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나
아사오 하루밍 지음, 이수미 옮김 / 북노마드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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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들수록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 절감하게 된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풍월에 의하면 무엇이든 꾸준히 일주일만 하면 몸에 익어서 그 뒤로는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된다던데 일주일만이라도 꾸준하게 무언가를 한다는건 쉽지 않다. 게다가 사람의 몸이란게 얼마나 간사한지 일주일간 꾸준히 하더라도 도중에 한번이라도 흐트러지면 계속하기 힘들어지는게 현실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땐 어떻게 그렇게 일기를 꼬박꼬박 썼는지 신기할 정도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일년동안 꾸준히 오후 3시의 모습을 기록했다는 저자에 의지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저자가 프리랜서라지만 일정한 시간에 기억을 꼬박꼬박 기록한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그런데 저자는 그걸 꼬박꼬박 한걸음씩 해냈다. 솔직히 처음 몇장을 넘기면서 내 눈에 보인건 참 별것없는 내용과 몇줄의 글 뿐이라, 이런 내용의 책을 끝까지 읽어봐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그 별것아닌 일상이 쌓여서 책의 말미에 이르런 감동을 주고 책 한권을 이루어 내고 만다.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도 감동적인건 이런 별것 아닌 한걸음이 아닐까.

 

얼마 전에 성룡이 한국 예능프로에 나와서 사람사는게 다 똑같다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 공감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또 한번 사람사는게 다 똑같구나 싶었다. 아무래도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정서적으로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기도 하지만 사람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였다. 사람을 만나고 일하고 밥먹고 쉬고 기분이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졌다가 우주 저 멀리까지 날아가기도 했다가. 기본적으로 인터넷에서 연재되는 우리나라 웹툰작가들의 생활툰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그보다는 좀더 러프하고 그보다는 살짝 깊은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좋았다. 일본식 문화가 살짝살짝 보이는 색다름도 마음에 들었고 책과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함께 공감할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저자는 처음에 세운 1년짜리 계획은 오후3시에 꼬박꼬박 간식을 먹는 거였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들이 그렇게되면 사회생활하기 힘들다고 뜯어 말려서 오후 3시의 일을 기록하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고. 간식을 먹는 쪽이였다면 사진으로 기록이 남게 됐을까? 그렇다면 그것도 나름 괜찮은 프로젝트지 않았을까. 물론 저자의 사회생활에 큰 악영향을 끼쳤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무언가를 꾸준히 해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들었는데, 이건 뭐 때문에, 저건 힘들어서, 아직까지 망설이고만 있다. 역시 별것 아닌것 같아 보이는 한걸음이 가장 어려운 거다. 다시한번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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