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 자전 고전 - 아버지와 아들, 책으로 말을 걸다
김기현.김희림 지음 / 홍성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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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따라 두 가지로 이 책을 정리하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생각을 지을 수 없었다.

첫째는 부러움이다. 이는 부전자전(父傳子傳)에 기인한다. 검색창에 부전자전을 넣어보니, “아버지가 자신의 태도나 성향을 아들에게 대대로 전함”, “그대로 아들에게 이어지다.”로 나왔다. 아들 희림 군이 칼이 아닌 책을 들고 고전 무림의 고수로 그려지는 것은 개인의 부단한 노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분명 아비 김기현 목사의 영향이 크다. 그렇게 아비는 자신이 몸소 책읽기를 보여줌으로 아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을 시켰다. 아들 또한 아비의 모습을 자신의 양식으로 삼아 쑥쑥 자라 이젠 아비와 제법 팽팽한 책배틀을 벌인다.

어린 아들이 엄마에게 숙제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엄마는 아빠가 숙제라고 답하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내겐 아들이 숙제다. 고등학생 쯤 되니 소리친다고 되지 않는다. 되레 아들의 화려한 입 논리에 역공을 당한다. 너 인생이니, 이젠 네가 알아서 하라는 체념의 마음까지 든다. 최근에 아들과 나눈 대화를 복기해 보니 시간도 한 없이 짧고 내용이라고 할 것도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러고 보니 자전(子傳)이 아니라 부전(父傳)이 먼저임을 새삼 깨닫는다. 아들과 책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한없는 부러움과 동시에 아비로의 존재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둘째는 도전이다. 이는 고전(古典)에 기인한다. 머리말에서 아들 희림 군은 책에 실린 20권이 초대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맺음말에서 아비 김기현 목사 또한 여기에 소개된 텍스트를 꼭 읽어보라고 한다. 역시 부전자전이다. 아니 순서상으로는 자전부전이다. 20권의 고전 중에 제대로 읽은 것은 구약성경 <하박국>이 유일하고, 그나마 넘겨보기라도 한 것인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칼빈의 <기독교강요> 정도이다. 제목이라도 들어본 것이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제목도 생경하다.

저자들의 말마따나 소개된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면 적어도 이 책은 내게는 성공이다. 분주한 목회 일상과 실용적인 책읽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얼마만큼 밀고 갈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한번 도전해 보리라. 그리하여 20권까지는 아니어도 나의 아들과 함께 단 한권의 책이라도 소재삼아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멋진 기획과 좋은 내용으로 탁월한 책을 또 다시 보여주신 김기현 목사님과 아들 희림 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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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를 걷고 있는 그대에게 - 세상의 기준에 저항하고 하나님 나라를 창조하라 청년이 희망이다 2
김유복 지음 / 죠이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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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하게 밝힐 순 없지만 최근 2번에 실패를 경험했다. 지금까지 마음 먹은 것은 어떻게 해서든 성취했다. 큰 장애물 없이 비교적 순탄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왔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마지막 관문이라고 여겨지는 지점에서는 두 번 미끄러졌다. 그런 나를 사람들은 애써 더 좋은 자리로 하나님께서 인도하실 거라는 식으로 위로한다.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역량이 부족해서 그렇다며 괜찮다고 하지만 내 속은 말이 아니다.

시쳇말로 내 속은 소설로 가득하다. 그런 너를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냐?, 설교를 그 정도 밖에 못하냐?, 선배가 알아서 착착 나가줘야지 후배 볼 면목도 없냐?, 한 교회에 왜 이렇게 오래 있냐? 교인들이 뭐라고 하겠어? 물론 나도 안다. 이것은 순전히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을.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난생 처음으로 루저(Loser)가 되어보니 속에서 온갖 거짓말들이 튀어나와 나를 괴롭힌다.

이러한 때 <광야를 걷고 있는 그대에게>를 접했다. 함께 다윗의 생애를 추적하면서 광야를 걷고 있는 그대가 바로 나 자신임을 알게 되었다. 책의 주제와 구성은 이미 출간된 유진 피터슨의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과 레베카 피펏의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과 유사하다. 유명세로 따지면 두 책이 훨씬 크다. 하지만 내용의 깊이와 현실성은 이 책이 더 넓고 깊다. 오랫동안 청년들과 호흡을 하면서 그들의 삶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저자는 다윗을 통해 그들의 삶을 치밀하게 분석했다. 그 감정이 얼마나 거짓된 것인지를 폭로한다. 그리고 사울이 지배하는 세상의 가치에 저항하고, 하나님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라고 도전한다.

