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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영문과일 때 생각이 나서 읽게 된 책이다.
무엇보다 줄거리를 보았을 때 한 교수님 때문에 교수가 되어 버린 인물에 대해 다룬 이야기였다는 점이 와닿았다. 어쩌다가 농사를 배우러 대학에 입학한 사람이 교수가 된걸까라고 생각하며 읽게 되었다.
스토너는 사실 농사일을 하는 집안에서 자랐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농사일을 이어가길 바라셨지만, 새로운 농사법을 배우라며 대학에 보내게 된다. 그러나 스토너는 농학보다는 영문학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의 스승이었던 교수님은 처음에는 그를 탐탁지 않아 했다. 그러나 그의 가능성을 보고 아예 농사일이 아닌 영문과 교수일을 생각해보라고 권하였다. 배경은 전쟁 시기여서, 스토너도 입대를 권유받지만 그는 교수직에만 매달린다. 그러다 한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마지막 인생을 마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스토너가 워커라는 학생과 싸우는 부분이다. 워커의 청강 태도는 매우 오만했고, 과제도 제때 하지 않았다. 그러나 로맥스라는 교수가 학과장이 되면서 그런 워커를 대학원 시험에서 낙제시키고자 했던 스토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이 일로 로맥스와 스토너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지고, 로맥스는 어떻게든 스토너를 교수직에서 끌어내릴 구실을 찾는다. 결국 두번 가량 스토너가 구실을 잡히는 부분도 뺄 수 없는 흥미요소이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있다. 심지어 다른 교수들마저도 학문적으로도 자격 없는 워커를 시험에서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권위를 가진 로맥스만이 워커라는 학생을 치켜세운다는 점이다. 결국 로맥스-워커의 승리로 이긴 점이 너무나 현실적이다. 그러나 사실 그 과정까지 이것은 결국 소설이라는 점에서 선한 인물의 승리를 기대하게 만든다. 현실로부터의 반전을 기대했으나 실패한 느낌이다.
무언가 한국의 사회가 떠오르지 않는가? 정유라라는 학생이 인성도, 공부도 모자랐지만 이대 면접에서도 만점을 받은 황당한 사건 말이다. 스토너에서는 끝내 로맥스에게 워커가 어떻게 중요한 학생이 되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지인의 아들이었을 수도 있고, 돈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것은 독자의 상상에 맡길 일이다. 그러나 결국 로맥스와 워커 때문에 스토너의 교수 인생은 가팔라야만 했다. 은퇴 시점을 앞둔 뒤에야 정교수직을 제의 받은것은 물론이다.
자신의 과목에 자부심을 갖고, 가르치고자 하는 열의를 가진 교수는 드문 것 같다. 그러나 스토너가 딱 그런 인물이었다. 심지어 권위 앞에 복종하길 싫어하던, 어쩌면 악인들의 입장에서는 융통성이 없는 인물이다. 선한 인물은 후대에나 인정받는다. 소설에서든 현실에서든 변함없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책을 읽는 당신이 지금 당장의 권위를 위해 불의에 굴복할지 말지는 당신의 몫이다. 명예와 이익 사이의 갈등이라면 갈등이랄까..
그러나 학생보다는 학생을 키워내는 부모님과 선생님, 교수님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악인은 악인의 손에 자라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악인으로 가득찬 사회를 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로맥스처럼, 워커처럼 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