적 에세이 쓰기에 관련된 기본적 준비부터 출판, 그리고 에세이를 통한 치유과정 등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저자의 노하우를 전해 받으면서 그 동안 잊고 있었거나 숨겨두었던 내 안의 이야기를 끌어낼 직접적 용기를 갖게 된다. 저자는 덧붙여 말한다.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어떤 주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며, 그 과정은 글쓰기를 통해 다양하게 표현된다. 그러나 글을 잘 쓰기보다는 자신만의 고유한 리듬과 언어를 찾아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게 말한다. 그리고 얼마나 정직하게 쓰는가에 따라 독자들의 시선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저자는 글쓰기에 부담을 가질 평범한 우리들에게 분명한 자신감을 일깨우고 있다.

 

나아가 저자는 일관된 논리로 우리를 글쓰기로 유인한다. 분명 합당하고도 강력한 어조가 느껴진다. 자전적 에세이를 쓰는 이유, 의미는 무엇인가? 저자의 답변을 들어보면 그 동안 생각하지 못한, 글쓰기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된다. 글 쓰는 행위를 통해 내가 정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제대로 알 수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야기를 쓰다 보면 대전환이 일어나는 순간이 나타난다. 의식과 행동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그동안 거부하던 것을 받아들이고, 아주 오랫동안 괴롭혀온 걱정거리가 사라진다.저자의 말을 빌려본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디에서 막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지 알기 위해서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새로운 통찰을 얻고 치유의 길로 나아갈 수도 있다." 내면 깊숙이 파고 들어가 고통을 느끼는 걸 피하기만 해서는 그 길에 다다를 수 없다. 진정한 치유를 위한 글쓰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저자는 자전적 에세이로 직접 보여주고 있다. 자전적 에세이를 쓰면 스스로 치유되는 마법을 경험한다. 이처럼 글쓰기로 얻는 이점들이 정말 많다. 반성, 치유, 회복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마음의 치료까지 일어난다.


책은 많은 다양한 글감을 '길잡이'로 제시한다. 또 워크샵 참여자들의 글을 통해 다양한 표현법도 접하게 해준다. 길잡이에 맞게 직접 글을 써보면서 어떤 식으로 써야하는지 가늠해볼 기회를 얻는다. 이처럼 책이 제시한 실질적 도움에도 불구하고, 정작 내가 쓴 자전적 에세이를 누가 읽을까? 내 치부를 읽고 욕하진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겨 또한번 머뭇거릴 수 있다. 저자는 그런 마음까지 읽고 자전적 에세이가 갖는 놀라운 효용성으로 흔들리는 우리를 붙들고 있다. 그러기에 이 책을 만난건 자신감 부족한 우리에겐 분명 행운으로 보인다. 글을 쓰면서 헤매고 있거나, 마무리 짓지 못하고 멈춰 서있다면, 이 책이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창작의 과정을 끝맺을 수 있도록 그리고 삶의 문제 해결과 치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한다.


자전적 에세이를 쓰는 이유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음으로써 마음속 상처가 치유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이제야 분명하게 이해된다. 글을 써서 자기만의 목소리로 자기 삶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각자 주인공이자 한 사람의 작가가 되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자전적 에세이 쓰기는 삶을 성찰하고,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마침내 자기에 대한 긍지를 회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은 각자 자신만의 상처와 외로움과 고민이 있다. 저자가 권하는 자전적 에세이 쓰기를 통해 자신을 깊이 돌아보고 상처가 치유되고 삶의 활력을 얻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은 이 시대에 특별한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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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내 인생 최고의 작품 - 어떻게 사느냐가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한다
페마 초드론 지음, 이재석 옮김 / 불광출판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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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느냐가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한다. 사람들의 모든 문제는 마치 자신은 안죽을 것처럼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태도에서 생긴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죽음의 두려움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아름다운 죽음을 완성하는 삶의 태도는 무엇인가? 저자는 티베트 사자의 서의 바르도(bardo, 죽음과 환생 사이)를 주제로 삶의 흐름을 대하는 지혜를 이야기한다.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고 삶의 태도로 죽음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저항해도 끝남은 매 순간 일어나고 있고, 끝남에는 새로운 시작이 있다. 이 책은 그 문을 여는 열쇠,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지혜를 제시한다. 또한 살면서 겪는 변화와 불안에 관한 힘겨운 감정들을 깨어남과 사랑에 이르는 길로 변화시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전하고 있다.