오랜만에 나를 살리는 책을 만났다. 저자가 익명의 그대를 생각하면 써 내려간 글이 나를 살렸다. 여전히 내 안에 사울이, 세상이 규정하는 대로 보려고 하는 유혹과 소리가 있다. 다시 싸울 것이다. 그 소리에 무력하게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 나도 다윗처럼 부름 받은 하나님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광야를 걷고 있는 나에게 손을 내 밀어준 저자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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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ua0320 2020-07-12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저자입니다. 저의 책을 읽고 귀한 리뷰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저의 글을 읽고 힘을 얻으시고, 지혜를 발견했다 말씀해주셔서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 광야 길 하나님께서 함께 하셔서 형통한 길로 인도하시기를 빕니다.
 
그러므로 기도하라 - 성경에서 찾은 기도에 관한 가르침
송태근 지음 / 샘솟는기쁨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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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근 목사의 설교는 특별하다. 뭐가 특별하냐고? 그의 설교는 철저하게 성경에 집착한다. 아니? 설교가 성경에 뿌리를 두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맞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설교도 너무 많음을 당신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송 목사의 설교는 철저하게 성경에 천착한다. 그래서 진하다. 허투루 성경 밖을 나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현실성이 없다고 단언하지 말라. 성경에서 끌어내고 끌어내어서 마지막에 한방으로 훅 보낸다. 그래서 그의 성경을 다루고, 도전하는 기술이 무척 부럽다.

이번에 출판된 <그러므로 기도하다> 또한 그의 설교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간 제약이 있는 새벽기도용 설교라 더 성경에 집중한다. 짧은 시간 밀도 있게 전하려는 그의 숨결이 느껴진다. 그래서 매일 아침 성경 다음으로 그의 설교문을 하나씩 읽는 것이 너무 기다린다. 본문의 원의미를 찾기 위해 문맥을 종횡무진 누빈 후에 성경의 진짜 의미를 근사하게 제시한다. 마치 설교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시위하는 것 같다.

이 책은 특히 기도 책이다. 그의 설교가 성경에 천착하기에 교회에서 흔히 통용되는 기도의 정의는 끼어들 틈이 없다. 오히려 무참히 폐기된다. 그래서 타종교의 기도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기도를 하고 있는 우리의 현주소를 까발리고 교정한다. 무엇인지 진짜 성경적 기도인지 강력하게 도전한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쳐주시면서 하신 그러므로 너희를 이렇게 기도하라를 염두하고 지은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필자는 책을 읽는 내내 어릴 적 설레면서 먹은 종합선물세트가 생각났다. 그렇다. 이 책은 기도에 대한 성경의 모든 가르침을 담고 있는 기도 종합 선물세트이다. 저자가 우리에게 준 선물을 하나씩 빼서 먹고 소화를 하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성경적 기도의 사람이 될 것이다. 설교자의 입장에서 일일이 기도의 본문을 찾는 수고를 덜게 해 주는 본서가 참 고맙다. 그래서 필자 또한 이 책을 잘 소화해서 기도에 대한 나만의 종합 설교세트를 만들어 설교하고픈 욕망이 끌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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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예언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 3 - 스바냐, 학개, 스가랴, 말라기 어떻게 읽을 것인가 (성서유니온선교회)
김근주 지음 / 성서유니온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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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공부를 하기 전 신학교에 들어가면 성경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신학을 한 사람은 알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실제로 신학교에서 성경을 많이 가르치지 않는다. 굳이 좋게 포장해서 말한다면 스스로 성경의 의미를 알 수 있는 도구를 공부하는 것이 신학이다. 그러니 목사인 나도 성경을 잘 모른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이 수두룩하다. 연구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래서 가끔 성경공부 시간에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예리한 질문에 식은땀이 나고 질문한 이가 살짝 밉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김근주 교수의 소예언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 3”은 참 고마운 책이다. 특별히 예언서는 어렵다. 교회에서 1년 반 동안 성경을 일독하고, 과정에 따른 질문에 답을 써야하는 양육훈련을 맡고 있다. 3학기 동안 성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예언서이다. 짧지만 강의를 해야 하는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본 서는 내 책상 옆에 두고 오랫동안 넘겨보며 참고해야 할 책이다.

