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Nobless Club 13
탁목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라는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일곱번째 달(月)의 무르무르(흐물흐물 + 물컹물컹하다는 느낌의 표현) 라고 생각했다. 책의 표지 이미지 디자인도 흐물거리는 밤하늘의 모습인지라 이런 내 짐작은 굳어졌다. 하지만 책의 첫장을 넘기자마자 이런 짐작이 전혀 맞지 않았음을 알게되었다.  

사실 알고보니 이 책의 아리송한 제목은 가이아라는 땅과 그 주위를 도는 일곱개의 달 중 숨겨진 일곱번째의 달에 사는 무르무르라는 종족을 일컫어 지은 것이였다. 그리고 제목에 등장하는 무르무르라는 종족의 모험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주 내용이였다. 제목만큼이나 특이했던 점은 기존의 판타지 소설처럼 중세 배경에 판타지적 요소를 집어 넣은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세계와 종족에 대한 이야기를 창조해 내었고 그 속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조금 난감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완전히 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라면 모든것에 대해 일일이 다 설명이 붙기 때문에 자칫하면 이야기가 늘어지고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우려와는 달리 간결한 문체와 주인공입장에서 필요한 설명이라고 생각되는 것들 외의 부분은 간략하게 처리함으로써 이야기가 길게 늘어지거나 지루해지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오히려 간력하게 언급하고 지나가는 부분의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지는 경우가 몇번이나 생길 정도였다. 사실 홍보문구로 쓰인 이 책에 비하면 반지의 제왕은 지루하다라는 말에는 동의하기는 힘들었지만 그 상상력과 흡입력에는 동감을 표하고 싶을만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에 무리수를 두지도 않았다는 것과 선정적인 묘사나 잔인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작가의 철학적 사상을 강제로 주입하려고 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그동안 판타지 소설들을 읽으면서 가장 짜증이 났던 부분이 바로 작가의 강제적인 철학적 사상주입이였는데 이 책은 그런부분이 보이지 않아 읽는 동안에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물론 이런 사상적 부재가 이 책을 가볍게 만들었다는 단점으로 존재하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크게 아쉬웠던 점은 이야기의 전개부분이 너무 길었다는 것이였다. 전개부분이 지루하게 전개되지는 않았지만 긴 전개에 비하여 결말부분이 너무 서둘러 마무리된 점은 이 책의 큰 오점으로 생각된다. 전개가 아무리 탄탄하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결말을 내기 위해선 앞부분에서 쌓아온 이야기들이 갈등부분에서 표출되고 그것들이 결말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대부분 생략된 채 너무나 급작스럽게 도달한 이야기의 끝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물론 작가의 후기를 볼때 이 책의 후속작이 나올 것 같다는 뉘앙스를 풍기긴 하지만 당장 이 책 한권만을 놓고보면 작가가 결말을 너무 무책임하게 맺은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작가가 창조해낸 이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는 참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렇게 뭔가 모자란듯한 결말이 더 아쉬운 것 같다. 작가가 창조해낸 가이아와 여섯개의 달이라는 소재가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남아 있으므로 부디 이 이야기들을 시리즈로 계속 출간해 주었으면 한다. 이 이야기들이 시리즈로 출간된다면 이 책의 광고문구처럼 반지의 제왕에 비슷하게 도달할만한 멋진 시리즈가 만들어 질 것 같는 가능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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