​​

저자는 간결하게 말한다. 어떻게 평화와 존엄을 갖고 죽을 것인가는 우리의 가장 큰 도전이자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나는 늙었고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느냐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죽음은 무엇인가? 죽음은 삶의 끝에서 일어나는 특정한 사건이 아니라고 저자는 단정한다. 죽음은 삶의 매 순간에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는 태어남과 죽음, 그리고 죽음과 태어남이라는 끝없이 이어지는 경이로운 흐름 속에 살고 있기에 그렇다. 한 가지 경험의 끝은 다른 경험의 시작이며, 이 경험이 마지막에 이르면 곧 또 다른 경험이 새롭게 시작된다. 마치 강이 끊없이 흐르는 것과 같다. 저자의 일깨움을 통해 죽음이 단순한 끝이 아니라 탄생과 죽음이라는 경이로운 흐름의 일부라는 자각을 얻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삶과 완전히 친밀해지려면 죽음과도 충분히 친밀해지라는 조언에 귀를 열게 된다.

 

현실로 돌아와 냉정히 본다면, 우리가 지금 사는 방식이 곧 죽는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저자의 말대로 이것은 바르도의 가르침이 전하는 가장 근본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지금 맞이한 작은 변화를 어떻게 다루는가는 나중에 닥칠 큰 변화를 다루는 방식을 미리 보여주는 신호인 셈이다. 바로 지금 무너져 내리는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우리가 죽을 때 무너져 내리는 일들을 어떻게 대하게 될지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그 점에서 보면, 살면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분해 과정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계속하는 것은 실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그 훈련을 해왔다면, 죽음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두려움 없이 그것을 기꺼이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봐도 좋다.

 

저자는 좀더 미시적으로 생각과 감정, 사고의 영역으로 안내한다. 생각과 사고패턴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우리가 마주치는 갈등과 고통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는데 더없이 중요하다. 생각이란 대체 어디에서 생겨난 것이고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감정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전개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저자의 설명대로 우리를 어렵게 하는 것은 사실 일어난 감정 자체가 아니다. 엄밀하게 보면 감정은 우리가 그에 맞서 싸우기 전, 그리고 우리의 사고 과정이 개입하기 전의 원재료로서 감각 또는 일종의 에너지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감정 그 자체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과 말, 심지어 생각까지도, 우리 마음에 일정한 자국을 남긴다. 특정 상황에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하면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도 같은 방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것이 우리의 경향성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흔히 이롭지 않은 사고 패턴과 자기 파괴적 감정이나 습관들이 계속해서 우리를 힘들게 하곤 한다. 우리가 가진 경향성은 내면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고, 외면적으로도 힘겨운 상황으로 표출된다.

 

