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인형장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ㅣ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1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2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관>은 미쓰다 신조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선 작가의 차후 여러 작품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가 생생하게 존재감을 발한다. 한 데 뒤섞여 분간이 어려울 정도의 현실과 허구, 작중작의 작중작(?)―메타적 요소, 괴이의 논리적 해석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혹은 둘 다 가능한가?, 질척질척하게 조여오는 기이한 현상, 다 읽은 후에 남아있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뒷맛. 

  그렇지만 <기관>이 소위 "미쓰다 월드" 작풍의 원석이라 하여 좋은 점만 갖고 있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긴장감의 완급 조절에 실패하여 꽤나 늘어진다는 인상이 완독 후에도 강하게 남기 때문이다. 즉, 작품을 조각내 처음인 1부터 결말인 10까지 나누었을 때, 3번부터 8번 지점까지가 매우 지루하게 느껴진다. 중간에 삽입된 작중작, <모두 꺼리는 집>으로 분위기를 으스스하게 환기시키는데도. 그도 그럴 것이 그 구간은 특정 인물과의 관계 쌓기와 미쓰다 신조가 편집자로서 하는 일로 채워져 있는 탓이다. 이 구간에 몇 가지 장치를 더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 분명히 특정 구간이 밍숭맹숭해서 읽은 지 한참이 지난 아직도 아쉽기는 한데. 바로 그 부분에서 미쓰다 신조의 취향을 엿볼 수 있어 호기심 충족이라는 면에서는 만족을 안겨준다. 작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았기에―자신의 친구, 출판사에서 맡았던 기획, 편집자 겸 작가로서의 생활이 실제 그대로 서술된다―선사할 수 있는 만족이리라. 더불어 <기관>에 현실성을 더하는 역할까지. 

  이렇게 더해진 현실성은 어느샌가 작가가 거주하는 집 "인형장"을 매개로 허구와 완전히 뒤섞이게 된다. 회색이 사라지는 자리에서……. 이쪽 세계의 "인형장"이 저쪽 세계의 "인형장"에 영향을 줄까 혹은 그 반대일까 끊임없는 질문만이 떠오르고, 긴박감은 불이 되어 도화선을 빠르게 질주한다. 결국 이 이야기의 끝에 무엇이 기다릴지, 어떤 답을 택할지, 답을 택하지 않고 이야기가 남긴 자라에서 오도카니 여운을 즐길지, 모든 건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