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사역한 교회의 담임목사님께서 안식년을 가게 되셔서 4개월 정도 주일 설교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나의 온 신경은 주일 설교로 조준되었다. 책을 읽어도, 신문을 봐도, 심방을 해도 주일 설교에 어떻게 써 먹을 수(?) 있을까에 몰두했다. 한번은 토요일 밤이 되었는데도 설교문을 완성하지 못해 끙끙 앓은 적이 있다. 지금도 그 때를 회상하면 아찔하다. 그렇게 4개월 강단을 맡은 이후에 나는 한없이 겸손해졌다. 그리고 고백했다. 목회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한 교회에서 은퇴하신 목사님들을 존경하리라~
이렇듯 목회자에게서 설교는 짐이다. 어떻게 설교를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설교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완주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목회자들에게 김영봉 목사의 <설교자의 일주일>은 더 없이 고마운 선물이다. 저자는 10년의 신학교 교수의 경험으로 신학적 내공이 풍성하다. 그래서 그의 글은 천박하지 않다. 그렇다고 적절성이 없다고 단정하지 마시라. 이후 오랜 목회의 경험으로 인해 팔딱거리는 현장감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글과 삶이 일치하기에 그의 글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김영봉 목사는 이 책에서 설교를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토스, 파토스, 로고스)에 근거하여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을 관통하는 단어는 “비밀”이다. 저자는 “비밀”로 설교를 풀었다. 설교자가 먼저 비밀을 이해하고, 성도들에게 잘 전달하여, 그들도 비밀을 더 사모하여, 결국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도록 하는 것이 설교라고 말한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 “비밀 맡은 자”를 덧붙여 이해해야 한다. 자~ 그러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설교는 비밀 맡은 자의 에토스가 있어야 한다.
저자의 말마따나 에토스(인격, 인품, 됨됨이)가 먼저 나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75p). 어떤 사람이 말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설교자는 설교 하는 행위 이전에 먼저 진실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설교자로서 우리가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이 비밀을 경험하고 드러내는 것입니다”(103p) 여기서 필자가 강한 도전을 받은 부분이 있다. 저자는 찬송가 420장의 2절 가사 “널 보는 이마다 주 생각하리”를 부를 때 마다 정말 그렇게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고 했다. 말이 아닌 모습으로 설교하는 자가 되고 싶다.
다음으로 설교는 비밀 맡은 자의 파토스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파토스가 필요하다. 먼저 설교자의 내면이 은혜로 세례 받는 경험이 우선한다. 저자는 그것을 “복음적 파토스”라고 불렀다.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체험과 변화가 구체적으로 설교자의 삶에서 있어야 하고, 계속해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회중에 대한 공감이다. 저자는 이것을 “회중의 파토스”라고 부른다. 결국 이곳과 저곳을 연결하기 위해서 회중의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공감적으로 접근할 때 소위 말해 들리는 설교가 가능해 진다.
마지막으로 설교는 비밀 맡은 자의 로고스가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설교학을 말할 때 다루는 내용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실제 설교 준비 과정에서 배운 대로 하느냐는 것이다. 비밀 맡은 자로서 진중하게 성경을 대하고, 진지하게 사색하고, 엄중한 심정으로 준비하는 모든 과정의 비밀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저자가 실제로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을 시연해 줌으로 설교 준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주석과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책을 읽는 자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저자의 말처럼 “설교는 무거운 영예”이다. 서론에서 저자가 고대한 대로 나도 남은 설교 사역의 기간을 비밀 맡은 자로서의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를 가지고 완주하고 싶다. 저자가 책을 닫으며 기도한 것을 나의 기도 제목을 삼고 싶다. “저희의 사역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교회의 권위를 회복하며, 설교의 품격을 회복하도록 붙드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