힘든 상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볼 때, 자기 생각과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더없이 중요한 주제임을 알게 된다. 그 방식은 죽을 때도 그대로 가져간다. 그러기에 이것을 죽음에 이를 때까지 더 미룰 수 없다고 저자는 재촉한다. 그때는 너무 늦다. 지금이 적기다. 왜냐하면 지금 어떻게 사느냐가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바르도의 가르침에서 강조하는 핵심 중 하나는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가 지닌 힘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가진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이 새기게 된다. 저자는 말한다. 바르도에 있을 때 우리의 의식은 평소보다 매우 예리하다. 그래서 긍정적 생각 한번만으로 고통스럽고 두려운 경험이 가져오는 힘을 무력화시키고 지금보다 더 즐거운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도 진실이기에, 한 차례의 부정적 생각만으로도 별안간 괴로움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바르도에서만이 아니라 삶의 현실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에겐 삶과 죽음에서 언제나 선택권이 주어져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우리는 자각 없는 상태에서 끝없이 반복하는 윤회의 세계나 습성이 만든 고정된 패턴의 세계를 계속해 돌 수도 있다. 아니면 자각 없는 상태에서 깨어나올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이 점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어떻게 사느냐가 곧 우리가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무상을 받아들이는 법, 번뇌를 다루는 법, 우리 자신을 삶의 경험에 더 넓게 여는 법을 배운다면 사는 법뿐만 아니라 죽는 법도 함께 배울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마음 디딜 곳 없는 막막한 느낌과 예측 불가능성, 이해할 수 없는 성질을 기꺼이 배우고자 한다면, 우리는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죽음은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죽음은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고 바꾼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죽음이라는 사실을 무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일상의 경험에서 더 큰 생기와 열림, 용기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바꾸고 인생의 태도로 죽음의 차이를 만드는 기적 같은 지혜의 책'으로 소개된 이유를 알게 된다. 죽음에 대해 무지한 우리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마치 밤을 무서워하듯이 말이다. 밤이 무서운 것은 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죽음에 대해 거리를 둘 일이 아니라 이를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에 대해 살펴볼 때이다.

 

우리가 지금 사는 방식이 우리가 죽는 방식을 결정한다니, 이것이야말로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근본적인 메시지다. 나는 오늘 어떻게 살 것인가? 그것이 나의 미래 곧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는가를 좌우한다는 말이 보다 실감있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 책이 전해주는 일깨움에 마음과 귀를 열어보게 된다.

 

누구나 피할 수 없이 닥쳐올 죽음에 대해서 숙고할 기회를 가져보고 싶다면 이 책을 열어볼 필요가 있다. ‘어떻게 사느냐가 어떻게 죽느냐이다라는 이 책의 부제는 저자가 죽음을 소재로 한 것이 아니라 바로 삶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준다. 삶을 보다 지혜롭게 살기 위해 우리는 죽음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죽음과 삶을 연결지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나는 죽음을 준비하는 삶을 살게 되고, 선택권을 가지고 지혜로써 삶을 영위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이 인상 깊다. ‘죽음 뒤에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누군가에 의해 떠밀려 죽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윤회가 있든 없든 나는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저자의 조언대로 나 역시 이제 죽음을 준비하는 삶으로 뛰어들 용기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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닦으면, 스스로 빛난다 - 람 다스의 “깨어남” 이야기
람 다스.라메슈와 다스 지음, 유영일 옮김 / 올리브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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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30대 초반에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임명된 리처드 앨퍼트. 이 책 저자의 삶의 여정은 극적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던 그는 LSD복용으로 황홀경에 심취한 나머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교수직에서 파문당한 후 인도로 건너간다. 그리고 거기서 마하라지라는 위대한 구루를 만나 몸과 마음을 넘어선 거대한 사랑의 물결을 체험하면서 대변신을 하게 된다.

 

람 다스’(신의 종)라는 이름을 받고 새 사람이 되어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사람들의 가슴을 깨우는 일을 시작한다. 그의 수행 이야기는 깨어나기까지의 과정이고, 사회 속에서 길들여진 깊은 잠에서 깨어 일어나라는 경종이기도 하다.