   목회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주석은 핵심을 잘 집어주고 요약하는 책이다. 학문적으로 대단한 책들이 많다. 하지만 목회 현장에 쓸만한 내용은 그렇게 많지 않다. 저자의 학문적 업적에 매료되어 덜컹 책을 샀다가 낭패를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참고서를 살 때는 주의하고 또 주의한다. 특별히 한국 정서가 배제된 외국 상황에서 나온 책들은 가끔 정말을 준다. 이런 측면에서 본 서는 다양한 학자들의 주장을 공유하면서도 성경의 1차 의미를 찾는데 성공했다. 바쁜 목회 현장에서 이런 양서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이다.

   어서 전작 1, 2편을 구비해서 연구해 보고 싶은 열망이 일어난다. 이 작업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조금은 알기에 저자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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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과 해석 - 그리스도인의 삶, 영성
정성국 지음 / 성서유니온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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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주일 설교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한 중형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동기 목사의 말이다. 설교의 부담이야 모든 목사들이 똑같이 가지는 것이지만 그 동기는 경우가 조금 다르다. 신대원 시절 자신을 가르쳤던 교수님께서 그 교회에 출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러지 않지만 담임목사로 부임한 초기에는 월요일마다 어제 있었던 설교에 대한 비평이 담긴 메일을 보내셨다고 한다. 칭찬과 격려의 말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주 내용은 해석의 오류를 교정하는 것이었단다. 가뜩이나 설교의 짐이 큰데 교수님까지 그러시니 동기가 참 안되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나의 신대원 시절을 추억해도 비슷한 생각이 스친다. 교수님들의 마음이야 백분 이해한다. 제자들을 잘 가르쳐서 앞으로 그들이 맡게 될 교회가 바른 전통과 신학 위에 세워져야하기에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다름을 틀림으로 이해했고, 정통을 떠나서는 큰 일이 날 것으로 가르치셨다. 오해는 마시라. 모든 교수님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며, 그들의 수고와 노고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니. 다만, 너무 틀에 박혀 신선한 창의력이 들어갈 공간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직 신학교 교수가 그것도 아주 가슴 따뜻한 방식의 성경 해석서를 출간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신학적 소양 따위는 전혀 없지만 그저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여 묵상하는 일반 그리스도인들의 선의의 해석오류를 변호하기 위해서 쓰였다(9p). 그래서 배운 자들이 풍기는 지적 교만이나 업신여김은 찾아 볼 수 없고, 기복적 신앙이 아닌 이상 모든 해석은 의미가 있다며 일반인들의 해석을 권장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밑도 끝도 없는 해석을 말하진 않는다. 저자는 줄곧 해석의 프레임을 강조하는데, 4가지이다. 첫째는 하나님의 선교이야기로 성경 해석의 가장 큰 틀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쓰여 졌기에 그 목적에 근거한 해석을 해 보자는 말이다. 둘째는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이야기틀이다. 하나님 앞에서 가장 완벽한 인간으로 사셨던 예수님을 우리가 본 받아야 할 인간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셋째는 지금 여기에 임한 미래의 하나님 나라 이야기틀이다. 미래에 갈 그 나라를 지금 여기서 어떻게 구현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해 보는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신앙 공동체 이야기틀이다. 우리의 묵상과 해석이 개인을 넘어 공동체의 지평까지 확대됨을 말한다. 즉 공동체로서 교회의 부르심에 대한 고민이다.

4가지 해석 프레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성경 해석으로 발전하는 지 샘플이 없음은 아쉽다. 그런 시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구체적이고 많은 사례를 들어주었으면 프레임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 더 좋았을 것 같다.

본 서의 또 다른 매력은 해석학의 흐름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해석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답게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신앙 선배들의 해석과 부록으로 유대인들의 성경 해석도 알려주고 있다. 이것을 통해 성경 해석은 결코 개인의 산물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지금은 터부시하는 알레고리적 해석마저도 의미 있는 해석임을 말한다. 그렇기에 성경 해석의 소양도 없고, 문외한이라고 해도 그들의 해석도 일리가 있음을 강변한다. 그가 결론에서 강력하게 외치고 있듯 해석과 묵상의 기술적인 질문이 연약자들이 말씀의 식탁으로 나오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312p). 성경은 모든 이에게 열려있기 때문이다. 가슴 따뜻한 신학자의 말에 위로와 자신감을 갖게 된다. 내 해석도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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