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청말민초 일반 서민의 삶을 다루는 소설과 영화는 어느 정도 각오를 단단히 해두어야 한다. 이 끝은 절대 좋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는 것은 우리가 역사를 통해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낙타샹즈는 노신의 소설과는 또 다른 서글픔이 있었다. 라오서는 샹즈를 절대 희화화 하거나 한심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샹즈가 겪어온 일을 이렇게나 꼼꼼하고 세심하게 묘사하는 것은 샹즈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인간으로사의 존엄과 양식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리고 타락에 스스로를 내맡겨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얼마나 큰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적어도 샹즈는 처음부터 상식과 인간성을 버린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칭찬하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세상일은 샹즈의 노력과 성실함을 비웃듯 샹즈의 꿈일 계속 짓밟았고 그의 수고와 인내를 덧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숭고함 때문에 무리로 부터 별난 사람 취급을 받았고 자신의 원칙을 내려 놓자 오히려 무리에 섞일 수 있었다. 그리고 한번 내려놓은 원칙은 그를 계속 나락으로 끌어내렸다. 다른 사람들은 무리를 짓기 위해서 딱히 원칙을 내려 놓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런 사람들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샹즈는 원래 철저하게 자신을 다잡는 사람이었고 그런 원칙들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자 삶 전체가 허물어지게 된 것이다.라오서는 선량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인간성을 상실하고 결국 영혼없는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배려없이 이기적으로 굴다가 결국 타인의 삶을 팔아넘기는 아귀가 된다. 시대는 이러한 선택을 재미있는 구경거리로만 여기고 있다.이게 지옥이 아니면 뭔가...작가 라오서는 문화대혁명 기간에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간의 타락에 서늘한 슬픔을 간직하고 있던 작가는 인간성이 상실한 시대의 한 가운데서 괴물이 되기 보다는 사람으로서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