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그만 가보게 ㆍ게라심ㆍ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ㆍ
괜찮습니다ㆍ더 있겠습니다요ㆍ.
아니야,그만 가봐.
그는 다리를 내려놓고 팔을 베고 옆으로 누웠다ㆍ
자신이 너무나 불쌍했다ㆍ그는 게라심이 옆방으로 물러나기를 기다렸다가 더이상 참지 못하고 어린애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ㆍ한없는 무력감과 끔찍한 고독이, 사람들과 하느님의 냉혹함이, 그리고 하느님의 부재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ㆍ‘도대체 왜 제게 이런 고통을 주시나요? 왜 저를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만드는 겁니까?  왜 도대체 왜 절 이렇게까지 괴롭힌단말입니까?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울었다. 대답은 없을 것이고 있을 수도 없다는 것에 더욱 눈물이 났다 .다시 통증이 몰려왔지만 그는 몸을 뒤척이지도 누구를 부르지도 않았다ㆍ

.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그래, 또 온단 말이지. 올 테면 오라고 해! 그런데 왜? 도대체 왜?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시는 겁니까?‘‘
그러다가 그는 조용해졌다. 울음도 그치고 죽은 듯이 숨도 멈춘채 정신을 집중했다. 그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영혼의 목소리,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생각의 흐름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네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그가 들은 최초의 분명한 개념은 이런 말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었다.
‘네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네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그는 그 말을 반복해서 되뇌었다.
‘무엇이 필요하냐고? 더이상 고통받지 않는 것, 그리고 사는 것."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고통조차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다시 온 정신을 집중하여 귀를 기울였다.
‘사는 거라고? 어떻게 사는 거 말이냐?‘
영혼의 목소리가 물었다.
‘전에 살던  것처럼 그렇게 사는 것이지, 기쁘고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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