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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6월
평점 :
괴담처럼 전해지는 실제 이야기이다. 중국의 농촌 마을에 괴이한 열병이 퍼져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 병이 바로 에이즈라는 것이다. 에이즈는 가난한 농가에서 생계를 위해서, 혹은 손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넘실대는 욕망을 타고 마을 곳곳으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치료제도 없는 이 미지의 열병에 걸렸다는 사람들은 죽은 날을 받아 놓고 남은 시간을 한 계절 한 계절 보내면서도 마지막까지 살아간다.
마지막만을 남겨 놓은 절박한 인간들은, 그 끝이 죽음 뿐이라는 절망 때문인지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가장 밑바닥의 욕심과 이기심을 여지 없이 드러내고 욕망하고 욕망한다. 그 욕망은 권력일수도, 체면일수도, 죽고 나면 다 썩어 문드러질 육체일수도, 혹은 소유욕일수도 있다. 그리고 한 편에서는 이 욕망을 이용한 이전투구가 계속된다. 이 덧없는 욕망 때문에 마을이, 자연이, 인간의 관계가, 그리고 미래가 무너지고 있는데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자기 자신, 그 이상의 것을 보지 못한다.
사람들은 죽음에 초연하기 보다 오히려 구차한 아귀가 된다. 그 푸닥거리를 그저 어리석다 하고 안쓰럽게 보기에 해악이 너무 커서 오히려 공포가 엄습한다. 위선도 부릴 여유가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인간은 너무나 누추하고 한심하다.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중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적절하지만 사실 내가 그 예외가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까닭에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이 더욱 공포스럽다.
딩씨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은 지금 어디서든 벌어지고 있다. 아귀다툼과 이전투구... 사람들은 마치 언제든지 그럴 이유를 찾는 것처럼 민낯을 드러낼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