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애국주의 - 언론의 이유 없는 반일
최석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입에는 쓴 약이 몸에는 좋다는 말을 책에 적용한다면, 이 책은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만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불편한 사실들을 최대한 객관적인 관점에서 무겁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게 풀어냈다는 점에 후하게 점수를 주고 싶다. 덕분에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서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실 이미 언론의 선정적이고 비전문적이며 비객관적인 태도를 눈치챘거나 거기에 대해서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내용들이 그리 크게 불편하지 않을 듯 싶다. 눈치채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사살 받는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 않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언론이 이미 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인터넷이 보급되면서부터 서서히 눈치채고 있었다. 클릭 한번만으로도 뉴스에서 미처 다루지 않은 자초지종을 살필 수 있게 된 세상을 살게 됐으니까. 그러다 최근 두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을 떠나 모든 언론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무책임한지를 적나라하게 목격하게 됐다. 그들은 자신들의 오보나 과장을 조금도 부끄러워 하지 않았으며 독자들의 쓴소리나 자신들의 무리 속에서 나온 자정의 소리조차 귀담아 듣지 않았다. 오직 자신들이 빠져 있는 흑백논리만을 재생산해내며 사람들을 선동하는데만 앞장섰다. 이런 시대를 거치면서 내가 얻게 된 유일한 위안은 각종 언론 매체들이 보도하는 내용을 모두 한번 걸러서 듣고 좀더 신중하게 살펴보는 태도를 갖게 됐다는 점 뿐이다.

 

그리하여 이 책의 대부분에서 다루고 있는 우리의 반일감정에 상당부분이 언론이나 권력의 이익에 의해 선동된 것이라는 내용에도 크게 불편하거나 놀랍진 않았다. 이미 인터넷으로 정보와 뉴스가 개방된 사회에서도 자존심을 내팽겨치고 부끄러움 없이 기사를 써내려가는 언론이 정보와 뉴스의 대부분을 거머쥐고 있던 과거엔 오죽했겠는가 싶었다. 정재계에 큰 비리나 사건이 터지면 연예인들의 스캔들이 터진다거나 일본과의 갈등에 대해 크게 보도되는 일엔 이미 익숙해지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내 내면에 존재하는 반일감정의 일부분에 일본의 경제적, 문화적 발전에 대한 열등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거나 일본에 대한 보도가 왜곡된 사실임을 알았음에도 유독 일본이니깐 저런 욕은 좀 들어도 된다며 지나쳐 버렸던 일들이 분명히 있음을 꼬집는 부분에선 찔끔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런 그릇된 반일감정들은 삐뚤어진 고정관념의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동해의 표기문제와, corea란 개념과 일왕이란 표현들이 언제부터 언론에 의해서 사용되었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에게 고정관념으로 굳어졌는가에 대한 내용만 보더라도 이런 내용들이 상식이 아닌 상식으로써 주입된 고정관념임을 알 수 있다. 가장 객관적이여야 할 언론에 의해 잘못된 상식이 퍼지고 그 상식을 받아들인 교육을 받고 성장한 사람들이 다시 잘못된 상식에서 비롯된 반일감정들을 후학들에게 전달하고 있으니 답답노릇이다. 그렇게 먼저 대중을 선동하고 나섰다가 그 선동에 자신들의 발목이 잡혀 대중들의 눈치를 보게 된 언론에 대해선 자승자박이라는 말 외엔 달리 표현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언론이 자꾸만 사실을 왜곡하여 반일감정을 증폭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아픔이므로 그 어떤 것보다 쉽게 선동되기 때문이다. 박정희 시대 때의 국정원이 김대중 사건을 덮기 위해 반일감정을 이용했다는 사실이나, 동시대부터 북한이 반미는 이미 먹히지 않으니 반일로 남한을 공략한다는 지침을 세웠단 기록 모두, 우리가 그 시절부터 단 한걸음도 나아지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지금도 그 상처를 헤집는 행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잘못되고 선동된 정보들까지 동원해서 그들에게 분노할 필요는 없다. 그들이 잘못한 사실에 대해선 정당하게 비판하면 된다. 그것이 우리의 품위를 지키는 일이고 우리가 일본의 과거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표현이다. 언론도 우리가 중심을 잡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한다면 분명 대중의 눈치를 보는 그들 역시 보다 자신들의 본질을 지키려고 하지 않을까. 물론 대중이 변하기 전에 언론이 먼저 스스로 변한다면 더 바랄나위가 없겠지만, 언론의 태도는 좀체 바뀌지 않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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