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속을 소재로 해서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너무 많은 걸 담아내려 해서 그런지 후반부에서 들이닥치는 홍수에 당혹감을 느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소개글 정도의 스포 함유





피할 수 없는 상갓집 방문, 그리고 풍습



살다 보면 상갓집에 가게 될 일이 생긴다. 장례식장에 가서 조의금을 내고, 위로하고되도록이면 조사가 일어나지 않거나 호상이길 바라지만 세상은 친절하지 않다. 그런데, 보통 장례식장에 들렀다가 돌아올 때 의례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 귀가하기 전 현관문 앞에서 소금을 뿌린다든가, 다른 장소에 한번 들렀다가 집에 돌아가든가. 부정 타는 것과 잡귀가 들러붙는 것을 방지하려는 차원에서 하는 일들. 민간신앙에 근거한 행위가 예로부터 지금까지 알음알음 전해져 내려온 증거.


다시 말하면, 부정과 잡귀를 두려워하여 내쫓기 위한 일들. 그래서 이와 관련된 것들은 토종 공포물에서 뺄 수 없는 요소로 등장한다. , , , , , 육 등등. 빙의로 떠나간 이를 만나게 해주고 해로운 귀신을 쫓아내며 미래를 점쳐주는 행위. 행위의 주체자 무당. 생자들에게 득이나 해를 안기는 신, .



종이에 새겨진 주문, 이야기



그렇기에 <>을 보았을 때 굉장히 반갑고 기대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목부터 대놓고 이 책에 담긴 이야기의 핵심은 '공포!! 무속!!'임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으니까. 어떤 단어가, 문장이, 문단이, 이야기가 새겨져 있을지 어서 알고 싶은 마음.


그에 걸맞게 소설은 상갓집에서 시작된다. 시작부터 윤식이 무언가 수상한 인물임을 암시하는 직장 동료들의 수군거림과 함께. 하지만 윤식은 신경조차 쓰지 않으며 적산법사라는 무당으로부터 받은 기물을 태운다. 축귀를 위해 소금을 뿌려도 시원찮을 판국인데. 대체 왜?


이러한 독자의 의문을 해소시켜주듯 장면이 넘어가며 자연스럽게 동기와 배이 그려진다. 회상, 그리고 대화. 역시 다른 곳도 아닌 장례식장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몇 번의 기묘한, 상갓집에서 행하는 제식 행위. 그 후 윤식과 주변 이들에게 잇따르는 심상찮은 조짐과 사고는 무엇을 의미할까?


89년도, 경상도 다흥, 이라는 시공간적 바탕은 윤식을 중심으로 한 서사를 쌓는 데에 보탬이 된다. 그때와 그곳에서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에 현실감과 긴장감을 더 고조시킨다. 89. 지인이니 눈 감아주고 대가를 받아 뒤를 봐주거나 하는 행위가 지금보다는 더 만연했던 시기. 교통과 통신이 서로 먼 지역 및 사람간의 지리적 거리감과 심리적 거리감을 덜어주지 못했던 시기. 지역이라는 울타리가 더 공고했던 시기. 따라서 극히 수상한 윤식의 행동은 모난 돌처럼 공분을 사며, 공포의 불씨가 된다.


<>에서 나타나는 무속의 모습은 토종 공포물이 보여줄 수 있는, 단어만 들어도 바로 떠오르는 그것이다. 비린내를 풍기는 피에 절여진 듯한 부적, 짤랑이는 무당의 방울소리, 현란한 무구, 기이한 열기에 휩싸여 보이는 춤사위, 빙의. 이런 요소들이 문장의 외피를 두른 채 곳곳에서 공포감을 일으킨다. 그리고 토속 공포물에만 안주하지 않으며 책 소개의 글귀처럼 스릴러, 미스테리, 형사물로서 다양한 장르적 면모를 내비친다, <>.



굿상 위의 떫은 과실



그런데 오히려, 다양한 면모를 부여하는 장치가 이야기의 결을 해친다. 구조를 탄탄히 하려고 여기저기 덧댄 부속물이 구조를 헐겁게 만든다. 작품이 취한 여러 장르의 요소들이 서로 뒤엉켜 산만해지는 것이다. 결국 사공들이 어지러이 뒤엉킨 채로 달려가다 후반부에서 배가 우주로 날아가 버린다. 너무나 많은 것을 한꺼번에 풀어버린 느낌. 한번 휘둘러 단숨에 모두 잡으려는 느낌. 갑자기 혜성처럼 들이닥치는 정보와 진상. 물론 초반부터 복선과 암시가 이곳저곳에 있긴 하지만 매끄러운 인상을 못 받았다. 그래서 아쉽다. 추구한 바가 너무 과하지 않았나.


