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된 아이들
이옥수 외 지음 / 넥서스Friends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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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된 걸까,
괴물로 만들어진 걸까?

p54 나는 우두커니 서서 가없이 일렁이는 검푸른 물결과 밀려오는 흰 파도를 바라보았다 그래, 바다의 호흡이 일렁거림이라면 지금은 저 물결과 파도처럼 일렁거려 보자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는 것은 다 자기의 몫이 있을 것이다 그 몫이 무엇이든, 지금은 내 몫을 오로지 내 것으로 거칠게 선택할 것이다 이제 태풍은 물러갔다 나는 천천히 바다를 향해 걸었다 잔잔한 수면 위로 햇살 한 줄기가 반짝 빛났다

p77 김은희가 근무하는 학교엔 유독 학폭이 많았다 중2가 무서워 북한이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듯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이 터졌다 그 바람에 학폭 담당 교사와 더불어 상담교사인 김은희의 일도 만만치 않았다 상담하다 보면 학폭의 뿌리는 늘 가정이었다 관심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아이는 왕따가 되고, 맞으면서 자란 아이가 남을 때리고, 사랑이라고 믿는 과보호로 자란 아이는 독불장군이 되었다 그래서 김은희는 늘 부모 교육을 강조했다

p176 그리고 문득 부끄러워졌다
이 모든 것이

언론은 핸드폰 대리점 사장 권의진의 쾌유를 바라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보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점차 다른 의혹들이 빠른 속도로 고개를 들었다 권의진과 가출팸 아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주목하거나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사건은 커지고, 언제나 그렇듯 진실보다는 자극적인 문구만이 사람들 눈에 각인될 것이다
앞으로의 일을 떠올리자, 문득 조은유는 또 한 번 부끄러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당사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p190 주부인 엄마, 시청을 다니는 아빠. 진아는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큰 문제도 없고, 그렇다고 특별하지도 않는.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진아에게 바라는 게 없었다 늘 진아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하지만 진아는 그게 어렵게 느껴졌다 머리카락을 기르다보면 단발이 끌리고, 짧게 자르고 나면 장발이 부러워진다 그렇다고 중간 정도로 기르면 '거지 존'이 되어 어깨선에서 머리가 다 뻗쳐 버린다 진아는 그 중간이라는 게 참 어려웠다
플러스와 마이너스, 시우로 인해 종잡을 수 없이 올라갔다 내려가는 진아의 마음을 대변하듯, 영상과 영하 그 경계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겨울이 찾아왔다

이옥수, 강미, 정명섭, 주원규, 천지윤
다섯 작가의 시선으로 청소년 문제를 다룬 이 시대 십 대들을 위한 단편 소설집이다
자살, 불법 촬영, 가출 청소년, 유튜버의 가짜 뉴스, 가스라이팅 등 뉴스에서 종종 보아왔던 촉법소년 등 증가하는 청소년 범죄와 자살률,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들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잘못된 부모의 사랑과 무관심으로 괴물이 되어 버린 아이들
이 책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도 읽어봐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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