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공부를 위해 필요한 101가지 철학 개념
켈리 제임스 클락 외 지음, 김지호 옮김 / 도서출판100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다시 철학이다.

켈리 제임스 클락 외 2, 101가지 철학 개념도서출판100, 2017를 읽고.

 

목사에게 있어 주된 공부는 신학이다. 그런데 신학 공부를 실제로 가능케 하는 기초는 철학이다.” 설교비평으로 유명한 정용섭 목사가 신작 <목사공부>에서 한 말이다. 그는 신학을 그렇게 공부한 목사들이 신학의 세계로 침잠하지 못하는 이유를 철학에 대한 몰이해로 잡았다(목사공부, 183p). 반론을 펼 새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가 말하는 철학 이해는 고대를 시작으로 중세를 넘어 근대에 이르는 거대한 철학사를 공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의 말마따나 철학적 사유이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의 신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다닌 신학교에는 쾌나 유명한 철학자가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학부 과정에 이렇게 좋은 교수 밑에 완벽한 철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신학교가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난 그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명분은 좋았다. 학점이 짜기로 유명한 교수님이니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장학금을 받을 수 없고, 그러면 홀어머니의 고통이 과중되니 할 수만 있으면 빠지자. 그래서 필수를 제외한 선택은 요리조리 피해 나갔다. 이것이 패착이었다. 그 이후 철학은 내게 늘 부담이다.

   어디 나만 그럴까? 철학을 제대로 공부했던 그렇지 못했던 모든 설교자들은 매주 사유의 십자가를 지고 있다. 매주 쓰는 설교문이 사유의 결과이다. 좋은 사유가 좋은 설교문을 낳는다. 그러니 철학적 사유가 턱없이 부족한 나로선 설교를 준비할 때마다 나의 실력 없음을 주께 회개한다. 다시 철학으로 안내할 수 있는 책은 없을까? 이 어려운 일을 켈리 제임스 클락, 리처드 린츠, 제임스 K. A.가 해 냈다. 바로 나 같은 자를 위해 <101가지 철학 개념>이 나왔다. 간단하지만 이 책에 대한 두 가지 장점과 한 가지 단점을 밝힌다.

   우선 이 책은 간편하다. 철학하면 두껍고 몇 번을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을 떠올린다. 그래서 철학과 친해지기가 어렵다. 하지만 본 서는 개념을 중심으로 핵심을 농축했다. 물론 그렇다고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다. 출판사 대표가 삽지에서 고백했듯이 난이도가 있고, 배경지식이 없는 나로서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너무 길고 장황하여 지레 겁을 먹고 포기했을 법한 나에게 이런 구성은 퍽 고맙다.

   다음으로 이 책은 변증적이다. 본 서는 저자들이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이 철학의 모든 내용을 다루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제목 그대로 신학 공부를 위해 필요한 철학 개념이다. 따라서 하나하나 곱씹다보면 철학이 신학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 수 있다. 신학이 익숙한 나 같은 사람에게 신학이 철학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면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김용규 박사가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에서 줄기차게 철학과 문화의 혼합으로 나온 신학을 얘기할 때 강한 거부감과 딴지를 걸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사실이다.

   따라서 본 서를 읽다보면 한 사건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해석을 엿볼 수 있다. 이것은 요즘 핫한 기독교변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들의 사고가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사고를 낳고 그 사고가 하나의 견고한 틀을 제공하는 사유의 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고스란히 현재로 이어져 더 다양한 생각을 노출하는 시대정신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쉬움을 들라면, 순서의 무질서이다. 첫 번째 개념인 계몽주의로부터 마지막 흄까지 순서 배열의 통일성이 아쉽다. 시대순도 아니고, 생각의 연결도 아니다. 물론 유사하거나 관련 있는 개념을 위한 표시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쉽다. 차라리 철학책답게 시대 순으로 개념을 배열하여 철학의 발달을 보여줬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무튼 철학 갈증을 위한 좋은 책이 출판되어 기쁘다. 이 책이 시발점이 되어 더 깊은 철학적 사유를 경험하고 싶다. 이 또한 교회와 그분의 영광을 위한 일이니. 다시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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