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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 일상을 깨우는 바로 그 순간의 기록들
조던 매터 지음, 이선혜.김은주 옮김 / 시공아트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때로는 사진이 우리가 눈으로 목격하는 사실보다 더 절실한 진실을 담고 있을 때가 있다. 행복은 더 행복하게 슬픔은 가슴을 울리게 만들기도 한다. 궁극적으론 인간의 눈과 똑같이 만들고자하는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서 인간의 눈을 뛰어넘어는 무언가를 담아낼 수 있다는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우리는 사진들을 통해서 감동을 받고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 그 감동과 영감을 원동력으로 다시 또다른 감동과 영감을 생산해낸다. 이 책 속에 감긴 수많은 무용가들과 작가 조던 매터처럼 말이다.
이 책을 선택한건 재기발랄한 몇장의 사진들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눈길을 끌었던 몇장의 사진 이상에 감동과 영감이 이 책에 담겨 있음을 눈치채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언젠가 박진영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특별함은 진지함 안에 재미나 장난같은 무언가가 있을때 완성되는 거라고. 이 책 속엔 바로 그 특별한 순간들이 가득 담겨 있다. 때로는 작가의 의도대로, 때로는 열정과 우연만으로 만들어진 장면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과 영감을 준다. 이 책의 작가는 또 다른 이들에게서 이 책 속의 사진들을 만들어낼 감동과 영감을 받았다고 하니, 이 또한 특별함이 갖는 순기능이 아닐까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은 <촉촉한 키스>와 <샤워중, 아니 공연 중>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도무지 꼽을 수가 없었다. 무엇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이 없었으니까. 촉촉한 키스는 로베르 두아노의 <시청 앞에서의 키스>를 연상시키는 로맨틱함과 비가 오는 날임에도 사랑이라는 화사한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색감이 참 좋았다. 샤워중, 아니 공연 중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을 유머러스하게 포착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나홀로 집에의 한 장면이 연상됐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감상 포인트였다. 번역의 마법이 들어갔을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의 사진에 대한 코멘트들도 마음에 들었다.
이 책에 대해선 뭐라 설명하기 힘들다. 사진에 대한 설명을 일일이 나열하다간 스포일러가 될 것 같기도 하고. 그저 강력하게 추천해주고 싶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책은 그리 많지 않지만, 이 책이 바로 그 책이라고. 아, 이것 한가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마지막 사진으로 작가 자신의 사진을 실은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였다고 말이다. 책의 마침표로도 그가 피사체들에게 행했던 악행(?)에 사죄하는 의미로도 백점 만점의 선택이였다. 간만에 멋진 책, 멋진 특별함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쁜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