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예찬
김창진 지음ᆢ
가을의아침
시베리아는 특정국가나 만족의 시야에서 바라보는 익숙한 전통과 이제 이별해야 한다ㆍ
시베리아는 우리의 후속 세대들이 대대손손 나라와 민족과 종교의 차별없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야 할 땅이다ㆍ 시베리아는 러시아와 몽골,중국,한국의 영토적 경계를 떠나 그 땅을 지키고 살아가는 원주민을 존중하면서 광대한 숲과 초원,수 천 개의 강과 호수들을 더불어 호흡하면서 지켜가야 할 야생과 문명의 거처 그 자체이다ㆍ굳이 시베리아 애호가기ㅣ 아니더라도 점점피폐해져가고 있는 아마존, 동남아 밀림지대와 함께 인류의 3대 허파라고 하는 이 소중한 땅을, 단지 에너지와 광물자원의 보고 로만 보는 물질주의적 접근은 모름지기 신중해야 한다ㆍ석유와 천연가스, 우라늄과 니켈이 현대 문명의 유지에 필수적이라고하더라도 붉은 소나무. 졸참나무, 자작나무와 지천에 깔란들꽃이 어우러진 시베리아 숲,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산소와 타락한 인간의 영혼을 정화하는 시베리아의 정기가 한낱 보잘것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시베리아의 오지에도 문명의 빛을 전하기 위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있다ㆍ땅속에 널려 있는 화석 에너지와 지상의 고속 편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끝없는 욕망은 머지않아 더 많은 원시림을 없애고 아스팔트길을 뚫고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릴 것이다ㆍ 그렇게 되면 아직 남아 있는 검은 담비나 붉은 사슴,바닥까지 들여다보이는 샛강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도 점차 사라지고,시베리아 산새의 노래호리도, 호랑이의 포효도 먼 옛날이야기가 될 것이다ㆍ그리고 한참 세월이 지나 우리는 그 청정했던 시베리아를 되돌아보며만시지탄하게 될 것이다ㆍ
시베리아는 우리의 상상 속에서 잃어버린 과거, 다가올 미래로 거기 남아 있다ㆍ막상 그곳에 당도하여 조우하게 될 인간 군상의 자취가 남긴 추레함과 남루마저 미화할 수는 없을 터이지만,시베리아는 아주 특별한 의미로 기억되고 각인되어 있다ㆍ
시베리아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인간의 유한한생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명이며, 그 모든 것을 수만년 동안 지켜보는 바워와 숲과 바람과 눈과 들꽃이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부드러운 미소로 때로는 격정어린 포효로 공존하는 독특한 우주이다ㆍ
하여 우리는 오늘, 야생의 숲과 그 벗이 되어 살아간 인간이 수천 년간 만들어낸 삶의 무늬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어루만쳐 보고 추체험해보는 시베리아 기행을 떠나는 것이다ㆍ
사람들은 길을 떠난다ㆍ
떼지어 가을 하늘을 높이 나는 새처럼
고요한 호수를 헤짚고 다니는 한 마리 작은 물고기처럼
거칠 것 없이 초원을질주하는 말처럼
사람들은 정처없이 멀리 또는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길을 떠난다ㆍ
존재의 이유가 이주에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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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한편으로는 안정을 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모험이라는,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하면서
사명과 피난 사이에서 동요하고,
이들 양자를 취하면서도 항상 어느 한쪽 펀을 선택해야 하는 이율배반에 직면한다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