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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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만듦새까지 이쁘장한 책이다. 첫눈에 딱 마스다 미리 책이다, 라는 느낌이 온달까. 이렇게 말하면 이미 마스다 미리 만화를 많이 읽은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마스다 미리은 이 책이 처음이였다. 광고로 자주 접하다 보니 처음 읽는 작가임에도 낯설지 않았을뿐. 이 책을 읽게 된건 바로 그 광고에 이끌려 사다놓은 마스다 미리의 책에 좀체 손이 안갔기 때문이다. 그러던 참에 에세이가 나왔단 소식을 듣고 에세이부터 읽어보자 싶었다. 작가의 평소 생활이 담겨 있는 이야기부터 읽고 나면 작가의 생각을 재가공한 만화를 좀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처음엔 일본 에세이 특유의 소소함을 담은 간결한 분량의 글에 살짝 김이 샜다. 명색이 스토리를 그리는 만화가라면 이보다는 좀더 글을 잘 써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그런데 계속 읽어나가다 보니 마스다 미리의 이렇게 간결하고 가벼운 글들이 사람마음을 톡톡 건드리며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특별함이 있었다. 이런 느낌 몇번 경험한 적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이나 트루먼 카포티의 소설들에서. 물론 전문 글쟁이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보다 글솜씨에 한참 미치지는 못했지만 마스다 미리도 앞서 언급한 두 작가들처럼 복잡한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을 쉬운 글로 써내는 능력이 탁월해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마치 책장을 넘길때마다 가랑비에 옷 젖듯 내 마음도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에 조금씩 젖어 들어 가는 느낌이였다. 
 
특히 공감한 것은 친구들끼리 나이가 드니 살이 찌는 부위가 달라진다며 걱정하는 것이나 여행 다니는 중에 다음 여행계획을 미리 계획한다던가, 부모님에 대한 애뜻한 감정과 과거를 추억하며 향수에 젖는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이였다.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는 사람들이 종종하는 말처럼 마치 내 얘기를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내 얘기를 이렇게 공감가게 쓰지는 못하겠지. 자신의 느낌을 다른 사람들과 공감이 가게 써나갈 줄 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까. 아마도 이게 마스다 미리와 다른 사람들의 근본적인 차이가 아닐까 한다.
 
책의 중간중간 언급된 내용으로 볼때 이 책은 아마도 잡지에 정기연재한 에세이들을 묶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소재가 바닥난 작가가 어떻게든 소재를 짜내서 글을 썼다는 느낌이 드는 에세이들도 섞여 있다. 이런 식의 에세이들 대부분은 하루 일과를 쭉 나열하고 끝에 한두마디씩 덧붙이는 식인데 나는 그런 에세이들조차 마스다 미리의 일기를 읽는 기분이라 썩 나쁘진 않았다. 자기가 읽는 책의 작가가 어떤 사람이고 뭘 하며 살아가는지 말해주는 것을 싫어하는 독자는 없을테니까. 하지만 유명 만화가의 쫀쫀한 에세이를 바란다거나, 나이듦에 대한 걱정이 아직은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안맞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히려 그 덕분에 이 책을 여유롭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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