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 사용법
프랑수아 를로르.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배영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7월
절판


"일어난 일들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들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30쪽

분노의 목적은 상대에게 화를 내는 데 있지 않다. 나에게 더 많은 주위를 기울이도록 하고, 나를 존중하도록 만드는 것이 그 목적인 것이다.-95쪽

부끄러움에서 가장 끔찍한 것은 자신만이 유일하게 이를 느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아니 에르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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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 2007년 제3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신경진 지음 / 문이당 / 2007년 2월
품절


나도 알아. 하지만 사람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그런 거 아냐? 따분하고 지겹고.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그런 일을 하면서도 꿈을 꾼대. 결국은 하찮은 일을 하는 거지만 그 일을 통해서 다른 세계로 간다는 거야. 자신의 상상만으로.-113쪽

어쩌면 도박의 결말은 이미 예정된 것인지도 몰랐다. 동전의 앞면이 나오든 뒷면이 나오든 결국 같은 것이다.그럼 정말 세계가 예정된 것이라는 말인가?
내가 발버둥을 친다고 뭔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면, 왜 그런 수고를 해야 되는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만약'이라는 마지막 희망마저 꺽지는 않았다. 생존이란 그런 거라고 교육받았고, 설령 교육받지 않았더라도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본능에 따라 삶을 유지한다.-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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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굽는 시간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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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경란, 그녀가 진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근친상간, 비윤리적인 행위들, 그건 그냥 부차적인 이야기고,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핍과 소통의 부재 그리고 불신과 무관심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 자연스럽게. 결핍과 중독은 세트메뉴 같은 거잖아. 엄마에게 거부당한 여진은 한익주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 역시 떠나가잖아. 그러니까 그런 모든 게 빵으로 옮겨간 건 아닐까, 생각했어. 택시에 합승한 아저씨가 알고 보니 같은 집에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별로 놀랄 일은 아니지. 사랑받지 못한 여진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 리가 없잖아. 그치만 여진은 빵으로 마음을 표현하잖아, 계속 거부당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아무도 빵을 맛있게 먹어주지 않았어. 슬프게도.

2.강여진에게 빵은, 빵 이상

창을 열어놓으면 반죽의 온도와 발효 시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빵이 그 어느 음식들보다 예민하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다. - 본문 중에서

그녀에게 빵은 (예민했던)그들 대신이기도 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했어. 그야말로 빵 이상의 빵이었던 거야. 그건 자신의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그녀가 난데없이 빵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하는 걸 봐도 느낄 수 있었어. 내게 식빵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했어, 그녀는. 후에, 그녀에게 식빵 같은 존재였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도 슬퍼하지 않아. 슬퍼하는 대신 식빵을 만들어. 그녀에게 식빵이 없었다면? 그녀는 아마 죽었을지도. 그녀에게 빵이 있어 참, 다행이야.

3.인간, 강여진

어째서 그녀는 그토록 놀라운 일에도 나른한 태도로 일관하는 걸까.

원래부터 혼자였기 때문에?
관계?…… 관계라고 했니, 너 지금.
여진아,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아직 네 나이에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모든 관계는 만질 수 없는 거란다. 너는 자꾸만 만지고 확인하고 싶겠지만 글쎄…… 부질없는 거다. 그리고 이제 나는 만질 수 있는 것에 대해 별 미련이 없구나. 나는 유언을 하듯 깊고 분명한 음성을 내고 있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우리는 마주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 완전한 혼자라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본문 중에서

식빵을 굽는 시간은 어쩌면 그들을 기억하는 시간이었을지도?
윤회해서 똑같은 인생을 다시한번 사는 사람처럼 나는 이제 무슨 일에고 쉽게 놀라지 않는다. 단순히 감정감각이 말을 듣지 않는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어쩌면 내 심장 속에는 백 년 묵은 구렁이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내 의식의 심층은 이미 선캄브리아시대 때부터 단단하게 굳어져 있었는지도 몰랐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나에게도 현재형으로 쓸 수 있는,현재형으로밖에 말할 수 없는 추억은 있다. 어쩌면 나는 그 추억을 되새김질하기 위해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단편, 불란서 안경원 중에서

