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웃집 남자
아오야마 나나에 지음, 지세현 옮김 / 들녘 / 2006년 6월
평점 :
일본의 어린친구들이 쓴 작품들을 보면 무척 어두운 글이 많다. 작품은 곧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슬프기도하지만, 자신의 아픔과 욕망을 승화시켜 이런 작품을 써내려가는 것, 그렇게 성숙해지는 건 참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 중간중간에 있는 삽화도 이야기의 주제와 잘 맞고. 삽화가 이름이 따로 들어가 있지 않은 걸보면 직접 나나에가 그린 건가. 얇고 짤막한 이야기로 내 머릿속은 흔들바위가 됐다.
내 머릿속을 간지럽히고 있는 것들을 늘어 놓자면, 이런 것들.
하나.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는 어느 정도인가.
이게 참 어렵다. 친함을 유지하는 것도 적당한 거리라는 게 있다. 너무 친하여 나의 속속을 다 알고 있으면 오히려 불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지점을 넘어서면 나를 다 보여주게된다. 그러니까 일종의 확신이 들게 되는데 어떠한 걸 보여줘도 나를 떠나지 않을 사람, 이라는 확신이 들게되면 그냥 '거의' 모든 생각을 가감없이 말하게 되는 것. 하지만 그 순간을 넘어서기는 힘들다. 언젠가 누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 사탕 안 뺏어먹을게. 널 보면 꼭 등뒤에 사탕을 감추고 있는 어린아이같아.' 나는 사실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있어서 그와의 거리가 굉장히 좁게 느껴졌었다. 허나 늘 나를 잘 풀지 못하는 나는 그에게 꽤나 큰 상처였을지도 몰랐다. 그 가까워짐의 속도와 거리는 꽤나 중요하면서도 맞추기 어렵다.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약간의 간격을 두고 걷기 시작한다. -84페이지.
그가 이따금씩 나를 곁눈질한다. 행복하다. -86페이지.
두울. 타인을 훔쳐보고, 알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도 종종 그런 유혹을 느낀다. 그걸 완전한 타인에게서 느끼기도 하고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느끼기도한다. 나와 아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완전한 타인을 만나게 되면 친근한 느낌이 들며 따뜻해진다. 또, 내가 바라는 이상향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고. 이런 유혹은 누구나 다들 느끼며 사는 거 아닌가요? 궁금한 거잖아요? 당연한거죠, 뭐. 사람이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겁니다! 이런 식의 자기합리화 :P
건너편 방 남자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져 간다. 그보다는 내가 상상할 수없는, 나의 구원이 되어줄만한 낯모르는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이 보고 싶어진다. 나는 탈출하고 싶다. 내가 속한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 -95페이지.
결국 내가 보고 싶은 것은 평범함 사람들의 일상이 아니라 무표정 뒤에 감춰진 모순과 욕망, 슬픔으로 일그러진 질퍽하고 냄새 나는 얼굴이었는지 모른다. -119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