이 시대의 현자이자 선구자인 람 다스의 인생 역정과 그가 가리켜 보이는 거울 닦는 법’(원제), 지금 여기에서 사랑의 바다 속으로 다이빙하는 길이다. 나는 작아지고 사랑은 날로 커져서 영원한 현재, 지금 여기에서 충만한 사랑으로 사는 길이다. 이 책에는 여러 수행법이 소개되어 있지만, 그 모두가 큰 사랑 속에 살아가는 법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마음을 고요히 하고, 가슴을 열고, ‘하나임으로 들어가기 위한 도구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미묘하다. 그 길은 너무 가까이 있어 한 생각의 차이에 불과하다. 저자의 말에 좀더 귀기울여 본다. 생각하는 마음이 가라앉으면, 우리는 사랑 안에서 살기 시작한다. 사랑이란 다른 존재와 합쳐지기 위한 열림이다. 사랑은 만물과 하나 되기 위한 문, 온 우주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있기 위한 열린 문이다. 하나에로의 회귀, 그저 있음의 단순성, 무조건적 사랑으로의 귀환을 모두가 열망한다는 설명은 부정하기 어렵다.

 

저자는 말한다. 마음을 길들이는 과정은 역설로 가득 차 있다. 모든 것을 가지려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마음의 스위치를 끄라. 당신 안에는 생각을 초월한, 이미 알고 있고 신뢰하고 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그 초심자의 마음이라 불리는 어린이 마음은 순수한 존재의 청정무구함, 무조건적인 사랑의 순수함이다. 그 순수한 존재 상태에서 살려면, 우리 안에 있는 무언가가 죽어야 한다. 마치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는 것과 같이.

 

사랑에 대한 저자의 계속되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사랑인 자리에서 살면, 어디서 누구를 보든 나는 사랑을 보게 된다. 모든 사람과 모든 것 안에서 사랑을 본다고 상상해 보라. 사랑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사랑 안에 있을 때에는 모든 것이 다 괜찮다. 이 모든 사랑에 대한 가르침은 아마 누구도 쉽게 거부할 수 없을 것 같다.

집착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 저자는 자신의 삶에 대해 중립적인 관찰자가 되기 위해 목격자 의식을 배양하라고 조언한다. 내면에 있는 목격의 장소는 단순한 인식, 즉 모든 것을 인식하는 나의 일부이기도 하다. 다만 알아차리고, 지켜보고, 판단하지 않고, 단지 지금 여기에 있으라고 거듭 권고한다. 그때 우리는 자신이 자신의 마음이 투사하는 대로만 본다는 것을 깨닫는다. 눈에 보이는 현상의 유희는 마음의 투사이다. 그러한 투사가 당신의 카르마이고, 이번 생에 자신에게 주어진 커리큘럼이다.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이 카르마에 의해 자신이 끌어안고 있는 것들과 집착을 불태우기 위해 주어진 가르침이라는 설명에 눈앞이 번뜩 밝아지는 느낌이다. 마치 새로운 차원의 심리학을 접하는 기분이 든다.

 

이제 저자는 우리 자신과 삶의 본질을 다룬다. 우리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 자신보다 훨씬 더 크고 밝은 경이로운 존재라는 저자의 일깨움은 그래서 힘이 있어 보인다. 자신의 본질에 따라 사느냐, 그렇게 살지 못하느냐는 한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몸이 바로 나라는 생각 때문에 몸의 변화는 괴로움을 일으킨다. 우리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병과 나이 듦,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를 피할 수 없다. 이 몸은 시간에 얽매여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있을 뿐이 아닌가?

저자의 말처럼 우리의 여정은 단순함을 향한, 고요함을 향한, 시간 안에 있지 않은 어떤 기쁨을 향한 여정일 것이다. 시간으로부터 지금 여기로의 이 여정에서 우리는 자신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뒤에 남겨둔다. 바로 생각하는 마음이 주인이 아니라 하인이 되는 존재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정신과의 일차적 동일시에서 벗어나 우리의 영혼과의 동일시로, 그런 다음 신과의 동일시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동일시를 넘어서서 나아가는 여정이다. 이 확장의 과정이 실로 놀랍다.

