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산다
오히라 미쓰요 지음, 김인경 옮김 / 북하우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10여년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오히라 미쓰요씨의 스토리가 방송 된 적이 있었다. 당시엔 그저그런 일본사람의 성공스토리라고 생각하고 방송분을 다 보지않고 그냥 넘겨 버렸다. 불우했던 과거를 딛고 변호사가 된 당찬 여인네의 전형적인 성공 스토리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뒤로 몇년이 지나 오히라씨의 첫번째 책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를 읽고 그녀 인생의 굴곡과 참 모습을 알게 되면서 그녀에 대한 나의 애정과 관심은 시작되었다. 

오히라 미쓰요씨 책들은 나에게 많은 위로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을 주었다. 오히라씨에게 매료된 나는 그녀의 저서 중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는 것은 다 구해서 읽어 버렸다. 변호사가 되어 사회적 경제적으로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지만 그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언제나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내 주먹을 불끈쥐게 만들었다. 나도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야지, 그때 그렇게 다짐했다. 그래서 나에게 이렇게 많은 용기와 자극을 북돋아 준 오히라 미쓰요씨가 행복해지길 바랬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자신의 바램과 의지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오늘은 산다"로 오히라씨를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신선한 충격이였다. 그러나 바로 그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반드시 행복해지길 바랬던 사람이기에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이런 내 동정과 생각들은 참 어리석은 것이였다. 왜냐하면 그녀가 다름아닌 바로 오히라 미쓰요였기 때문이다.  

오히라 미쓰요씨는 여전히 밝고 씩씩하고 용감했다. 아이의 장애를 불편한 것이 아니라 개성이라고 받아 들였다. 그저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조금 늦게 크고 조금 부족할 뿐인 개성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소중한 생명이기에 자신의 건강과 맞바꾼 힘든 출산을 감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그녀는 예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부드러움과 여유를 지니고 행복해 한다. 그렇게 자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보물이 바로 딸이라며 그 끝없는 애정의 깊이와 사랑에 대해 말한다. 그런 오히라씨의 행복한 마음이 책속에서 계속 느껴져서 읽는 내내 나도 마음이 흐믓했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아이를 갖는 것이 행복한 삶의 요소에 반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처음 오히라씨의 책을 읽게 된 순간부터 꽤 시간이 흘렀고 오히라씨도 나도 많이 변했다. 그녀는 묵직한 서류가방을 든 비행 청소년 전문 변호사에서 아내이자 어머니라는 모습으로, 나는 꿈많은 학생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비록 지금은 각자가 꿈꾸던 모습에서 조금은 벗어난 자리에 있지만 아직은 이 모습과 위치가 인생의 완성점은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직 오히라씨도 나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 뿐이니까. 여전히 멋지고 당당한 오히라 미쓰요씨의 모습에서 나는 다시한번 용기를 얻고 간다. 하지만 이제 그녀와 만나는 것은 이 책을 마지막으로 작별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피천득씨의 글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중략)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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