또한 89년대라는 시대적 배경 때문인지 차별적인 비유나 대사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 시절이면 그런 대사 칠 만도 하지, 납득되는 부분도 있지만 굳이 이런 단어를 써야 했을까? 하는 의문을 남기는 지점들. 눈동자가 문장을 따라 내려가다 덜컥덜컥 멈추는 가로막이 많다. 소설이 전지적 시점을 취하니, 특정 인물이 조명 받는 장면에선 그 인물의 관점과 생각으로 서술된다는 식으로 이해하려 애써야 할지.



다음 굿을 기다리며



하지만 쓰린 숨과 함께 흩날려 보내기엔 <>이 보여주는 공포의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 상갓집을 비롯한 장소의 활용, 무속과 연결된 현상 및 인물,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서 인화된 광기로 불타는 새빨간 굿판의 사진.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붙드는, 굿판이 끝난 뒤 받게 될 오컬트맛 떡에 대한 기대감. 마침맞게도 작가의 다음 굿판인 <신을 받으라>가 준비되어 있다. 그 굿판에선 무엇을 겪을지 여러 의미로 두렵다. 좌우간 어서 다음 굿을 읽고 떡을 받을 준비를 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은 얼굴의 여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파 색채를 띤 새로운 시리즈. 특유의 민속학적 신앙을 통한 공포심 유발이 여전히 반갑습니다. 그리고 역사적 메시지까지…. 도조 겐야 시리즈에 이어 기대할 시리즈가 더 늘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은 얼굴의 여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소개글 정도의 스포 함유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보이는 세계



미쓰다 신조는 일상과 비일상을 뚜렷하게 구분지으면서도 그 둘을 한데 잘 섞는다. 비일상이 일상 속으로 침투하는 순간과 공간을 찾아내거나 만들어내는 감각이 좋다. 새로이 거주하게 된 집,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숲, 기이한 분위기가 감도는 산촌 등의 여러 장소.

  

이러한 곳에서 비일상은 괴이의 가면을 쓴 채 인물들의 일상에 점점 다가간다. 가면의 종류는 다양하다. 초자연적인 현상, 타인의 일탈 및 범죄, 생활 소음으로 가장한 귀신의 소리. 가면을 쓴 비일상이 막무가내로 주최한 무도회에서 인물들은 서서히 공포에 질리거나, 용기를 내거나, 줄행랑을 치는 둥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그 과정 속에 미스터리와 호러의 비율을 작품에 따라 조절하여 스며들게 하고, 이에 독자는 자극을 받는다. 공포든 쾌감이든 뭐든. 그래서 탄광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인, <검은 얼굴의 여우>을 보자마자 감탄이 나왔다. 광산은 일상과 비일상이 혼재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인 덕에.


 

아랫땅의 일상과 비일상

 

 

광산. 광석을 캐는 곳. 광석을 캐기 위해 캐면서 들어가야 하는 동굴, 땅 아래 깊숙한 곳. 개인 단위로 소소히 광물을 캐며 돈을 벌다가, 점점 기업 단위로 주체가 커진 곳. 굴 안에서 한나절 이상을 보내야 하는 광부들의 일상 공간.

 

그럼에도, 그곳은 언제 침투할지 모를 비일상을 대비하고 경계해야만 하는 장소다. 왜냐하면 광산에서의 비일상은 대부분 생명과 직결되는 까닭이다. 갱도가 무너지고, 가스가 새고, 큰 부상을 입고. 일상을 영위하면서도 광산의 특성상 건강을 조심할 수밖에 없는데, 비일상적 사건까지 닥치면...? 그리하여 광부들은 신에게 하루의 무사함을 빌고 미신에 가까운 특유의 불문율이 자생해 지배한다. 광산 자체를. 정말 무섭고 미스터리한 사건이 일어나기 좋은 공간이다.

 

탄광. 석탄을 캐는 광산. 한때 산업의 동력이 되었던 에너지원인 석탄. 공업과 군수업, 여러 사업을 지탱했던, 오래된 옛 자원. <검은 얼굴의 여우>의 핵심 배경.

 

왜 하필 탄광일까. 구리. . 다른 광물을 캐는 광산도 많다. 배경이 미국이었다면 금광이 등장했을 터다.

 

왜 하필 석탄일까. 아마도 근대에 가장 많은 이들이 몸으로 직접 채탄했던 광물이 석탄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석탄은 당시 일본에서 공업 발전을 위한 연료 그 이상 가는 중요 자원이었다. 일본을, 회사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탄광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이 희생된 장소였던 것이다.

