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와인 환상문학전집 13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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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사전지식은 레이 브래드버리는 SF작가로 유명한 사람이라는 것과, 책의 적힌 내용의 짤막한 소개정도였다. 그래서 책이 도착했을 때 자전적 소설이지만 SF작가의 작품이므로 자신의 어린시절의 기억에 SF적인 요소를 넣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표지도 약간 SF적인 삽화가 들어가 있고 (나만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황금가지의 환상문학전집 13번째 번호를 받은 도서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더 굳어져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받아서 읽어보니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SF작가가 쓴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한 반 자전적인 소설일 뿐이였다. 그 어느곳에서도 그가 SF작가임을 나타내는 구절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만이 아련하게 담겨져 있었을 뿐이였다. 만약 나처럼 래리 브래드버리가 쓴 소설이기 때문에 SF요소가 나올것임을 짐작한다면 그런 생각은 접고 아무런 선입견도 없이 책을 읽기 바란다. 아니면 나처럼 서문에서 지레 겁을 먹고 굳어져서 책을 읽게 될지도 모른다 (웃음) 

사실 이 책의 초반은 집중하기 힘들었다. 작가의 문체가 (번역체의 느낌일수도 있지만)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미사여구로 풍경과 사람들의 감정을 묘사하고 있어서 집중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줄을 몇번이나 되풀이해 읽으며 그 뜻과 감정을 곱씹어 보아야 했다. 그러다가 주인공인 더글라스의 여름이 시작되는 책 도입부의 이야기가 끝나고 그의 주변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조금씩 책에 집중하게 되었다. (책 도입부분은 더글라스의 감정에 대해 묘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집중이 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구성과 느낌이 아홉살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시절 한순간의 기억과 그것이 사라짐을 바라보고 느끼는 주인공들의 감정이 맞닿아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책 전반적인 분위기는 상반된다. 아홉살 인생의 분위기가 현실에 대한 풍자와 우울함을 담고 있다면 민들레와인은 아련한 기억와 따뜻한 그리움으로 가득차 있다고 할까? 

혹시라도 초반에 이 책을 놓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꾸욱 참고 끝까지 읽기를 바란다. 이 책의 진짜 맛은 책이 삼분의 일 이상 진행된 시점부터니까. 굳이 무리해서 한꺼번에 다 읽기위해 애쓸 필요도 없다. 이 책은 여러사람들의 기억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천천히 단편을 읽는 기분으로 조금씩 읽는 것이 더 재미있게 읽는 방법일 것 같다.  

행복기계를 발명하려는 아우프만, 언제나 시간을 간직하려한 벤틀리부인, 인간 타임머신인 프리라이 대령, 이제는 더 이상 달리게 되지 않는 전차를 마지막으로 운전하는 프리든씨, 멀리 떠나버린 소중한 친구 존, 서로 다른 톱니바퀴에서 만난 윌과 미스헬렌, 고물상 조나스씨..정말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감정들을 가진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레이 브래드버리가 왜 그렇게 유명하고 이 책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오랜시간 동안 받을 수 있었는지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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