 

결국 인생이란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진실을 깨우는 길이며, 풍부하고 열정적으로 살게 하는 놀라운 커리큘럼이다. 매 순간 모든 관계가 사랑을 일깨우는 수단이라는 저자의 가르침은 깊은 울림이 있다. 비록 저자의 제언에 대한 실천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삶의 통찰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면 삶은 그 만큼 희망적일 것이다.죽음에 관하여 저자는 말한다. '죽을 준비는 미리 미리 해두어야 한다.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매 순간이 죽는 순간이다. 깨어 있는 존재는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다.' 저자가 제시한 죽음에 대한 성찰로 반전이 일어나는 느낌이다. 진정한 죽음이란 어쩌면 순간순간에서 느끼는 진정한 삶이 아닐까 하는 자각이 일어난다.신을 향한 사랑을 통해 나의 일은 헌신의 표현이 된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봉사는 나의 일을 신께 바치는 길이기도 하다. 믿음은 신을 향한 사랑이며 그 신을 향한 사랑을 증명하는 길은 우리 주변의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 이 순간의 충만함 속에 온전히 존재하라고 말한다. 이것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삶의 중심인 신의 사랑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아무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라는 것을 오래오래 기억해야겠다. 평범해 보이던 삶이 어느 순간에는 비범한 삶으로 바뀌고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도 행복이 찾아오는 것을 나도 가끔은 확인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이 주는 여운을 느끼면서 오랜만에 내면의 평화와 깊은 자각으로 인도하는 안내를 받은 것 같다. 이 책은 지금 여기로 가는 길 없는 길에 대한 여행 가이드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알게 모르게 그 동안 찾아온 조건 없는 사랑을 향한 훌륭한 나침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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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독자를 위한 화엄경 인문학 독자를 위한 불교 경전 3
박보람 지음 / 불광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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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가 자신의 참모습대로 고통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당연하고 또 가능하다는 희망과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은 화엄경의 특별한 가르침 덕분이다. 화엄경은 자신이 부처임을 알고서 부처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 준다. , 어떻게 가 부처이고, ‘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화엄경은 대승경전 중에서도 규모가 매우 방대하고, 온갖 꽃으로 장엄된 부처님의 세계를 설하는 경전이다. 이 책은 화엄의 세계로 나아가도록 안내하는 예비입문서로서 고통을 여의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로 친절히 이끈다.

화엄경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제자들에게 설하는 다른 경전과 달리 여러 보살들이 부처님이 바른 깨달음을 이루었을 때 그 주변의 세계가 어떠한지를 묘사하고 있다. 바른 깨달음, 즉 자신의 참모습을 알게 되면, 나와 너, 부처와 중생의 구별이 없어진다. 모든 것들이 구분될 수 없는 하나라는 지각이 생긴다. 따라서 나의 본모습이 부처임을 알고, 부처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된다. 이것은 부족한 내가 수행을 통해 완전한 부처가 되기를 목표로 하는 것과 다르다. 화엄경은 나 그대로 완전한 부처임을 깨달음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내 안에 숨겨져 있는 부처를 찾을 수 있을까? 그 지혜가 담긴 화엄경을 읽어나가는 방법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금, 여기의 가 목표로 해야 할 궁극의 행복은 어떤 감각적 쾌락으로 고통을 무마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를 여의는 것이다. 나의 참모습을 여실히 알아 모든 고통을 여읜 부처는 지금, 여기의 ’,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와 조금도 다름없다는 것이 화엄경의 가르침이다.

 

모든 존재들이 자신의 참모습대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가르침이 바로 화엄경이다. 나 의 참모습은 바로 조금도 모자람 없는 부처이다

 

행복을 추구하고 있으나 부족한 가 수행을 통해서 완전한 부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다른 불교와 달리 화엄경은 그대로가 완전한 부처임을 깨달음으로써 중생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와 이 세계, 우리의 참모습을 관찰한다면 는 바로 너이고 너는 곧 이다. 는 결코 너와 다른 일 수 없으며 이 세상의 총합이 바로 이다.