마지막으로, 그녀는 모든 이들에게 살아갈 것을 권유해.
“그래도 아주 죽는 것보단 낫잖아요. 살아 있으면서 잃어버리는 게 낫잖아요. 잃어버리게 된 건 그대로 잊는 거예요. 더 이상 미련 갖지 말아요. 그리고 그걸 알아야 해요. 당신 인생엔 아직 시작도 못한 시간이 남아 있다는 거 말예요……” -본문 중에서

....... 있잖아. 들려? 쿵쿵쿵. 가슴이 뛰는 소리. 끝으로 갈수록 나는 점점 심장이 조여왔어. 죽지마요. 죽지마요. 그러면서 읽었어. 그녀가 죽을까봐. 원래 죽을 결심을 하고서는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하잖아. 그래서 혹시, 마지막에 죽으면 어쩌나하고. 그런데 그녀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아무 일도 아니다. 그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담담히. 침대에서 엎드려서 책을 양손에 붙잡고서 읽는데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심장에서, 어깨에서부터 발끝까지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했어. 전율을 느꼈다고 표현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내가 그녀였다면 난, 아마 주저앉았을 거야. 결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라고. 있지, 조금은 창피하기도 했어. 모두에게 거부당하고, 모두가 떠나가고... 그녀는 홀로 남아 빵을 구워대고 있잖아.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면서. 내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었다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라고.
토닥토닥. 그러네. 정말 그러네, 여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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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남자
아오야마 나나에 지음, 지세현 옮김 / 들녘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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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어린친구들이 쓴 작품들을 보면 무척 어두운 글이 많다. 작품은 곧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슬프기도하지만, 자신의 아픔과 욕망을 승화시켜 이런 작품을 써내려가는 것, 그렇게 성숙해지는 건 참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 중간중간에 있는 삽화도 이야기의 주제와 잘 맞고. 삽화가 이름이 따로 들어가 있지 않은 걸보면 직접 나나에가 그린 건가. 얇고 짤막한 이야기로 내 머릿속은 흔들바위가 됐다.

내 머릿속을 간지럽히고 있는 것들을 늘어 놓자면, 이런 것들.

하나.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는 어느 정도인가.
이게 참 어렵다. 친함을 유지하는 것도 적당한 거리라는 게 있다. 너무 친하여 나의 속속을 다 알고 있으면 오히려 불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지점을 넘어서면 나를 다 보여주게된다. 그러니까 일종의 확신이 들게 되는데 어떠한 걸 보여줘도 나를 떠나지 않을 사람, 이라는 확신이 들게되면 그냥 '거의' 모든 생각을 가감없이 말하게 되는 것. 하지만 그 순간을 넘어서기는 힘들다. 언젠가 누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 사탕 안 뺏어먹을게. 널 보면 꼭 등뒤에 사탕을 감추고 있는 어린아이같아.' 나는 사실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있어서 그와의 거리가 굉장히 좁게 느껴졌었다. 허나 늘 나를 잘 풀지 못하는 나는 그에게 꽤나 큰 상처였을지도 몰랐다. 그 가까워짐의 속도와 거리는 꽤나 중요하면서도 맞추기 어렵다.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약간의 간격을 두고 걷기 시작한다. -84페이지.

그가 이따금씩 나를 곁눈질한다. 행복하다. -86페이지.

두울. 타인을 훔쳐보고, 알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도 종종 그런 유혹을 느낀다. 그걸 완전한 타인에게서 느끼기도 하고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느끼기도한다. 나와 아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완전한 타인을 만나게 되면 친근한 느낌이 들며 따뜻해진다. 또, 내가 바라는 이상향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고. 이런 유혹은 누구나 다들 느끼며 사는 거 아닌가요? 궁금한 거잖아요? 당연한거죠, 뭐. 사람이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겁니다!  이런 식의 자기합리화 :P

건너편 방 남자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져 간다. 그보다는 내가 상상할 수없는, 나의 구원이 되어줄만한 낯모르는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이 보고 싶어진다. 나는 탈출하고 싶다. 내가 속한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 -95페이지.

