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동명의 드라마 원작 소설이다. 먼저 읽은 사람들의 평은 대체적으로 드라마와는 상반되는 내용이 많아 적잖이 실망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래서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 카모메 식당도 같은 이유로 읽지 않은게 생각나 그냥 읽어버리기로 결심했다. 

쉰두살의 독신여성 아키코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납득할 수 없는 직장내 부서발령으로 잔잔하기만 하던 인생에서 급작스런 파도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장고 끝에 어머니가 운영하던 가게를 이어받아 새롭게 꾸려가기로 결심하고 회사를 관둔다. 그리고 시마씨라는 여성 아르바이트 생을 고용하고 타로라 이름 붙인 고양이를 기르며 건실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과거 돌아가신 어머니의 친구였다는 할머니가 나타나서 아키코의 출생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그녀의 인생엔 다시한번 파도가 밀려오게 되는데...

줄거리를 적어놓고 보니 뭔가 엄청난 일이 있을 것 같지만 드라마와 큰 줄거리는 거의 같다. 아주 평범하고 소소하고 일상적이다. 하지만 아키코와 시마씨를 제외한 등장인물들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고 자잘한 에피소드도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드라마에선 아키코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이웃의 정을 나눠주던 사람들이 소설 속에선 등을 돌려버리니 비슷한 내용을 기대한 드라마 팬들로써는 적잖이 실망했을 것 같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어서 번역본이 나올 수 있었으나 드라마가 워낙 잘 만들어져서 상대적으로 소설이 빛바랜 경우랄까.

나는 처음부터 소설과 드라마는 전혀 다른 작품이라며 선을 긋고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오히려 소설과 드라마의 분위기가 서로 많이 닮아 있어서 상당히 의외라고 생각했다. 원작이니만큼 아주 다를수는 없겠지만, 잔잔한 분위기라던가 소박한 수필같은 문장들이 드라마 속 풍경과 맞닿아 있어 예상보다 훨씬 즐겁게 읽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드라마와 달리 소설 중간중간 섞여 있는 유머들도 마음에 들었는데 아키코가 긴 머리를 한 자신의 남자친구를 마음에 들어어하지 않는 엄마를 보며 엄마가 좋아한 사람은 민머리인 스님이라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에선 빵 터지고 말았다. 다만 불륜이라는 소재를 쉽고 가볍게 다루는 일본 소설 특유의 정서에는 거부감이 느껴졌다. 비단 무레 요코의 소설만이 이런 것은 아니지만은.

드라마가 삶에 초점을 맞췄다면 소설은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드라마가 살아가는 일상 자체를 그린다면 소설은 아키코가 맺는 여러가지 관계를 풀어나간다. 엄마, 고양이, 시마씨, 엄마 가게의 손님이였던 사람들, 아키코 가게의 손님들, 배다른 가족일지도 모르는 사람들, 기타 지인들 등등 저마다 다른 관계들이 서로 엮이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키코는 손님과 자신의 관계라던가 다른 지인 같은 명백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꾸려나갈지 고민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소중한 가족과의 관계는 소홀하다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아키코는 자신의 빈 가슴을 새로운 관계를 통해 극복해 나가는데, 아키코의 모습을 보며 슬픔을 극복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보다는 지속적인 관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레 요코의 책은 처음이였지만 이 책 하나만으로도 그녀가 왜 일본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작가인지 알만했다. 깊이감이 있다할 수는 없지만 현대 여성들이 관심 있어하는 소재들을 잘 모아서 대중적인 입맛에 맞는 소설을 쓰는 재능이 있는 작가니까. 일본 특유의 정서가 약간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것만 극복해낸다면 기분전환 삼아 읽기 괜찮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더이상 미루지 말고 조만간 카모메 식당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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