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나를 위한 특별한 이벤트.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좋아하는 드라마의 에피소드 보기.
올해는 프레즈의 크리스마스 에피와 그리고 미스터리 서점 시리즈를 읽기로 계획.
사실 라이트 노벨을 연상시키는 표지 때문에 큰 기대는 없이 구매했다.
그냥 코로나 19로 우울한 시기이다 보니 조금 들뜬 분위기의 책이 읽고 싶기도 했고.

그런데 정말 상상을 뛰어넘는 수작.
어디에 이런 책이 숨어 있었는데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던 걸까?
하느님, 제발 이 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해주세요.
판매실적이 좋아서 시리즈가 계속 출간될 수 있게 해주세요.
기도까지 하게 되었다니까.

정말 재미있는 게임과 같은 책이다.
실제로 뉴욕 존재한다는 미스터리 서점과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다양한 미스터리들이 펼쳐진다.
서점주인이고 편집자인 오토 팬즐러가 단골 손님들에게 선물한 단편집들을 모은 단행본이라고 하는데 정말 하나하나 수작이다.
좋은 작가는 단편을 잘 쓰는 작가라고 하는데 미국의 재기발랄한 작가들의 단편집을 이렇게 우연치 않은 기회에 엿볼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올해 마지막 누리게 된 행운같았다.

조금 수상한 표지를 열 때만 해도 그냥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나쁘지 않아 하는 기분이었는데
첫 단편 ˝아낌없이 주리라 ˝를 읽으면서 장난스런 반전에 순식간에 이 책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설 한 편, 한 편이 다 너무 재미있어서 마치 내가 뉴욕의 미스터리 서점에 앉아서 흥미진진하고, 기묘하고, 이상하고 그리고 감동적인 사건을 구경하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고풍스럽고 우아한 영국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 하드보일드한 맛이 하는 미국 추리 소설은 그다지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안락의자형 탐정 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추격전이나 총격전이 펼쳐지는 크리스마스도 나쁘지 않았다.

이 단편집 중 최고의 수작을 뽑으라면 ˝크리스마스가 남긴 교훈˝(토마스 H. 쿡)일 것이다. 우리는 왜 장르소설을 읽을까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답변같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반전이 있는 단편은 ˝내 목표는 신성하니˝(앤 페리)였다. 사람은 어떤 이유로 사람을 죽이려고 어떤 이유로 그를 용서할까? 그 신성한 목표를 헤아릴 수 있는 혜안을 갖을 수 있길....
가장 마음이 먹먹했던 단편은 ˝크리스천 킬러˝(앤드류 클레이번)였다.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사람은 누구라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익숙한 설정의 단편은 ˝이보다 더 어두울 수는 없다˝(로렌스 블록)였다.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범인찾기 하는 스토리는 언제나 내 맘에 드는 설정이다.
작가와 명사 친구가 많은 오토 펜즐러씨가 등장하는 단편집에서 가장 우정이 느껴지는 단편은 ˝요정들의 선물˝(예레미야 힐리)였다. 친구들 사이의 우정과 아낌이 몽글몽글한 달콤쌉싸름한 소설이었다.

한 편, 한 편 지루하거나 그저 그런 소설은 없었다.
정말 크리스마스의 선물같은 단편집이었다.

부디 오토 펜즐러씨의 서점이 계속 번성하여 크리스마스마다 발간된다는 단편소설 시리즈가 계속 되길.

다만, 이 시리즈의 첫번째 단편집을 이제 막 읽은 나는 앞으로 두 권 더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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