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와의 정원
오가와 이토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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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건, 굉장한 일이구나

P67 큰 소리를 내면 점점 더 손이 날아오므로 나는 무릎을 꿇고 신음하듯 엄마에게 사과한다 사과하며 용서를 빈다 나는 오로지 이 폭풍이 조금이라도 빨리 사그라지기를 기도한다 나중 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프더라도 그 아픔에 '아프다'라는 구체적인 말을 붙이지 않는다 괴롭더라도 그 괴로움에 '괴롭다'라는 감정을 대입하지 않는다 아무튼 나 자신을 잃고 투명인간이 된 채 이 순간이 지나가도록 내버려 둔다 그렇게 하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어차피 앞을 못 보는 내가 저항해봤자 엄마를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엄마의 감정을 해칠 뿐이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었다 폭풍이, 언젠가는 사그라든다는 것을
폭풍이 사그라질 징조 그것은 엄마의 뉘우침이었다

나는 폭풍이 이제 절대로 되돌아올 수 없는 곳까지 떠나가 버리기를 끈기 있게 기다릴 뿐이다
왜냐하면 폭풍이 지나간 후에는 반드시 평화가 찾아왔으니까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니까

태어났을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았던 토와, 빛이 되어주었던 엄마도 어느 날 사라지고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남게 된다
돌봄이 사라지고 쓰레기 집이 되어버린 집에도 새들은 노래하고 초록과 향기로 계절은 찾아온다
어려움 속에서도 견디고 또 버티어 마침내 치유가 되고 회복이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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