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정의 (특별판) 라드츠 제국 시리즈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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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청나게 센세이션한 반응을 일으키며 휴고, 내뷸러 등 권위있는 상들도 휩쓸었다. 그래서 기대가 컸는데 재미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또 막 몰입해서 본 건 아니고 그래도 연작시리즈는 다 볼 거 같기는 하다.
재미있는 세계이기는 하다. 성별의 특징을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고 모든 인칭대명사를 여성으로 사용하는. 그래서 맨처음에는 여성으로만 구성된 제국인가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읽다보면 점점 성별 구분이 그다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남자이고 여자이고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구분이 아닐 수도 있다.
아주 재미있는 인공지능 설정이 소설의 중요한 얼개이다. 저스티스 토렌 제1에스크와 같은 인공지능은 동시에 여러 개의 분체로 존재할 수 있다. 분체는 보조체로 만들어지는데 아마도 포로나 범죄자의 의식과 신체 기능을 소거하고 인공지능을 삽입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인공지능은 프로그래밍된 인위적인 의식체로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순식간에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게다가 움직이고 관찰할 수 있는 분리된 신체를 갖게 되면서 보다 적극적이고 직관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이 직관적이라는 말이 굉장히 재미있는데 이 소설 안에서 인공지능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제1에스크의 독백을 빌리자면 감정은 훨씬 빠른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줘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불안해 하고 분노하고 삐치고 그리고 어떤 함장은 “특별히 아끼는” 감정을 느끼고는 한다. 이 감정 때문에 프로그램된 명령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로부터 분리되어 개별적이고 독립된 존재가 된다.
아마 소설이 성별의 구분만큼이나 공을 들인 주제가 아닌가 싶다. 프로그램된 전체와 주체적인 개인....혹은 전체에서 분열된 개인. 이러한 개인이 변화를 유도한다.
브렉이 제국을 결국 해체할지, 아니 민주화할지가 궁금해서 이 연작시리즈를 계속 볼 거 같다. 덤으로 세이바든의 열렬한 짝사랑이 응답을 받을 수 있을지도 주목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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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끝을 찾아서
이강환 지음 / 현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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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보면 궁금한 것 정말 많고 신화나 신비주의에 기대지 않고 우주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언제나 간절했다. 그래서 대학 때 우주와 인간이라는 교양 과목 수업도 듣고 별자리 촬영도 과제로 하고. 근데 과제는 선배에게 묻어가서 뭘 했는지 기억도 안나고 수업도 이렇게 저렇게 시험은 봤는데 지금 남아 있는 건 1도 없다. 뭔가 현실 사회에서는 절대 접할 수 없는 규모의 아득한 숫자만 인상에 남아 있달까?
작년부터 과학과 사람들 팟캐스트를 듣고 있는데 거기 고정출연하셨던 박사님이 설명을 너무 잘 해주시는데 듣다 보면 휙 지나가버리는 부분도 있고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해서 찾아 읽어 보게 되었다.
책은 우주가 가속팽창하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검증하는 과정과 우주 가속팽창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이해해야할 배경 지식들을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다. 우주가 빅뱅 이후 138억 년동안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도 신기한데 거기에 감속팽창이 아니라 팽창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니 세상에 이렇게 신기한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우주의 가속팽창을 검증하는데 초신성을 표준 광원으로 사용하게 된 과정이나 가속팽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암흑에너지의 존재가 밝혀진 것 등, 우주는 정말 경이로운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직도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많기는 하다. 나 스스로 누군가에게 설명해줄 수 있을 정도로 이해했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제 다른 천문학 교양서도 도전해볼 수 있을 거 같다는 자신감이 조금은 생겼다.
이 책을 완독하고 나니 청주가 방사광가속기 최종 부지로 선정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사람들은 방사선 치료 등 의료 부가가치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데 가속기 건설로 우리도 기초과학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천문학이나 천체물리학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우주의 끝을 찾아서가 좋은 지침서가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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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거성, 백색왜성, 중성자별, 블랙홀, 초신성이 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별이 수소핵융합, 헬륨핵융압, 탄소핵융압이 진행되는 지난한 과정은 여전히 어렵고 별의 각도를 가지고 빛과 거리를 계산하여 우주의 나이를 추정해내는 과정은 매우 형이상학적으로 느껴지지만 그래도 어렴풋이는 알 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표준광원을 정하는데 왜 초신성이, 즉 초신성 1a 중요한지 어렴풋이는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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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실을 이해했을 때의 즐거움!!! 도대체 초신성과 가속팽창에 무슨 관계였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의 서두를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강환박사님 설명력 갑이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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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샹즈 황소자리 중국 현대소설선
라오서 지음, 심규호 옮김 / 황소자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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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청말민초 일반 서민의 삶을 다루는 소설과 영화는 어느 정도 각오를 단단히 해두어야 한다. 이 끝은 절대 좋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는 것은 우리가 역사를 통해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낙타샹즈는 노신의 소설과는 또 다른 서글픔이 있었다. 라오서는 샹즈를 절대 희화화 하거나 한심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샹즈가 겪어온 일을 이렇게나 꼼꼼하고 세심하게 묘사하는 것은 샹즈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인간으로사의 존엄과 양식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리고 타락에 스스로를 내맡겨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얼마나 큰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샹즈는 처음부터 상식과 인간성을 버린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칭찬하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세상일은 샹즈의 노력과 성실함을 비웃듯 샹즈의 꿈일 계속 짓밟았고 그의 수고와 인내를 덧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숭고함 때문에 무리로 부터 별난 사람 취급을 받았고 자신의 원칙을 내려 놓자 오히려 무리에 섞일 수 있었다. 그리고 한번 내려놓은 원칙은 그를 계속 나락으로 끌어내렸다. 다른 사람들은 무리를 짓기 위해서 딱히 원칙을 내려 놓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런 사람들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샹즈는 원래 철저하게 자신을 다잡는 사람이었고 그런 원칙들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자 삶 전체가 허물어지게 된 것이다.
라오서는 선량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인간성을 상실하고 결국 영혼없는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배려없이 이기적으로 굴다가 결국 타인의 삶을 팔아넘기는 아귀가 된다. 시대는 이러한 선택을 재미있는 구경거리로만 여기고 있다.
이게 지옥이 아니면 뭔가...
작가 라오서는 문화대혁명 기간에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간의 타락에 서늘한 슬픔을 간직하고 있던 작가는 인간성이 상실한 시대의 한 가운데서 괴물이 되기 보다는 사람으로서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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