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작업 2 -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여자들 돌봄과 작업 2
김유담 외 지음 / 돌고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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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방식으로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여자들


213p. "저는 육아랑 안 맞는 사람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여자는 맞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반응하고 대부분의 남자는 살짝 웃고 넘긴다. 일하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성취감을 느끼지만, 육아에서는 좌절과 분노를 알게 됐고 내가 이렇게 별로인 사람이라는 것을 매일 확인했다.

 

이 책은 정답이 있는냥 육아를 가르치려는 글도 아니고, 육아든 일이든 힘든일이라고 투정부리며 공감을 요구하는 글도 아니며, 두가지를 다 잘해낸 성공스토리도 아니다. 단지 육아와 일사이에서 어떠한 상황이 있을 수 있는지, 어떠한 선택지가 있는지,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솔직한 경험담과 생각을 공유해주는 글들이다.

 

돌봄을 하면서 아이들을 중심에 먼저 두고, 그 이외의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던 요즘의 나를 돌아보니 열한가지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작업들이 부럽기도 멋있기도 그 작업돌봄을 함께 하는 엄마들이 대단해보이기도 했다.

 

지난주 자진해서 남들보다 며칠이나 앞서 아이들 여름방학을 개시하면서, 지금은 일하는 엄마가 아니니까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지 하며 나의 시간과 체력따위는 고려하지 않은채 아이들을 위한 스케줄을 꽉차게도 짜넣고는 혼자 내심 흐믓해 하던 어리석었던 여름방학의 시작.

 

결국 아이들까지 여름맞이 감기를 앓으면서 집콕신세가 되고나니 허무하기도 하고, 뭘 잘못했나 자책도 하며 아이들을 위한 계획이 흐트러진 것에 일하지 않는 엄마의 양심의 가책을 더블로 받은 기분이었다.

 

결혼 7년만에 어렵게 아이를 만나 흔히들 얘기하는 전업맘으로 살면서 나의 돌봄과 작업은 어땠는지 돌아보니 어느하나 제대로 해낸 것이 없는 것 같아 죄책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이런 때 만난 돌봄과 작업속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해준 작가님의 글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21p. 나는 돌봄이 절대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의무감이나 죄책감으로 다른 존재를 돌보는 일에 떠밀리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정말로 내가 돌봐야만 하는 존재들을 만나게 될 때 정확히 알아차리고 선택할 수 있기를, 그 돌봄의 과정에서 자신을 전부 희생해버리지 않고 살아남기를,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더 많이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44p. ...이제 겨우 뭔가 떠올라서 몇 줄이라도 써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면, 이미 아이의 하원 시간이 가까워졌다. 실제로 아이를 데리러가는 길에 서러움이 몰려와 눈물을 쏟은 적도 있다. ... 활짝 웃는 얼굴로 엄마를 향해 뛰어나오는 아이와 볼을 비비면서... 또다른 종류의 죄책감을 느꼈다. 내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탓할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었다.

 

48p. ... 내가 새로운 인간을 낳아 기르며 매번 벅찬 감정을 경험한다는 사실이 놀랍기까지 하다. 무턱대고 사랑하고 감탄하는 존재를 만날 수 있음을 아이를 통해 처음 배웠다.

 

62p. 어릴 때부터 품어온 콤플렉스가 있다. 내가 순수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괴로움이다. ... 어떤 이들은 나를 똑똑하다’, ‘배려심 있다며 좋아했지만 ... ‘를 개조하려 했다. 사람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순하게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하지만 그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85p. 지금 느끼는 무게감이 발목에 채워진 모래주머니가 아니라 날 붙잡고 있는 아이의 존재감이라면, 힘을 낼 수 있을 것도 같다.

 

89p. 어떤 아이든 제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키우겠습니다.

 

99p. 누군가 내게 언제 가장 슬펐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나 자신을 잃었을 때요.” 부모가 된다는 것은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어떠한 경우에도 나 자신을 잃으면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일지라고. 진정한 모성은 나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고 사랑하는 것이다.

 

149p. 엄마는 아이를 위해 늘 에너지를 비축해 놓아야 한다.

 

164p. 내 몸은 알아서 일하고 있는데, 그의 몸은 알아서 쉬고 있었다. 싸움 끝에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대개 이러했다. “그러니까 혼자 일하지 말고 나를 시키라니까.”하지만 시키기도 노동이다. 무엇이 필요한지 전체를 살피며 시키는 일이 왜 애초에 내몫이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165p. 공간을 보살피는 것, 타인을 돌보는 것, 즉 말하지 않는 대상(사람)의 욕구를 짐작해 대비하는 것은 배려혹은 센스라는 단어로 여성에게 부과되어온 감정 노동이다.

 

겪어보지 못한 돌봄과 작업을 글로서나마 접해보며 나라에만 기대지 않는 공동육아의 새로운 형태들도 알게 되었고 나를 더 사랑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보았다.

 

돌봄은 엄마들만의 몫이 아니다.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가득한 돌봄이라는 두글자를 어깨에서 내려놓고 나만의 방식으로, ‘선택한 대로 엄마의 인생을 살아보면 좋겠다.

나의 돌봄과 작업의 이야기도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적어내려갈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어보고 작성한 개인적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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