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다가 어느날 밤 꿈을 꿨다. 책의 삼분의 일이상을 남겨둔 시점이였다. 완독을 하고 싶었지만 밤이 너무 늦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내일 완독하리라 다짐하며 책을 덮고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책에 너무 몰입했기 때문일까? 꿈속에서 나는 스톨른 차일드가 되어 있었다.

꿈은 단편적이였고 대부분의 장면들이 기억에 남지 않지만 꿈속의 마지막 장면과 그때 내가 한말, 그리고 감정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어른이 된 스톨른 차일드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나는 괴물이야?“ 라고. 그 질문을 받은 과거의 내 친구는 울면서 차마 나를 쳐다보지 못한 채 응이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에 내 가슴은 저며들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꿈에서 깨어났을 때 난 한동안 이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스톨른 차일드들은 자라지 않는다. 자신이 바꿔칠 아이를 찾아낼 때까지 영원히 어린아이의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 영원히 어린아이인 존재들. 그들은 내 꿈속의 질문에 답처럼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을 기준으로 본다면 괴물들임에 분명하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 평범하지 않은 존재들이니까. 하지만 스톨른 차일드도 자란다. 다만 어린아이의 외형에 갇혀 있을뿐,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의 내면엔 그들이 지나온 세월을 쌓아 그만큼의 나이를 채워 나갔다. 하지만 이들은 영원히 어른이 될 수는 없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는 자신의 자아를 찾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일, 그것을 찾아내는 일이야말로 어른으써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마도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 그리 갈망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스톨른 차일드들은 나이는 먹되 영원히 어른은 될 수 없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달을 과거를 바꿔치기 당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스톨른 차일드의 이야기가 더 가엽고 안쓰럽고 슬펐는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살아가면서 과거에 집착하는 헨리. 그리고 멈춰진 과거에 살면서 그 시간에 얽매여 미래를 외면하는 애니데이. 이 둘은 한 사람의 내면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에 놓인 지독한 갈등이였다. 자신의 현재모습에 불안해하며 자신의 과거에 집착하지만 자신의 본질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고통스러워 했다. 그래서 그들은 시간의 흐름에 나이를 먹어갔지만 어른이 되지는 못 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그 고통속에서 자신의 본질을 대면할 용기를 내었을 때 비로소 그동안 외면하던 서로를 마주하고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간의 성장에 대한 고통을 끝내고 진짜 자신이 될 수 있었다. 어른이 되어 미래로 한걸음 내딪는 용기를 갖게 된 것이다.

결국 어른이 되는 것이란, 진짜 자신을 찾아내는 슬프고 고통스럽운 감정과 경험을 수반하는 것 같다. 과거에서 진짜 자신을, 그 뿌리를 찾아내서 안정감과 평온함을 얻게 되지만 그와 동시에 지금껏 익숙했던 현실에서 벗어나 경험해보지 못한 불확실한 미래로 가야함을 깨달아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부디 비로소 그 미래를 향하게 된 진짜 헨리와 진짜 애니데이에게 행운을 빌어주며 긴 시간동안 읽은 이 책을 덮었다.

스톨른 차일드는 시종일관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가 진행한다.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독백의 형식에 가깝다. 하지만 결코 표현이 지루하거나 반복적이지 않다. 오히려 주인공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말하는 기억과 감정에 이야기들로 인해 책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이 얼마나 다르고, 그 차이가 어떤식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되었는지를 천천히 쫒아가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가 이야기가 끝이 맺어 있을 정도로 이 이야기는 참 흥미롭고 재미있다. 다만 교정과 번역의 아쉬움이 자꾸만 눈에 밟혔던 것이 조금 아쉬웠다.  

성장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어른이 되어 버렸던 애니데이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어린아이였던 헨리.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동안 과연 나는 내가 되고자했던 어른이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 같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 하지 않던가? 아직 가을은 좀 여유가 있고 내 가을은 끝나지 않았으니 좀더 깊게 생각을 해보고 결론을 내려도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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