결국 내가 보고 싶은 것은 평범함 사람들의 일상이 아니라 무표정 뒤에 감춰진 모순과 욕망, 슬픔으로 일그러진 질퍽하고 냄새 나는 얼굴이었는지 모른다. -11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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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창비시선 271
박연준 지음 / 창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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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잠과 불면의 시간이 계속되면, 생각도 덩달아 많아진다. 둥실둥실 생각을 떠올리다가 이외수님이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그대여.
한 평생을 지독한 가난과 핍박 속에서
아름다운 시를 쓰다가
천수를 다하고 하늘로 돌아간 시인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겠다던 시인처럼
그대도
천수를 다할 때까지
천지만물을 눈물겹게 사랑하고
그대 자신을 눈물겹게 사랑하라.
이 세상에 아직도
외롭고 가난한 시인들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분명 그대도 살아 있을 가치와 희망이 있다.
용기를 가져라.
분연히 일어서라.
그대는 젊다.

날다타조 중에서-

난 시집을 잘 사지도 않지만, 관심도 별로 없다. 한데 어느 날, 어떤 시를 보고 한 눈에 반해서 시집을 구매했던 적이 있다. 그 시는 다음과 같다.

***

얼음을 주세요.

이제 나는 남자와 자고 나서 홀로 걷는 새벽길
어린 풀잎들, 기울어지는 고개를 마주하고도 울지 않아요
공원 바닥에 커피우유, 그 모래빛 눈물을 흩뿌리며
이게 나였으면, 이게 나였으면!
하고 장난질도 안 쳐요
더 이상 날아가는 초승달 잡으려고 손을 내뻗지도
걸어가는 꿈을 쫓아 신발끈을 묶지도
오렌지주스가 시큼하다고 비명을 지르지도
않아요, 나는 무럭무럭 늙느라

케이크 위에 내 건조한 몸을 찔러넣고 싶어요
조명을 끄고
누군가 내 머리칼에 불을 붙이면 경건하게 타들어갈지도
늙은 봄을 위해 박수를 치는 관객들이 보일지도
몰라요, 모르겠어요.

추억은 칼과 같아 반짝, 하며 나를 찌르겠죠
그러면 나는 흐르는 내 생리혈을 손에 묻혀
속살 구석구석에 붉은 도장을 찍으며 혼자 놀래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새벽길들이 내 몸에 흘러와 머물지
모르죠, 해바라기들이 모가지를 꺽는 가을도
궁금해하며 몇 번은 내 안부를 묻겠죠
그러나 이제 나는 멍든 새벽길, 휘어진 계단에서
늙은 신문배달원과 마주쳐도
울지않아요

***

시집을 읽다보면 그녀의 생활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요. 그럼, 어쩐지 위안이 되는 거예요. 우울한 상황 속에서도 발랄하게 노래하는 걸 듣고 있자면 나도 덩달아 발랄해지는 거예요.

스물다섯 때, 시가 몸살나게 좋았다. 그랬으니 신생아처럼 하루 스무 시간 잠으로 보내는, 아버지 발아래 엎드려 자꾸만 연필을 들었다. 나는 아버지의 시든 발목, 혈관 깊숙이 빨대를 꽂아, 공들여 시를 뽑아 먹었다. 시를 뽑아먹을수록 나는 통통해지고 아버지는 아무렇게나 툭툭, 부러졌다. 그게 마음이 아프다. -시인의 말 중에서

눈에서 눈물을 톡톡 뽑아, 그 눈물로 풍선을 만들어 통통 튀겨 가지고 노는 모습이 떠올라요.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우는 캔디말이예요. 나는 그 노래를 이렇게 불렀었어요.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또 울어. 울고, 울고, 또 울지, 참긴 왜 참어.
그런데!
핏빛의 시들을 읽고 난 후에 나는 울지 않아요. 나는, 조금은, 발랄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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