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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만한 눈사람 ㅣ 생각하는 분홍고래 3
세예드 알리 쇼자에 글, 엘라헤 타헤리얀 그림, 김시형 옮김 / 분홍고래 / 2013년 12월
평점 :
우선 이 동화책을 쓴 세예드 알리 쇼자에는 이란 출신이다.
동화책 하단에는 이란의 모국어인 페르시아어가 삽입되어있다.
이란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군사적, 종교적 배경때문인지,
아니면, 강력한 독재국가였던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이달의 책'으로 선정해서인지,
이 동화책의 가장 뒷표지에는 독재자의 부조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권력과 맹목적인 복종이라는 주제로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굳이 주제를 제시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동화책이 지니고 있는 많은 주제들을 단 하나로 일축해버리기엔 너무나 아쉽지않은가.
아이들이라는 가장 순수한 존재가 만들어낸 거만한 눈사람.
처음에 아이들은 순수하게 눈사람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눈사람을 만들어가면서 '더 크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투영되고 점점 자신을 잃어버린채 눈사람에게 몰두하게 된다.
경쟁속에 내몰린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더 좋은 성적을 받고 싶은 욕심, 부모님의 욕심, 사회가 바라는 인재에 대한 욕심들에 뒤엉켜 자신에 대해 돌아볼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싶은지, 무엇을 잘하는지 깨닫지 못한채, 경주마처럼 달려가고 있다.
손이 꽁꽁 얼어붙어가는걸 참아가며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동화책 속 아이들과 별반 다를것없다고 느꼈다.
해님이 눈사람을 녹이려하자, 거만하고 거대해진 눈사람은 해님을 쫓아버리고, 사람들 역시 눈사람의 편을 들게된다.
자신의 모든 노력을 쏟아부은 눈사람이 없어진다는 것은, 자기 존재가 흔들리게 될 만큼 위협적인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이 가진 의미를 한가지로 한정 짓기 보다, 열어둔 채로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