 

 

공간에 얽매인 시간

 

  

따라서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인 것은 필연이다. 석탄이 아직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기능하고, 식민 지배와 강제 노동의 흉터가 선명히 남아 있으며, 첨단 기술이 도입되어 광산에서 육체 노동의 필요성이 줄어들기 이전천대와 편견에도 아랑곳 없이 저 어둡고 숨 막히는 갱내를 일상 삼아 살아가는 이들이 많았던 시대.


아마 작가는 광산을 소재로 한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자료를 조사하다 탄광, 패전 직후 두 포인트를 짚어내지 않았을까. 탄광만큼 일상과 비일상이 혼재하며 자본가와 노동자, 식민자와 피식민자의 대치가 극명했던 장소는 없었을 테니.


 

시간에 얽매인 역사

  

 

따라서 작품에 사회파 미스터리의 색채가 진한 것 또한 필연하다. 배경을 정했다면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한데, 그들에게 깊숙이 영향을 준 역사와 사회와 문화를 빼놓고 당대 사람들을 그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설령 등장할 인물이 탄광 노동자가 아니라 하여도.

 

채탄량 증가를 통한 이득만 신경 쓰는 탄광 회사, 전쟁을 위해 채탄량을 극도로 끌어올릴 것을 요구하는 국가. 그 과정에서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었던, 사람. 이들의 애환과 칡뿌리처럼 얼키고 설켜 맺어진 관계를 자원 삼아 나아가는 이야기는, 석탄을 자원 삼아 나아가는 기관차와 닮아 있다.


그러하므로 <검은 얼굴의 여우>에서 조선인 강제 징용이 주요 화두인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탄광 노동과 강제 징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니까. 우리에게 정말 익숙한 이름과 지명이 나오고, 한국 국적인 이들도 등장해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 함께 휘말리는 것이다.

 

이쯤되면 과거는 과거라는 명목하에 일제의 식민지배와 관련해 어느 정도 미화된 부분이 있지 않으려나싶지만, 예상을 뛰어 넘는 균형잡힌 관점으로 관련 부분이 담담하게 서술된다. 극우 단체로부터 테러라도 당하지 않을지 걱정될 정도로.


 

역사에 얽매인 사람 

 

 

작가가 그러한 시각으로 정성들여 창조해낸 인물과 사건은 작중 배경과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잔혹한 국가적, 집단적 폭력 앞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저항하거나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부터, 그 폭력을 앞장서서 휘두른 이들까지. 군국주의란 기치 아래 사람 사이에 우열을 가르고 숨쉬듯 혐오와 차별을 가하기는 얼마나 쉬운지.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역사적 조형에 미쓰다 신조 특유의 호러 요소마저 빼어난 솜씨로 덧대었다는 점이다. 탄광을 둘러싼 고유의 여우 신앙, 땅 속에서 엄습해 오는 공포, 팔에 소름이 돋게 만드는 기기묘묘한 경험. 탄광 마을을 둘러싼 암운. 탁월한 묘사, 방 구조와 물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친절하게 삽입된 삽화를 바탕으로, 암운은 점점 더 짙어진다. 눈을 감으면 눅진한 분진 냄새마저 코 끝에 맴도는 것 같다는 평은 그저 과장일 뿐일까?



과거에 대한 묵시의 저편


 

결국 작가는 작품의 주요 소재와 주인공을 정할 땐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고 여겨 본다. 독자인 우리는 이에 주관적인 해석을 덧붙여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해간다.

 

상술했듯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검은 얼굴의 여우>는 사회파 미스터리 성향이 강하다. 이는 앞으로 나올 <모토로이 시리즈>의 작품도 사회파 성향이 짙을 거라는 예상을 하게 만든다. 일본 패전 직후의 지식인인 모토로이 하야타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이상이 현실 앞에서 무너지는 과정과 군국주의로 점철된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체험하고, 결국 방랑을 결심한 그가 중심이기 때문에. 방랑 중에 인과 연이 닿아 탄광부로 일하게 되어 '검은 여우신' 사건에 휘말렸음에도 그의 심지는 꺾이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 깨닫고 변해간다. 그는 사람들과 현장에서 부대끼며 어떤 답을 찾아 갈까. 전체주의의 폐단과, 그로 인해 무너져버린 잔해를 수습하고 일어나기 위한 답을.


이러한 모토로이 하야타의 모습은 언뜻언뜻 과거의 폐단을 내비치는 현재 일본의 정치 사회에 묵직한 울림을 주는 것만 같다. 그래서 어촌 마을을 향한 그의 다음 행보가 담긴 작품인 <백마의 탑>은 어떤 내용일지, 한시바삐 확인해 보고 싶어바다와 배 또한 미신과 고유 신앙이 지배하는 곳이니좀이 쑤실 지경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잔한 서정과 황량한 공포가 엇갈리는 가운데 피어나는 자그마한 희망의 이야기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