 

결론적으로 화엄경은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배워서 그전까지 없었던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우리가 이전에 아니었던 어떤 존재나 상태가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바로 완전한 부처임을 믿으려는 서원을 일으켜 부처로서 행을 하라고 한다.

 

화엄경은 온갖 꽃으로 장엄된 붓다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여기서 꽃은 일반적인 꽃이 아니라 십바라밀이나 보현행원의 십대서원과 같은 실천적 삶을 의미한다.

나의 참모습은 지금 이대로 원만 구족한 존재이다. 삼라만상의 모든 현상이 그대로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화엄 사상은 내가 곧 완전한 부처라는 가르침이다. 화엄경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자체로서 이미 완성된 존재임을 알리는 행복의 경전이다.

삶이란, 전체에 대한 자각이다. 티끌 속의 국토, 한 찰나 속의 억겁. 모래알 하나에 드넓은 지구의 역사가 담겨 있듯이, 내 안에 세상 전부가 다 들어있는 상즉상입(相卽相入)의 화엄세상이다.

지금, 여기에 출현한 현상인 나 그대로가 부처라는 놀라운 사실을 화엄경은 이야기한다. 작은 먼지에서 저 우주까지가 모두 화엄경이다.

자신이 온전한 부처임을 믿는 의지, 서원을 일으키는 것이 초발심을 내는 일승보살의 길이다. 첫 단계는 마지막 단계와 똑같다. 발심할 때의 마음이 성불의 마음이다. 처음 발심할 때에 문득 바른 깨달음을 이루는 것이다. 이 초발심은 항상 지금 이 순간이다. 이 순간에 바로 완성이 있다.

화엄경 한 글자 한 글자에 높고 낮음이 없어 오늘 오른 한 걸음, 오늘 읽은 한 글자가 바로 온전한 화엄경이며, 여래의 출현이다. 고통을 여의고 누구나 행복의 길에 다다를 수 있도록, 삶의 길을 축복해주는 화엄경을 오래도록 마음에 새겨본다.

 

나의 참모습이 바로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 부처라는 화엄경의 가름침에 따른다면, 문장이든 물건이든 자연이든, 그 어떤 것이라도 모두 화엄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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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독자를 위한 법화경 인문학 독자를 위한 불교 경전 2
하영수 지음 / 불광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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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붓다의 가르침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며, 나의 이야기가 될 붓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는 말한다. “법화경은 한 마디로 붓다에 관한 이야기이자, 동시에 당신의 이야기이며, 그 말은 당신이 그토록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다.” 이 책의 지적처럼 나는 정말 소중한 존재이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해야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우리 중 누구에게도 해당하는 질문이다. 불교가 우리에게 주는 지혜는 무엇인가? ‘라는 존재와 이 세상이 별개가 아니며 연기(緣起), 즉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아 어느 하나가 없이는 다른 하나도 존재할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여기서 나를 이해하는 지혜를 얻어보자.

 

불교 경전의 핵심내용을 대중적 언어로 풀어내는 경전 소개서, ‘인문학 독자를 위한 불교 경전시리즈의 한 편으로 출간된 이 책은 무상한 세상이 연꽃이 만개한 연못과 다름없음을, 그리고 이 세상 속의 나 역시도 하나의 붓다임을 깨닫게 일깨워준다.

 

모든 경전의 왕인 법화경은 초기불교 경전인 아함경의 가르침은 물론 반야정토화엄 등의 사상과 연결되는 내용이 설해져 기존 불교사상을 종합한 경전이다. 모든 물이 흘러 바다로 모이듯 불교의 가르침을 모두 포용하고 있다. 붓다의 많은 법문 중에서도 백련, 즉 흰 연꽃처럼 빼어난 가르침이 담긴 법화경이 먼 과거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또 그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삶의 가르침을 주는지에 대해 이 책은 말한다. 방편은 다양해도 진실은 단 하나이다. 오직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것!

