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암울한 색채로 다가왔던 영화가 손에 잡힐 듯 하지만, 한장한장 힘겹게 넘어가는 건... 아무래도 그간의 책읽기 탓(?)으로 돌린다. 아무려나 책읽기는 계속 되겠지.
이 땅에 천주교가 들어와 겪었던 피비린내나는 고난의 역사가 정난주라는 한 인간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읽는내내 한 인간이 감당한 삶이 너무나도 처절해 몸서리를 쳤다. 종교와 신념. 그 무게를 감히, 무신론자인 나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작가의 굵직하고 힘있는 서사가 젊은 작가라고 짐작도 하지 못한 채 난주라는 인물에 푹 빠져들게 했다. 살아 펄떡이며 숨쉬는 사람들과 그들의 말이 생생하게 그려져, 제주라는 공간과 종교박해라는 다소 무겁고도 제한된 주제를 잘 버무려 빛나는 성찬으로 내놓았다. 작가의 힘찬 작품들을 오래도록 보고싶다.
그녀의 새로운 글을 더이상 읽을 수 없어 슬프다. 몇번이고 읽었던 책. 잔느모로와 장 폴 벨몽도의 어지러운 욕망이 희한하게 스산하게 다가왔던... 미치게 아름다웠던... 모데라토 칸타빌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