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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 분단의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김성경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평점 :
♦️ 사실 아직 발매 전이라 책 정보가 없었을 때는 그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의 우리나라 버전이라는 정도만 알았고, 책을 받고 나서야 북한 여성들의 이야기임을 알았다. 위의 소개 문구를 보고서도 순간 '우리나라의 전쟁 중 여성들의 이야기?? 여남차별 현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한건가?'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에게 황당하다. 정치적 프레임도 남북공작에서 벗어나 여남 차별, 장애인과 비장애인 차별 같이 더 예민하고 미묘한 것으로 옮겨간 요즘, 나도 모르게 북한을 과거 한켠으로 밀어 넣어버린 것이다. 벌써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도 70년이 넘었다. 어릴적 학교에서 통일교육을 받고, 이산 가족이 상봉하는 장면을 티비로 보며 통일을 그려본 적도 있는 세대임에도 북한이 잊혀지고 있는데, 나보다 어린 세대들은 정말 남으로 느껴질 듯하다. 이런 시기에 북한의 괴로움을 알고 연대감을 느끼게 하는 이 책이 나와서 참 좋다고 생각했다. 책 날개 뒷편에 함께 읽을만한 책이 4권 소개돼 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읽어보려 한다.
♦️ 이 책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우면서도 낯선 북조선 사람의 이야기, 특히 여성이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 특별하다. '다큐멘터리 산문'이라는 것도 궁금했는데, 읽고 나면 정말 한편의 다큐를 본 것 같다. 인터뷰 등으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겪고 느낀 것을 딱딱하게 정리만 한 게 아니라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로 만들어 전달하고 있어 소설을 읽는 듯 하기도 하고, 감상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 1부에서는 '천리마작업반' 운동의 영웅이라 불리던 길확실의 이야기가 나온다. 출석률 70퍼밖에 안 되는 작업반을 자진해서 맡아 불과 몇개월만에 출석률 100퍼, 생산률 140퍼를 만들어낸 길확실은 30년대 북조선이 아닌 지금 태어났다면 훌륭한 여성 리더가 되었을 것이다.
*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