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메리앤셰퍼의 "건지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클럽"를 읽고 서간문의 매력에 퐁당 빠져버린 후, 추천을 받아 구입한 책이다. 그간 줄곧 읽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연속적으로 서간문을 읽는 것은 왠지 내키지 않아 다른 책들을 살펴보느라 이 책을 읽는 시점이 좀 늦어져버렸다. 

이 책은 건지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클럽과 많이 닮아 있다. 이야기가 시작하는 시점이 세계2차대전이 끝난 직후라는 것도 비슷하고, 사람들을 엮어주는 매개가 책이라는 점 역시 비슷하다. 다른 점은 건지아일랜드는 픽션이지만 채링크로스84번지는 논픽션이라는 것이다.  

1945년 10월 5일 뉴욕에서 작가로 일하던 헬렌 한프는 한장의 광고전단을 보고 자신이 읽고 싶었던 책들을 구할 수 있는지, 영국 채링크로스 84번지에 있는 마크스&CO 중고 고서점으로 편지를 붙인다. 마크스 서점에서 헬렌의 편지를 받아 보게된 사람은 서점의 직원이였던 프랭크 도엘이라는 사람이였다. 이 편지 한장을 계기로 두사람의 20여년에 걸친 인연이 시작된다.  

자신이 원하는 책을 빨리 구해주지 않는다고 까다롭게 굴지만 따스한 마음씨를 지니고 있는 미국여인과 언제나 덤덤하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 깊은 영국남자의 우정은 읽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프랭크의 아내가 언젠가 헬렌에게 겉보기에는 두사람이 달라보이지만 사실 내면이 많이 닮았다고 하는 부분에서 나도 동의 했다. 서로를 배려하고 보답을 바라지 않는 친절을 배푸는 마음씨와 무엇보다 책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둘은 참 많이 닮아 있다. 그렇게 다른듯 닮아 있었기에 둘의 우정이 20년 넘게 지속되지 않았을까 한다. 

두사람의 인연을 만든 계기가 책이기 때문에, 이 책에는 많은 책의 이름과 작가들이 언급된다. 개중에는 아는 책들도 몇개 있었지만, 사실 모르는 책들이 더 많았다. 아는 책들중에 하나는 케네스 그레이엄에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라는 책이였는데, 이 책이 언급되는 구절에서 깜짝 놀랐다. 이 책이 좋다는 평을 듣고 조만간 구입하고자 하는 책 목록에 올려놨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책을 구입하는 때가 앞당겨 질 것 같다. (웃음)   

서간문은 참 매력적이다. 편지라는 개인대 개인의 조금은 비밀스러운 매개물라는 점도 그렇고, 따스한 감정이 느껴지는 아날로그적인 매체라는 것도 마음에 든다. 이렇게 매력적인 서간문에 재미와 감동을 이제서야 깨닫게 된 것은 아마도 내가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처음 서간문을 접했던 것은 약 15년 전이였지만 당시에는 전혀 서간문의 매력을 알지 못했다. 그저 읽기 까다로운 책, 재미 없는 책이였다. 물론 당시에 서간문을 읽기에는 어렸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현재의 디지털 시대보다 조금 더 감성이 살아 있는 시기였던 이유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오랜 세월 다른 대륙에 사는 사람들의 서신교환에서 오는 감동이 주가 되지만, 여러가지 멋진 책들에 대한 정보와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잇는 재미도 솔솔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여백이 많다는 것이다. 한페이지에 다 들어갈 내용들을 여백을 많이 줌으로써 분량을 살짝 늘린 것 같아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표지가 까만색이라 표지와 제목만 본다면 추리소설이나 호러소설같은 느낌이 든다는 점도 안타깝다. 하지만 정말 멋지고 감동적인 책이므로 주변의 모든 분들께 강력추천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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