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8
도쿠나가 케이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학교 도서관에 독후감을 남겨 9월에 이달의 상을 받았던 독후감. 학교에서 서평상을 받은건 세번째였지만
이달의 상을 받은건 9월이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블루투스이어폰 상을 받은건 이번 10월.
여러 상중에 고르라기에 골라서 동생에게 줬다.

제목이 특이해서 끌리게 되는 책들이 있다. 이 책도 그렇다. 도서 목록을 읽어 내려가다가 제목이 특이해서 읽게 되었다. 검색해보니 표지도 예사롭지 않았고, 작가가 일본인인 것을 보고 선택했다. 이제까지 읽었던 일본 소설들은 대부분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주류점의 부업 아르바이트생이 하루하루를 기록해 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술만 파는, 부정적인 의미의 주류점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배달하는 주류점을 다뤄 참신한 주제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사연이 있다. 자신의 아픔과 사랑과 악의를 표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또한, 그렇게 모든 것을 표현하게 된다면 세상은 얼마나 또 다른 아픔과 악의로 얼룩지게 될까. 그래서 가타기리 주류점처럼 간접적으로나마 마음을 전해주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는 그렇게 마음을 대신 전할 소재로 '가타기리 주류점'을 이용했다.
사실 주류점이라는 소재는 대부분 사람에게 친숙하다. 술을 마시고 회포를 푸는 곳, 그래서 때로는 즐거움을 함께하지만 때로는 상처를 털어놓는 곳. 어쩌면 작가는 이러한 특성을 노려 마음을 전하는 '주류점'을 주제 삼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면, '가타기리 편의점의 부업일지'라고 썼어도, 혹은 '음식점의 부업일지' 라고 썼어도 이상할 게 없었을 것이다.
팬의 선물을 전하러 갔다가 만난 아이돌은 꿈과 부모님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사람이었다.
7년 후의 자신에게 편지를 전해달라던 아이는 가타기리의 고뇌를 해결해줄 마지막 열쇠였다.
과장에게 항상 막말의 대상이 되던 요코라는 회사원은 누구나 그렇듯 상사에게 악의를 품고 살아가는 대표 인물이다. 그래서 요코의 '악의 배달'이라는 목적이 달성되었을 때에는 통쾌함마저 느껴진다.
이외에도 자신을 막 대하는 며느리이지만, 마음을 전하려 애쓰는 노인, 부인과의 추억을 새로운 시작을 위해 굳이 돈을 들여 버리겠다는 남자가 있다.
뭉클한 이야기들이지만 실제로도 있음 직한 이야기들이다. 가타기리 또한 우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자신의 아픔은 해결하지 못했으면서도, 손님과 다른 사람들에게는 현명한 해답을 내놓는 사람인 양 말하는 모순을 가진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머릿속으로는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생각하는 사람. 독자들은 그 모순이 결말에서 해소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가타기리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이어 마음을 배달하는 주류점을 운영하게 되었다. 하지만 소설 말미에는 과연 그것이 우연이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결국, 말미에는 가타기리가 손님인 모치즈키를 돕다가 자신의 오랜 괴로움을 떨치려 전화를 들게 되기 때문이다. 양아버지의 뇌경색이 꼭 자신의 탓이 아닌데도 자신의 탓을 하던 모치즈키처럼, 가타기리는 친구의 죽음을 자신의 탓이라고 여겨왔었다. 그저 자기 일을 시켰던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일 뿐, 차 사고는 우연일 뿐인데도 말이다. 그렇게 아픔을 안고 사람을 대하는 가타기리의 모습은 사연을 담은 손님들 모두의 모습과 어딘가 겹쳐 보였다.
전화를 집어 드는 가타기리의 모습에서 오해와 악의가 쌓인 사람과 화해를 하고 죽겠다던 누군가의 버킷리스트가 떠올라 다시 한 번 나는 누군가에게 괜찮은 사람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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