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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ㅣ 디 아더스 The Others 7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푸른숲 / 2011년 2월
평점 :
영화 카모메 식당의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가 영화 제작에 앞서 작가 무레 요코에게 의뢰하여 탄생하게 된 소설이다. 영화제작이라는 목적을 두고 집필된 소설이니만큼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등장인물들의 성격 등이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것은 영화에 비해 많이 부족한 완성도와 도둑 에피소드 정도다. 엄밀히 말하자면 영화도 연출과 미장센이 좋았던지 스토리가 매력적이었던 건 아니라 스토리적인 면에서 소설로서의 부족한 부족이 눈에 더 확 들어오는 것 같다.
소설 분량도 책 한 권으로 엮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중편 정도의 양이다. 무레 요코 본인의 아이디어로 집필한 소설이 아니어서 그런지 끝 부분에 이르러선 소설 구조조차 흔들린다. 일전에 읽은 무레 요코의 소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은 심심하긴 하지만 그 심심함과 일상성이 괜찮았던 소설이었는데 이 소설에선 그렇지 못하다. 글의 밀도조차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집필된 시놉시스에 더 가깝다. 그렇다고 소설이 아주 형편없다는 것은 아니고, 영화와 무레 요코의 기존 작품들을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아쉬움이 남는다는 말이다.
소설에 무레 요코 특유의 일상성과 유머가 배어 있는 것은 좋았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캐릭터들의 관계성도 재밌었다. 토미의 경우, 영화보다 소설 속 모습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 속에서도 더 유기적으로 얽혔고. 하지만 분량을 억지로 늘린 게 역력해 보이는 후반부 도둑들 에피소드는 뭐라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서로 사과하고 사과받는 아주 단순한 내용으로 두 페이지를 날려버리기까지 해서 이전까지 제법 재미나게 읽었던 글의 내용이 희미해질 정도다. 만약 이 후반부 내용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에피소드였다면 영화처럼 카모메 식당의 매개인 오니기리로 에피소드를 이어나가는 편이 나았을 텐데. 쓰고 싶은 소설이 아니라 써야만 하는 소설의 한계였던 걸까 싶기도 하고.
영화의 여운을 느끼기에 과히 나쁜 소설은 아니다. 그렇지만 영화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지 않았더라면 출간은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다음번에 무레 요코의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영상매체의 인기에 힘입어서 가 아니라 그녀의 소설 그 자체가 좋아서 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