고해(苦海)’라고도 불리는 거친 삶의 바다에는 언제나 파도가 일기 마련이다. 하지만 뿌리 깊은 나무가 쉽게 쓰러지지 않듯,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잘 이해하고 세상에 자리한다면 거센 풍랑 속에서도 좀 더 굳건해질 수 있다. 이 세상의 고해를 건너가는 우리의 여정을 누군가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며 동행해 준다면 마음 든든한 일이다.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지만 많은 분의 도움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 바로 연기법은 그런 의미이다. 과정을 중시하는 법화경의 사상은 꿈을 가지되 그 꿈을 향해 노력하는 지금 이 순간도 소중하며, 바로 그 일상의 순간에 행복이 있음을 말한다.

 

저자는 말한다. 불교 전통에는 무수히 많은 가르침이 있지만, 그 가르침들은 모두 번뇌를 제거하고 지혜를 계발하여 궁극의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법화경 역시 붓다가 얻은 대자유의 경지를 가르킨다. 불교를 배우는 것은 곧 자기를 알아가는 것이다. 법화경은 존재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밝힘으로써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깨닫게 한다. 공이란 무엇인가? 공이란 비어 있다는 뜻으로 어떤 것도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뜻이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고 모든 존재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붓다의 모든 가르침을 포용하고 조화시키는 법화경은 바다와 같다. 법화경에는 일불승 사상이 있다. 모든 중생이 다 붓다가 될 수 있다는 선언이다. 일불승의 평등은 대상에 차별이 없으며, 목표에도 차별이 없는 평등이다. 저자는 법화경에서 일불승, 영원성, 보살행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불승(一佛乘)이란 부처의 지혜를 뜻한다. 모든 사람이 부처의 지혜를 얻게 하는 것이 법화경의 궁극적 목적이다.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행복과 안심의 가르침이 펼쳐진다. 법화경은 대승이라는 조화와 포용으로 모든 다양한 논쟁을 종식시키고자 한다. 붓다는 오직 일불승으로 가르침을 펴는데, 모두가 부처의 지혜를 얻어 성불하게 한다는 것이다. 보살행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붓다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가르침이다.

붓다는 어떤 존재이며 성불은 무엇인가? ‘나의 보살행은 완성되지 않았다. 수명도 끝이 없다고 말한다. 보살행을 완성해 부처가 되었지만, 여전히 보살행을 실천하고 있다. 부처의 무한한 수행은, 부처의 무한한 보살행이다. 관세음, 문수, 보현 등 대보살들은 이미 부처를 이루었지만, 영원히 숭고한 보살로서 중생들의 간절한 서원에 나투어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법화경은 말한다. 보살행을 통하여 누구나 평등하게 붓다가 될 수 있다고. 바로 이 무상한 세상 속에서 나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무엇인가. 결국 누구나 평등하게 붓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조건이 있다. 바로 끊임없는 보살행이 그것이다. 바로 법화경은 무명으로 인해 이미 가지고 있는 깨달음의 가능성을 잊은 우리 자신이 실제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며, 그 길로 나아가는 길을 밝힌다.


깨달음의 초월적 경지는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현실이다. 법화경은 꽃(중생)과 열매(부처)가 동시에 열리는 공존의 모습으로 나 자신이 온전한 부처의 지혜(성품)를 지닌 존재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 책 덕분에 법화경이 우리에게 더 깊고 친숙하게 다가온 느낌이다. 무명으로 인해 이미 가지고 있는 깨달음의 가능성을 잊은 우리 자신이 실제로 어떤 존재인지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삶의 현실에서 부처의 지혜를 얻고 무한한 보살행과 이타행을 해 나간다면 우리는 일상의 순간 속에서도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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